IT 정보통신

글로벌 ICT업계, 농축산업에 빠지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7.24 17:51

수정 2015.07.24 17:51

美실리콘밸리, 작년 5640억원 투자.. 전년比 54% ↑
클라우드 기반 농장 경영 스타트업 등에 자금 몰려
국내도 세종창조경제혁신센터 통해 양식장 등 선봬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를 비롯해 세계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일제히 농축산업에 빠져들고 있다.

농축산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 드론(무인기)으로 농작물을 관리하고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통해 현재 토양 상태 등을 진단하는 스프트웨어(SW) 개발 스타트업(신생벤처)들이 잇따라 생겨나는데다, 글로벌 대형 IT기업들이 농축산업과 IT를 융합하는 스타트업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고 있는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와 전 세계 인구 증가로 '안전한 먹거리 확보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첨단 ICT 기술이 기존 농축산업의 한계를 해결하고 유망한 신산업으로 재탄생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에서도 SK그룹이 전담하고 있는 세종창조경제혁신센터가 농업에 ICT 및 빅데이터를 접목, '농업형 창조경제' 모델 구축에 나서고 있다.

■실리콘밸리, '농업+ICT' 스타트업 투자↑

24일 포춘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투자 동향을 분석한 결과, 농축산업과 식료품 관련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앞서 월스트리저널(WSJ)도 다우존스 벤처소스의 조사 결과를 인용, 지난해 농업 및 식품분야에 투자된 벤처캐피탈(VC) 자금이 전년대비 54% 늘어난 4억8600만달러(약 5640억원)를 기록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일례로 지난해 설립된 농업SW 분야 스타트업 그래뉼라(Granular)는 최근 실리콘밸리의 VC인 구글 벤처스와 코슬라 벤처스 등으로부터 1870만달러(약 217억원)를 투자 받았다. 그래뉼라는 클라우드 서비스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통해 물과 비료를 상대적으로 적게 사용하면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토양을 관리해 주는 핵심 기술을 보유한 곳이다.

그래뉼라 외에도 △파머 비즈니스 네트워크(Famers Business Network) △팜 링크(Farm Link) △어댑트 엔(Adapt-N) 등이 실리콘밸리의 주요 투자자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 최근 1500만달러(약 175억원)를 유치한 파머 비즈니스 네트워크와 팜 링크 등은 각 농장 주인들의 소셜 네트워크를 형성, 지역별 토양 정보나 새로운 농업기술 및 기기 등을 공유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옥수수 농장에 특화된 어댑트 엔은 품종, 재배기간, 기상 데이터 등을 바탕으로 최적화된 질소량 측정 등 생산기술을 지원해주는 곳이다.

클라우드 기반의 농장 경영SW를 지원하는 스타트업 바이탈필드(vital field)도 실리콘밸리 투자가들로부터 총 120만 달러(약 14억원)를 유치했다. 바이탈필드는 모바일 앱을 통해 농부들이 병해충을 관리하고 기후변화를 관찰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LED 조명과 수경재배…'실내농장'도 각광

실제 최근 미국 농부들은 모바일 스캐닝 기기 등을 도입해 하루에 132만m²(약 40만 평)가 넘는 농장의 상태를 점검하며, 어떤 농작물에 물과 비료를 더 줘야하는지 여부와 병충해 피해 상황 등을 확인하고 있다.

또 한정된 농지에서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창고로 쓰던 건물 선반을 활용해 실내 경작을 하는 이들도 등장했다. 이들은 화물 컨테이너에 발광다이오드(LED) 조명과 센서, 수경 재배 시스템을 설치해 일년 내내 농작물을 생산하고 있다. 이를 확대 적용하면 도심 근처에서 실내 농장을 운영하면서 제품 신선도는 높이고 운송비용 등은 줄일 수 있다. 이와 관련된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인 '프레이트 팜스(Freight Farms)'는 지난해 스파크 캐피털로부터 370만달러(약44억원)를 유치했다.

축산농가에서도 사물인터넷(IoT) 기술과 클라우드 서비스 등을 활용해 젖소의 건강상태나 발정기 등을 파악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이 경우 축산 생산량을 두 배 가까이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WSJ는 "무선통신기술이 대중화된 가운데 데이터를 수집하고 작물을 모니터링 하는 툴이 개선된 점이 관련 스타트업 등장의 주요 배경"이라며 "기후 이변과 전 세계 인구 증가로 인한 미래 식량 부족 현상을 극복할 수 있는 신기술에 대해 관심을 갖는 투자가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도 스마트팜 2.0, 스마트 농업벤처 육성

최근 국내에서도 귀농인들을 중심으로 ICT를 활용한 스마트팜(smart farm)을 구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마트폰 하나로 비닐하우스 내부의 온도와 습도, 급수와 배수 등을 원격으로 제어하면서 농작물에 최적화된 환경을 마련하고 있는 것. 여기에 폐쇄회로TV(CCTV) 기능을 갖춘 지능형 영상보안 장비 등을 설치하면 24시간 비닐하우스와 농작물을 지켜봐야 했던 부담도 줄일 수 있다.

또 SK텔레콤이 곧 구축할 예정인 '창조형 두레농장'은 비닐하우스가 없는 농민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대형 비닐하우스에 ICT를 결합, 농작물을 좀 더 많이 생산-가공-유통할 수 있는 영농방법이다.

이와 함께 세종창조경제혁신센터는 올 하반기에 IoT를 적용한 메기 양식장을 선보이는 등 수산(양식), 축산(양돈.양계), 임업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세종혁신센터는 또 대전, 강원도, 전라남도의 혁신센터는 물론 대덕연구단지와 연계해 스마트 농업 벤처 문화를 확산시킬 방침이다.


일례로 대전혁신센터 입주업체인 나노람다코리아가 개발한 분광센서 기술을 농업에 적용하면 농산물의 신선도나 당도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카이스트 교내 창업팀이 만든 '무인제초로봇'을 활용하면 로봇이 스스로 병충해 등을 진단하기 때문에 친환경 유기농 쌀 재배 등이 간소화된다.


세종혁신센터 관계자는 "오는 10월까지 스마트 농업벤처를 선발해 초기 창업자금 2000만원을 지원하고 센터 내 사무실도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며 "SK그룹차원에서도 농업벤처와 공동 사업화를 추진, 국내외 주요 전시회에 함께 참여하고 외부 투자도 유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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