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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결혼식비용 마련' 강도질 가장에 집유로 '선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7.26 09:57

수정 2015.07.26 09:57

뒤늦은 결혼식 비용 마련을 위해 가정집에 들어가 어설픈 강도질을 하다 붙잡힌 30대 가장에 대해 법원이 실형 대신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모씨(33)는 지난 4월 14일 오전 물건을 훔치려고 서울 광진구의 한 가정집에 들어갔다가 집주인 안모씨(53)에게 발각되자 과도(칼날길이 11㎝)를 휘두른 혐의로 기소됐다.

김씨는 애초에 빈집을 털 생각이었다. 집주인이 있는지 확인하려고 초인종을 3번이나 누른 김씨는 아무런 인기척이 없자 거실 창문으로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방 안에 누워 있던 안씨가 김씨를 보고 의자를 집어들었다. 당황한 김씨는 "나갈 거야"라고 소리치며 문을 찾아 뒷걸음질쳤다. 겨우 현관문을 찾아 나가던 김씨는 안씨가 붙잡으려 하자 과도를 휘두르고는 줄행랑을 쳤다.

김씨가 이런 범행을 결심한 이유는 5월로 예정됐던 결혼식 때문이었다.


6년 전 아내와 만나 결혼하려 했지만, 양가 부모의 반대로 식을 올리지 못하다가 처남이 올해 3월 장가간 것을 계기로 어렵사리 결혼 허락을 얻어냈다. 그러나 이미 두 아이의 아빠인 김씨는 결혼식은커녕 당장 식구들과 먹고살 길이 막막했다.

지난해 3월부터 일하던 한 중소기업에서는 툭하면 임금이 체불, 지난해 11월 마지막 월급을 받은 뒤로는 한 푼도 받지 못했고 전기료와 수도요금 등 공과금도 밀린 상태였다.

결국 올해 2월 퇴직하고는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생활비를 충당한 김씨는 결혼식을 불과 한달여 앞두고 강도질을 벌이다 준특수강도미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는 최후진술에서 "그동안 고생만 한 아내에게 이런 부담만 안기게 돼 미안하다. 남부끄럽지 않은 가장이 되겠다"고 눈물로 선처를 호소했다.
기독교 신자인 피해자 안씨 역시 김씨 가족들을 자신이 다니는 교회로 전도하고는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냈다.

사건을 맡은 서울동부지법 형사12부(김영학 부장판사)는 김씨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전에 범행 도구로 칼을 준비하는 등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면서도 "범행 즉시 피해자에게 발각돼 재산상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점,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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