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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 총괄회장, "차남 신동빈 롯데 회장으로 임명한 적 없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8.03 10:06

수정 2015.08.03 10:06

"제가 둘째 아들 신동빈을 한국롯데 회장, 롯데홀딩스 대표로 임명한 적이 없습니다."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신동주·동빈 형제의 아버지이자 롯데그룹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이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한국롯데 회장으로 임명한 적이 없다"고 2일 밝혔다.

신 총괄회장은 이날 장남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 측을 통해 SBS 방송 등에 공개한 영상에서 "롯데그룹과 관련해 안타까운 모습을 보여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이런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저는 70년간 롯데그룹을 키워왔다"며 "오늘 분명히 하고자 하는 것은 제가 둘째아들 신동빈을 한국롯데 회장, 한국롯데홀딩스 대표(일본롯데홀딩스를 잘못 말한 것으로 보임)로 임명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신동빈 회장이 자신을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서 해임한 데 대해 "롯데그룹을 키워온 아버지인 저를 배제하려는,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고 용서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로서는 신동빈의 눈과 귀를 멀게 한 참모들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신동빈 회장 주변에 있는 롯데그룹 참모진을 비판했다.

이 동영상은 이날 오후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이 촬영한 것이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차남이 아닌 장남을 지지하고 있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알리고 신 총괄회장의 건강이상설을 일축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지난달 31일 방송을 통해 공개된 육성 녹음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과 일본어로 대화를 나눴던 신 총괄회장은 이날 모든 입장을 한국어로 밝혔다.

고령으로 건강이상설이 제기된 신 총괄회장은 이날 공개된 영상에서 의자에 앉아 종이에 적은 내용을 읽으며 줄곧 시선을 아래로 내리깐 채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일본롯데홀딩스를 한국롯데홀딩스로 잘못 말하는가 하면, 잠시 멈추거나 더듬더듬 말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롯데그룹은 공식 입장을 통해 "고령의 총괄회장을 이용해 왜곡되고 법적 효력도 없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으며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그룹의 안정을 해치는 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그룹은 또 신동주 전 부회장이 아버지와 차남 간 다툼이 있었다고 밝힌 데 대해 "정상적인 경영인이라면 할 수 없는 주장"이라며 "사실과 다른 자극적인 폭로로 분란을 초래하며 그룹의 안전을 해치는 행위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인터뷰에서 아버지 신 총괄회장이 중국에서 1조원의 사업 손실을 낸 데 격노해 신동빈 회장에게 손찌검을 했다고 밝힌 데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

신 전 부회장은 "(아버지께서) '보통이라면 창피해서 얼굴을 못 든다.
아키오(신동빈 회장)에게 배상을 받아라. 교도소에 넣어라'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한편 롯데그룹은 오는 3일 귀국 예정인 신동빈 회장의 행보와 관련해 "귀국 즉시 경영인으로서 행보를 강화할 예정"이라며 "정부 금융권 관계자와 협력업체 대표 등을 만나 협조를 당부하는 한편 산적한 계열사 업무를 챙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신격호 총괄회장을 찾아 인사와 함께 출장을 다녀온 것에 대한 여러 가지 설명을 할 것"이라며 신동빈 회장과 신격호 총괄회장의 불화설 진화에 나섰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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