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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열 예일대 신경생물학과 교수 "신기술 쏟아지는데 법·제도는 과거에 멈춰있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8.05 18:14

수정 2015.08.05 22:26

스타트업 뉴로게이저 설립
의료·IT융합기술 사업화 폐쇄적 의료정보에 한숨
단기성과에만 치중하는 투자 분위기도 바뀌어야

이대열 예일대 신경생물학과 교수 "신기술 쏟아지는데 법·제도는 과거에 멈춰있어"

"기존의 법이나 규칙을 만들 때는 고려할 수 없었던 새로운 기술이 쏟아지고 있는데 여전히 과거 틀에 맞춰야 한다는 점에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세계적 뇌 과학자인 이대열 예일대 신경생물학과 교수(사진)는 5일 첨단 뇌과학 연구의 성과를 사업으로 연결한 스타트업(신생벤처) 경영에서 느낀 어려움을 이 한 마디로 설명했다. 이 교수는 "기술융합시대에 접어든 지금 정책 당국과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일반인들이 신기술을 유용하게 쓸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나가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사회.윤리적 문제 등을 고민할 수는 있지만, 특정 집단의 이권을 고려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사실 이 교수는 현재 단순한 과학자나 교수가 아니다. 이 교수가 지난해 5월 동생 흥열씨와 '뉴로게이저(NEUROGAZER)'라는 스타트업을 설립, 그동안의 뇌 과학 분야 연구 성과를 사업화하겠다고 나서면서 비즈니스 세계의 한 복판에 서게 된 것이다.


뉴로게이저는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촬영된 뇌 데이터를 분석해,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예를 들어, 뉴로게이저와 제휴를 맺은 병원에서 MRI로 촬영한 뇌 사진을 가져오면 3D 기술을 통해 실제 뇌 모양으로 만들어 부위별 나이를 측정한다. 학부모의 경우, 자녀의 두뇌 발달 상황을 객관적인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으며, 향후 연령대별로 시스템을 구축해 제공할 예정이다. 현재 베타 버전이 나온 상태며, 중소기업청이 운영하고 있는 팁스(TIPS,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사업) 프로그램 선정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팁스를 통과하면 약 7억원 정도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으며 현재 정부가 서울 역삼동 일대에 조성 중인 '정보기술(IT) 창업 밸리'인 팁스타운에도 입주하게 된다.

또 최근에는 기술 스타트업 전문 엑셀러레이터(스타트업 보육기관) '퓨처플레이'로 부터 투자를 유치,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지만, 이 모든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다는 게 이 교수의 후일담이다.

이 교수는 "MRI는 현재 의료기기로 분류돼 있기 때문에 연구실에서 특정 연구 목적으로는 사용할 수 있지만 민간에서 이를 활용하면 의료행위로 여겨져 관련 법을 어기는게 된다"며 "현재 이 규정에 맞춰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서비스로 구현하다보니, 법이 현실과 동떨어지는 부분이 있더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MRI 기기도 이제는 비의료 부분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의견을 내놨다. 이 교수 외에도 여러 의료관련 스타트업을 준비중인 전문가들은 의료정보라도 IT서비스로 제공될 수 있도록 활용의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의료계가 정보를 폐쇄적으로 독점하고 있어 의료와 IT의 융합사업이 성장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투자 유치 과정의 어려움도 겪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인간의 행동과 모든 의사결정을 좌우하는 뇌의 특징을 잘 활용하면 사회 전반적으로 굉장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에 확신을 갖고 사업을 시작했다"며 "그러나 이 부분을 투자자들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시키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단기적 성과물과 투자금 회수 가능성의 확신을 원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도 일반 투자자들과 마찬가지 입장을 보이더라는게 이 교수의 지적이다. 정부가 민간 투자자와 다르지 않은 것이 이 교수를 더 힘겹게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국가에서도 연구개발(R&D) 부분에 있어서 최근에 단기적 성과에 치중하는 부분이 늘고 있다"며 "손에 당장 잡히는 성과물을 원한다면 기업체들이 자발적으로 R&D를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대신 연구진들은 장기적 비전의 연구에 몰입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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