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 전용지구 사업 계기 난립한 노점상·낡은 분전함 등 복잡했던 도로 대대적 손질
서대문구청 전담조직 운영 지역 상인들과 갈등 해소하고 주민참여형 공간으로 변신
신촌 연세로는 최근 대대적 수술을 통해 재탄생한 서울의 대표적인 주요 명소다.
사실 연세로는 지난 2000년 이후 무분별한 상권 형성으로 이미지가 훼손돼 차로 꽉 막힌 거리, 난립한 노점상, 낡은 분전함 등 보행에 장애가 많은 도로였다. 그러나 서울 서대문구청은 40여년 동안 한 번도 파헤쳐지지 않았던 연세로에 과감히 손을 댔다. 보도 밑으로 관로를 새로 깔아 보행에 가장 큰 지장을 준 분전함을 이전하는 등 주요 시설물을 지하로 옮겼다. 또 차도는 축소하고 보도는 확장하는 도로 다이어트도 진행했다. 교통약자 및 장애인을 배려해 평면식 보도를 설치했다. 연세로 내부 교차로는 차단하고 광장과 보행자 쉼터를 조성하는 한편 소무대까지 설치해 보행자와 방문자를 위한 공공공간을 만들어냈다. 거리를 보행자 위주의 친화적이고 대중문화가 넘치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42개의 노점·가판대·구두박스는 사전 상생협의를 통해 25개로 축소하고 스마트한 거리가게로 규격화해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도록 디자인했다.
■노점 정리하고 차없는 거리로 조성
구청은 연세로의 차량을 전면 통제하고 시행한 3개월간 어려운 동절기 공사를 마치고 마침내 지난 2014년 1월 6일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를 개통했다. 대중교통전용지구는 대구 중앙로에 이어 서울시에서는 처음으로 시행되는 기반시설이다. 연세로는 주말에는 차 없는 거리로 시범운영해 다채로운 행사와 문화공연을 지속적으로 개최함에 따라 도심 속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하는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구청은 신촌 연세로를 살아있는 거리로 만들기 위해 전담부서(지역활성화과)까지 신설했다. 신촌지역 주민과 상인, 예술인, 종교인, 관내대학 등이 직접 참여하는 '주민참여형 운영체계'를 구축해 주민 스스로 상권 활성화를 창출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건물주와 상인대표 간 임대료와 보증금 등을 합리적으로 협상하도록 해 임대료가 높다는 부정적 이미지를 쇄신했다. 대중교통전용지구의 공간적 가치 향샹을 위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구축해 방문자가 필요로 하는 공간정보를 쉽고 편리하게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전담부서 통해 살아있는 거리 만들어
구청이 신촌 연세로를 정비하게 된 시점은 서울시가 공모했던 '대중교통 전용지구' 시범사업이 계기가 됐다. 신촌 연세로는 공모를 통해 지난 2012년 7월 서울시가 선정한 대중교통 전용 후보지구 10개소(신촌지구, 홍대지구, 종로지구, 광화문 지구 등) 중 1곳에 꼽히게 됐다. 구청은 신촌지구가 시범사업지로 선정된 이후 본격적인 사업착수에 앞서 정밀한 현장조사, 다른 조성사례 검토 등을 통해 앞으로 발생할 갈등구조와 대응 방안에 대해 고민을 시작했다. 일반 사업과 달리 대중교통 전용지구는 상인, 주민, 건물주, 주요 건물, 유관기관, 불특정 다수 운전자, 거리가게, 보행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얽혀있고 각자의 입장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이 상이하기 때문에 사전에 갈등주체와 예상되는 갈등, 대응원칙을 명확히 해 기본계획을 수립해 추진했다.
주변 교통혼잡이나 접근성 불편, 주차장 문제 등의 교통문제와 차량이용 손님 감소로 매출저하를 우려한 상인들의 반발, 지역 이해관계 기관과의 문제, 노점상 정비, 유관기관과의 협의 등이 주요 해결해야 할 과제로 대응전략을 구축했다. 서울시에서는 도시교통본부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대중교통전용지구 추진위원회를 구성했고 서대문구에서도 부구청장을 단장으로 도로, 교통, 토목, 조경, 치수 등 각 분야의 부서장을 팀원으로 한 TF추진단을 구성해 추진했다.
■치밀한 현장조사와 대화통해 갈등 해결
갈등도 많았다. 사업 시작 전부터 사업 자체를 반대하는 주민과 상인들을 설득하는 것이 과제였다. 이를 위해 지역 주민과 상인, 신촌번영회, 현대백화점 등 관계기관이 함께 참여하고 토론할 수 있는 간담회 자리를 수시로 마련하고 서울시장의 강연회, 수차례의 주민설명회 등을 실시해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사업계획에 반영하는 등 민·관 모두가 참여하는 소통형 사업으로 추진했다. 이런 설득과 노력 그리고 다양한 대안 제시로 사업자체를 반대하던 주민들도 한번 해보자는 방향으로 공감대가 형성되고 신촌 지역의 장기적 경기침체로 인한 지역민들의 위기감과 대구 중앙로 사례를 접한 신촌번영회(상인회)의 변화 등이 맞물려 점차 분위기가 바뀌었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시점에서 공사를 시작하려고 하자 첫 삽도 뜨기 전에 노점상들의 집회시위 및 공사방해로 가스통을 사이에 두고 경찰과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고, 상생협의회를 구성하는 등 밤낮을 가리지 않은 협상 끝에 10여일 만에 공사를 재개할 수 있었다.
■ 수상소감 - 문석진 서울 서대문구청장
"도시 재창조 과정서 상생·화합의 장 마련"
안녕하십니까. 서대문구청장 문석진입니다. 먼저 정말 기쁘고 영광스럽습니다.
처음에 우리 구 신촌 연세로가 2015 대한민국 국토도시디자인대전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큰 기쁨과 함께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동안 많은 분의 노고와 희생을 통해 탄생한 지금의 신촌 연세로는 크고 작은 고민과 갈등의 시간을 넘어 오늘의 영광을 안게 되었습니다.
지난 2010년, 민선 5기 출범 당시 저의 꿈은 신촌의 광장화를 통한 젊은 대학문화 조성, 도시의 상징적 랜드마크 구축, 상권 활성화 그리고 사람이 중심이 된 도시공간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 꿈이 현실이 될 수 있겠다는 높은 기대감은 마침 서울시 대중교통전용지구 추진계획과 공감을 이뤄 2012년 신촌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를 향한 첫발을 내딛게 되었습니다.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조성사업은 일반사업과 달리 다양한 이해관계인이 얽혀 있어 본격 착수에 앞서 정밀한 현장조사, 국내외 유사사례 벤치마킹 등 발생 가능한 문제와 갈등에 대한 대비와 고민이 이뤄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 자체를 반대하는 주민.상인부터 노점상 집단반발, 연세로 이용 불특정 다수 운전자와 통행자 민원까지 그 시작은 쉽지 않았습니다.
이에 지역주민·상인·신촌번영회·인근 백화점 등 다양한 관계자가 수시로 간담회를 열고, 구·시에서는 주민설명회를 실시하는 등 민.관 모두가 참여하는 소통형 사업으로 추진해 나가는 데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지만 신촌 연세로를 중요한 삶의 터전으로 삼아 온 노점상 문제는 풀기 쉽지 않았습니다. 막상 공사가 시작될 때도 상인들의 집회시위로 일주일 넘게 가스통을 사이에 두고 경찰과 대치하는 긴박한 상황에 이르렀지만, 상생협의회 구성을 통한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며 공사를 순조롭게 재개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면서 '신촌 연세로의 가치'는 도시재창조라는 큰 그림도 있지만, 여러 이해주체 간의 다양한 협상과 의견조정, 상생과 협치를 통해 만들어 가는 공동 화합의 장을 열었다는 데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신촌 연세로는 더 높은 꿈과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갈수록 높아지는 시민의 관심과 참여, 뜨거운 호응에 힘입어 신촌 연세로는 또다시 새로운 미래를 향해 힘차게 나아가고 있습니다.
서대문구에서는 지난해 서대문 지역발전의 대표 모델을 발굴하기 위해 신촌 지역을 중심으로 도시재생, 경제활성화, 교통환경 개선, 문화기반 조성, 상설정비 등을 주요 업무로 하는 부서를 신설하는 등 행정 역량을 더욱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번 2015 대한민국 국토도시디자인대전 대통령상 수상을 통해 다시 한 번 지금의 신촌 연세로를 함께 만들어 주시고, 또 앞으로도 계속해서 상생의 길을 열어 갈 지역 주민과 상인 여러분을 비롯한 많은 관계자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 심사평 - 이범현 국토연구원 책임연구원
"지역상권 발전 유도.. 도시재생 모범사례"
신촌 연세로는 보행환경 디자인에 대한 고려가 절실하게 요구되는 지역이기도 하다.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사업은 이런 점을 간과하지 않고 현실 여건에 맞춰 적절하게 추진한 사업이다.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조성사업은 도로의 대규모 물리적·구조적 개선보다는 교통수요관리 기법을 적용하여 교통량을 제한하고 각종 보행지장물을 정비해 보행친화적 도로디자인을 통한 사람중심의 친환경 정비사업이라는 관점에서 주목할 만한 국토도시디자인 사업이다. 또한 이런 가로정비사업을 통해 파급된 지역상권의 발전 효과도 매우 높은 사업이기도 하다. 최근 추진되는 경제적.사회적.물리적 환경개선을 도모하는 도시재생사업의 모범적 사례로 평가할 만하다.
서울시의 대표적 부도심으로 상가 밀집지역인 연세로는 상인과 주민 노점상 등 개인과 집단별로 이해관계가 복잡해 사업 추진 과정에서 많은 마찰이 발생했음에도 상생협의를 통해 갈등을 관리·조정, 사업을 원만히 추진했다. 폭 20m에 불과한 제한적인 도로공간의 효율적인 활용을 위해 교통공학적 처리기법 도입과 교통약자 및 장애인을 배려한 평면식 보도설치와 교차로를 차단하고 광장과 보행자 쉼터를 조성하고 소무대를 설치하는 등 보행자와 방문자를 위한 공공공간을 제공했다는 측면에서 창의적 가로 디자인이 돋보였다.
사업이 준공된 시점부터 평일에는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주말에는 차 없는 거리를 운영, 다채로운 행사와 문화공연을 지속적으로 개최함에 따라 연세로는 도심 속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하는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연세로 대중교통지구 조성을 위해 공공의 역할도 중요하게 기여하고 있다. 서대문구는 연세로의 문화기반 조성과 활성화를 위해 전담부서(지역활성화과)를 신설했으며 민관공동체를 구성하여 운영하고 건물주와 상인 간 임대료 동결을 위한 협약 체결, 공간적 가치 향상을 위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구축 등 지역상권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상설점검반을 편성해 지속적으로 관리 운영하고 있다.
대중교통전용지구 조성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315명 중 257명인 81.6%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실제로 연세로를 이용하는 학생과 주민 등 다양한 계층에서 지속적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최근 조사한 신촌지역의 주말 '차 없는 거리' 시행 등으로 인해 점포 이용객은 24% 늘고 매출액은 4.4%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측면에서 지역경제의 재생과 물리적 환경 개선 등이 종합적으로 이뤄진 도시재생의 모범사례로 평가할 만하다.
신촌 지역이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사업을 통해 많은 시민이 다양한 문화를 보고 즐기고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하고 변모하고 있다. 향후 신촌문화발전소 조성, 창작놀이센터 설치, 신촌산학혁신지원센터 건립과 외국관광객이 방문하는 관광명소로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ksh@fnnews.com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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