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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연상녀·연하남

정훈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8.23 17:12

수정 2015.08.23 17:12

이무송 노사연, 김태욱 채시라, 기성용 한혜진 …. 이들의 공통점은 '스타'다. 그보다 모두 초혼이면서 연상녀.연하남 커플이다. 기성용.한혜진 부부는 나이가 여덟 살이나 차이 난다. 서양에서는 연상녀.연하남 커플을 '쿠거족'이라고 한다. 원래는 퓨마(cougar)가 먹잇감을 찾아 어슬렁거린다는 의미로 밤늦게까지 파트너를 찾아 헤매는 나이 든 여성을 가리키는 속어였다. 이것이 오늘날엔 연하남과 데이트하거나 결혼하는 연상녀를 일컫는 말이 됐다.

언제부턴가 영화나 드라마에 쿠거족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그리고 연예계에도 하나둘 나오더니 연상녀와 연하남의 결혼이 어느새 트렌드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서울시가 23일 내놓은 통계자료가 이를 잘 반영한다. 작년에 결혼한 서울 거주 신혼(초혼)부부 중 연상녀.연하남 커플 비중은 15.8%에 달했다. 신혼부부 20쌍 중 3쌍이 연상녀.연하남 커플인 셈이다. 특히 작년에 탄생한 연상녀.연하남 커플은 동갑내기 커플(15.1%)을 처음으로 추월했다. 이에 따라 전통적인 연상남.연하녀 초혼부부 비중도 2004년 72.5%에서 지난해에는 68.6%로 줄었다.

연상녀·연하남 결혼 트렌드는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에서 비롯된다. 결혼 적령기의 남녀 성비가 맞지 않는 데도 이유가 있다. 하지만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면서 결혼에 대한 인식과 가치관이 많이 바뀐 게 큰 이유다. 여기에다 여성의 결혼연령이 늦춰지는 것도 한 원인이다. 실제로 여성의 초혼연령은 평균 30.7세로 10년 새 2.4세 늘었다. 이에 비해 남성의 초혼연령은 같은 기간 1.9세 늘어나는 데 그쳤다. 더불어 여성의 45.9%는 결혼을 선택사항으로 봤다. 이에 비해 남성의 45.4%는 결혼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사실 연상녀·연하남 결혼은 옛날 삼국시대에도 일반화돼 있었다. 바로 민며느리제도, 데릴사위제도 등 조혼 풍습이 그것이다. 조혼은 고려 때 원나라가 처녀들을 조공으로 요구하면서 더욱 확산됐다. 그러다 조선시대 헌법 격인 경국대전에서 남자와 여자의 혼인나이를 각각 15세, 14세로 정하면서 지금까지 '남성이 여성보다 나이가 많아야 한다'는 인식이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연상녀·연하남 커플이 좋을까, 아니면 연상남·연하녀 커플이 좋을까. 여기에 대한 정답은 없다.
부부간에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환갑의 나이에 결혼해도 사랑싸움을 하니 말이다.
부부는 그저 부부일 뿐이다.

poongnue@fnnews.com 정훈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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