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해결됐으면" 기대
회담 정회 소식에 실망.. 대피령 일부 풀렸지만 다시 반복될까 걱정도
【 인천·연천(경기)=한갑수 장충식 조상희 기자】 접경지 주민들은 남북 군사적 대치 상황을 타개할 남북 고위급 접촉이 23일 새벽 정회됐다가 오후 재개되자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면서 좋은 결과가 나와 생업에 전념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회담, 정회, 재개…긴장, 기대 교차
이날 아침 남북 고위급 접촉이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정회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대피소에 나와 있던 경기 연천.파주.김포 등 접경지역 주민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앞서 전날 접경지 10개 군.구에는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요구하는 북한의 최후통첩 시한을 앞두고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다. 대피 대상은 인천 옹진.강화 1만200명, 경기 김포.파주.연천 4200명, 강원 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 6500명 등 약 2만900명이다.
접촉이 시작됐을 때만 해도 한껏 기대에 부풀었던 주민들로서는 대피소에서 잠을 설치며 좋은 소식을 기다렸기에 실망감이 더 컸다. 강원 고성군 명파리 주민 김모씨(71.여)는 "잠자리도 불편하고 혹시 무슨 일이 있을까 하는 걱정에 잠을 거의 못 잤다"고 답답한 심정을 털어놨다.
다행히 이날 오후 3시 고위급 접촉이 재개되면서 강원도 내 5개 접경지 주민 1957명과 서해 북단 연평도 주민에게 귀가조치가 내려졌다. 전날 북측 상황을 주시하던 연평면은 남북 고위급 접촉이 이뤄지자 밤 10시10분께 주민들을 귀가하도록 했다. 고성군도 대진초등학교와 대진중고등학교 체육관으로 대피했던 명파리, 마달리, 배봉리, 화곡리 등 4개 마을 주민 398명을 23일 오전 8시께 귀가 조치했다.
■제한영농에 농민 발 동동
그러나 강원 철원군 주민 김모씨는 "농사도 못 짓고 대피하는 사태가 반복될까 우려된다"고 전했다.
접경지 주민들은 이번 남북 대치사태가 조속히 마무리돼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기원했다. 현재 강원 지역 민통선 출입은 여전히 엄격히 통제된 가운데 비닐하우스 시설채소의 상품 출하 등 제한적 영농 활동만 허용되고 있다. 도내 5개 시.군 접경지역의 안보관광지는 나흘째 운영이 전면 중단됐다. 고성군 주민 이모씨는 "농사에 종사하는 주민들은 농작물 출하가 당장 걱정"이라며 "벼를 비롯해 민통선 안에 있는 경작지 농작물도 손봐야 하는데 출입을 못하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조업통제로 발이 묶인 연평도 어민들은 하루하루 늘어나는 피해에 애간장이 탄다. 사흘째 배를 띄우지 못해 연평도 해역에 설치한 꽃게잡이용 통발이 무용지물이 될 처지다. 통발은 바닷속에 오래 두면 기껏 잡았던 꽃게가 조류에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
■꽃게잡이 통발 무용지물
박태원 연평도 어촌계장은 "설치한 통발을 철거하지 못해 피해가 갈수록 커져 답답할 따름"이라며 "본격적 출어기인 9월까지 조업이 통제되면 어민들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연평어장에서는 산란기 꽃게를 보호하기 위해 4∼6월과 9∼11월에만 조업이 허용된다. 특히 지난 4~6월 꽃게 조업기에 지난해 절반가량인 41만9000kg를 수확하는 데 그쳤기 때문에 어민들은 9~10월 조업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어민 박모씨는 "지금까지 낚싯배를 운영하는 주민들이 예약취소 등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꽃게를 수확하는 어민들도 피해를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인천과 섬 지역을 오가는 11개 항로 14척의 여객선은 모두 정상운항되고 있다.
kapsoo@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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