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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커진 글로벌 M&A시장, 한국 전망과 과제] (上) M&A '우물안 개구리' 벗어나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8.26 18:23

수정 2015.08.26 18:23

M&A 활성화 첫발은 '부정적 인식' 탈피
투자 효율화 등 요소 불구 국내선 부정적 인식 강해 대기업들 M&A 참여 꺼려
글로벌 IB와 경쟁 위해 전문가 육성도 시급

[판 커진 글로벌 M&A시장, 한국 전망과 과제] (上) M&A '우물안 개구리' 벗어나야


중국의 재채기 한번에 한국은 감기가 들 지경이다. 중국의 경제 위기에 자본 및 실물시장이 휘청이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를 산업의 체질을 바꾸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문한다. 또 그 답이 인수합병(M&A)에 있다고 말한다. 국내 M&A시장의 현주소와 나아갈 방향을 조망한다. <편집자주>
시대가 바뀌어도 인수·합병(M&A)은 증시에서 뜨거운 감자다.
과잉투자를 피하고 투자 효율화를 꾀하는 방법으로 M&A는 경영전략의 한 수단으로 자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M&A가 기업의 펀더멘털에 대한 근본적인 재평가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시장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고, 주식투자자에게도 좋은 기회가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국내 M&A시장은 여전히 '우물안 개구리' 수준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또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수단으로 M&A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M&A로 경쟁력 키우는 대기업

26일 금융투자업계와 재벌닷컴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으로 10대 그룹 계열사는 총 592개사에 달한다. 이 가운데 2010년 이후 M&A로 추가된 계열사는 98곳으로, 전체 계열사의 16.6%를 차지했다.

M&A를 통한 신규 계열사 수는 2011년 25곳에서 2013년 5곳으로 급감했다가 최근 다시 늘고 있다.

작년에는 14곳으로 늘었고, 올해 들어서는 7월 말까지만 19곳을 기록해 최근 M&A가 증가하는 추세다.

롯데그룹은 2010년 이후 M&A를 통해 계열사 81곳 가운데 바이더웨이, 현대정보기술, 롯데하이마트, 현대로지스틱스 등 19곳을 계열사로 추가했다. 현재 롯데그룹 계열사의 23.5%가 최근 5년여간 M&A로 편입된 셈이다.

GS그룹은 같은 기간 M&A를 통해 코스모신소재, 경원건설, 인천종합에너지 등 계열사 15곳을 늘렸다.

LG그룹은 더페이스샵, 해태음료, 실리콘웍스, 범한판토스 등 14곳을 추가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엔지니어링, 현대건설, 현대라이프생명보험 등 13곳을 인수했다.

현대차그룹의 현재 계열사 50곳 중 2010년 이후 M&A로 편입한 계열사의 비중은 26.0%에 달했다.

그 외 SK(11곳), 삼성(7곳), 한화(7곳), 포스코(5곳), 현대중공업(4곳), 한진(3곳) 순으로 나타났다.

기업 인수.합병(M&A) 인수금융(Loan)에 참여하는 기관투자자도 5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NH투자증권 김병연 연구원은 "인구 감소와 내수 악화에 직면하는 일본 기업은 M&A를 통해 가격지배권을 확보하고 규모의 경제를 통해 불황의 파고를 넘어섰다"면서 "또한, 산업 내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단가로 생산할 수 있는 지배적인 기업의 존재가 비효율적인 기업을 퇴출시켜 기업 간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건전한 M&A환경 조성해야

여전히 '우물한 개구리'로 평가되는 국내 M&A시장의 가장 큰 적은 부정적 인식이다. 전문가들은 선결과제로 M&A에 대한 부정적 인식부터 뿌리 뽑아야 한다는 지적이 적잖다. M&A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많아 대기업들이 진행을 꺼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사모투자펀드(PEF) 중심의 M&A가 이어지면서 인수 매물에 한계가 생기게 됐다는 설명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현금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는 대기업들이 리스크 우려 및 부정적 인식에 대한 부담으로 M&A를 꺼리면서 PEF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PEF 참여 확대도 중요하지만 안정적인 대형 M&A 성사를 통한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대기업들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글로벌 IB들과 경쟁할 수 있는 글로벌 플레이어 육성도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아직까지 이같은 크로스보더(국경 간) M&A를 자문할 수 있는 국내 금융회사가 흔치 않다. 역량도 떨어져 이를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평가다.

실제 그동안 국내 기업의 크로스보더 M&A는 골드만삭스나 JP모건, 씨티, 크레디트스위스(CS) 등 외국계 IB들이 도맡아 왔다.
그나마 국내 증권사 중 국경 간 M&A크로스보더 딜 경험이 가장 많은 곳은 삼성증권 KDB대우증권 정도다.

또 M&A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도 정비해야 한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이동규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여건은 시장 참가자(market player)들이 상당부분 이미 시장에 진입한 상태로 이해된다"면서 "따라서 시장의 현 상황을 고려한다면, 추가적인 고강도의 세제혜택보다는 거래절차를 단순화시켜주는 것이 시장경제의 원리 아래서 M&A를 활성화하는 효과적인 조치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kmh@fnnews.com 김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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