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대한민국의 '공복'들] "병원 때문에 백일된 아들과 생이별했죠" ...백령도기상대 근무 직원 울먹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9.02 15:27

수정 2015.09.02 15:27

가족과 함께 온 직원들 한 목소리로 "병원 없어 너무 힘들어"
▲지난달 24일 취재 당시 백령도기상관측소에서 근무하고 있던 직원들. 백령도관측소 직원은 모두 9명이지만 4교대로 근무하기 때문에 함께 모일 시간이 거의 없다. 왼쪽부터 김성준 소장, 오병찬 주무관, 김종역 레이더소장, 홍군제 청원경찰. /출처=장용진 기자
▲지난달 24일 취재 당시 백령도기상관측소에서 근무하고 있던 직원들. 백령도관측소 직원은 모두 9명이지만 4교대로 근무하기 때문에 함께 모일 시간이 거의 없다. 왼쪽부터 김성준 소장, 오병찬 주무관, 김종역 레이더소장, 홍군제 청원경찰. /출처=장용진 기자

백령도고층기상관측소 근무 7개월차인 오병찬 주무관에게는 막 백일이 지난 아들이 하나 있다. 아이들은 백일부터 돌사이가 가장 예쁘다는 말처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다.

하지만 오 주무관은 지금 아들을 볼 수 없다. 아들과 아내는 인천에 나가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달려가 안아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오 주무관이 아들을 볼 수 있는 것은 한달에 몇 번 되지 않는다.
'퇴근하면 밤새 헤엄이라도 쳐서 만나고 오고 싶다'는 게 그의 마음이지만 쉽지 않다.

하지만 번번히 그의 발목을 잡는 것은 여의치 않은 뱃길사정이다. 백령도에서 인천까지 뱃길은 4시간. 오전에 인천을 출발한 여객선은 정오가 조금 지나 백령도에 잠시 입항했다가 곧바로 인천으로 돌아간다. 전에는 오전에 백령도에서 출발하는 배가 있었지만 선박회사 사정으로 없어졌다.

오 주무관이 아들을 보려면 정오무렵 들어오는 여객선을 타고 인천에 들어갔다가 다음 날 오전 9시 출발하는 배를 타고 돌아와야 한다. 집에 도착해도 늦은 저녁일 수 밖에 없어 잠이 든 아이의 얼굴을 잠시 본 다음 새벽같이 배를 타고 돌아와야 하는 셈이다.

만약 기상상황이 나빠서 태풍특보라도 내리게 되면 꼼짝없이 발이 묶인다. 나갈 때 미리 복귀시점의 날씨까지 고려해야 하는 만큼 당장 날씨가 멀쩡해도 나갈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실제 기자의 경우도 태풍주의보 때문에 꼼짝없이 하루를 더 기다려야 했고 그마저 오전 중에 인천의 상황이 어떻게 됐는지를 노심초사 살펴야 했다.

원래 오 주무관은 임신한 아내를 데리고 백령도에 들어왔다. 그리고 관사에서 아들을 낳았다.

아기를 낳고 보니 백령도에서는 할 수 없는 것이 너무 많았다. 당장 정기적인 검진을 받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임신 중일 때는 어떻게 든 다녀올 수 있었는데, 강보에 쌓인 아기에게 왕복 8시간의 뱃길을 견디라는 것은 못할 짓이었다.

특히. 갑자기 밤중에 열이라도 나면 꼼짝없이 다음 날 오후를 기다릴 수 밖에 없었고 고심 끝에 아내와 아들을 내보내기로 했다.

이 같은 사정은 다른 직원들도 비슷했다. 하나같이 "학원은 백령도에서도 어느 정도 해결이 되지만 병원 문제는 심각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 역시 초등학생과 유치원생인 두 자녀를 키우고 있는데, 갑자기 아이들이 아파 난감할 때가 많았다고 했다. 119응급헬기가 있지만 뇌출혈이나 심근경색같이 초응급환자가 아니면 이용할 수 없다는 점도 아쉬웠다.


병원문제는 단순히 기상관측소 직원들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만큼 보건소에 그치고 있는 현재 의료수준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정부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ohngbear@fnnews.com 장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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