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난민 수용 거부 빈축
터키 해변에서 난민선을 탄 세살배기 어린이가 익사체로 발견된 사건이 전세계에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유럽의 난민 정책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이탈리아, 그리스, 헝가리에 체류중인 16만여명 의 난민을 EU 28개 회원국이 분산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만나 EU 회원국이 난민을 의무적으로 수용하자는 데 합의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EU집행위 관계자에 따르면 오는 9일께 난민을 분산 수용하는 문제를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이 공포할 예정이다. EU 회원국이 수용할 난민은 최소 10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국가 별로 난민 할당 인원은 국내총생산(GDP)과 인구 수, 실업률, 과거 망명 신청자 등을 기초로 산정된다.
EU는 그간 난민 문제에 소극적이었다. EU는 '난민 쿼터'를 놓고 의견이 갈라졌다. 영국, 헝가리, 폴란드 등은 난민의 의무적인 분산 수용에 반대했다. 독일은 EU의 의무 분산 수용 제안을 지지했다. 프랑스도 부정적인 입장에서 난민 할당 수용을 찬성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그러나 2017년 EU 탈퇴를 묻는 국민투표를 앞두고 있는 영국은 난민들을 의무적으로 수용하는 제안을 거부했다.
시리아 등에서 탈출한 난민들의 주요 이동경로인 헝가리, 그리스, 이탈리아 등 EU 동남부 국가들은 이미 난민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EU는 난민들이 최초 도착한 국가들이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리아 세살짜리 어린이가 터키 해변에서 숨진채 발견된 사진이 전세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자 EU는 난민문제를 더 이상 후순위로 미룰 수 없는 지경에 몰리고 있다. 특히 EU의 부국(富國)들이 뒷짐만 쥐고 있다는 비판은 거세지고 있다.
이날 FT는 '캐머런 정부의 보수적인 난민정책이 질타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7월 EU 회의에서 밀려드는 난민 중에 급한대로 우선 독일은 1만5000명, 프랑스는 6750명을 수용키로 했다. 그러나 영국은 난민 수용을 거부했다. 영국은 지난해 6월부터 1년간 공식적으로 받아들인 난민은 166명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보수당 캐머런 정부는 유럽 및 국제사회에서 비난을 받고 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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