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일반

느려서 더 행복한 가을여행, 슬로시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9.07 13:58

수정 2015.09.07 13:58

충북 제천 수산 의림지
충북 제천 수산 의림지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온다. 소중한 사람과 슬로시티로 느려서 더 행복한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사부작사부작 걷다가 만나는 마을 사람들과 나누는 이야기도 정겹다. 돌아오는 추석에 고향과 가까운 슬로시티에 들러 잠깐 쉬는 것도 좋다.

한국관광공사는 슬로시티로 지정된 11곳을 소개했다. 전라도는 완도 청산도·신안 증도·담양 창평·전주한옥마을, 경상도는 하동 악양·청송·상주, 충청도는 예산 대흥·제천 수산, 강원도는 영월 김삿갓, 경기도는 남양주 조안이 슬로시티로 지정되었다.
마을마다 슬로푸드, 염전, 한지, 옹기 등 저마다 특색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아이들과 함께하는 체험 여행으로 계획해도 좋다. 자세한 여행 정보는 대한민국 구석구석 웹사이트(http://korean.visitkorea.or.kr)에서 찾아볼 수 있다.

■더딘 풍경으로 '삶의 쉼표'가 되는 섬, 슬로시티 완도 청산도

완도 청산도는 더딘 풍경으로 삶의 쉼표가 되는 섬이다. 푸른 바다와 돌담길, 구들장논, 해녀의 미소 등은 슬로시티 청산도를 단장하는 주요 매개다. 청산도 마을을 잇는 길 이름도 슬로길이다. 국제슬로시티연맹은 2011년 청산도 슬로길을 세계 슬로길 1호로 공식 인증했다. 걷기 여행자에게 필수 방문지가 된 섬은 미역 줄기처럼 이어지는 슬로길 11개 코스를 갖췄다. 영화 서편제 촬영 무대로 유명한 당리 언덕길, 구불구불한 옛 돌담으로 채워진 상서마을 등은 대표적인 슬로길 코스다. 신흥마을 풀등해변, 해송 숲이 어우러진 지리해변 역시 슬로길이 지나는 청산의 아름다운 해변이다. 전통 어로 휘리 체험, 슬로푸드 체험 등 느림이 곁들여진 다양한 경험은 슬로시티 청산도 여행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염전, 갯벌, 해송 숲에서 즐기는 '느림의 미학', 슬로시티 신안 증도

신안 증도는 느리게 둘러보는 섬이다. 슬로시티라는 슬로건과 어울리게 섬 안의 모든 것이 더디게 흘러간다. 해무가 걷힐 무렵 태평염전 길은 몽환적인 분위기에 휩싸인다. 소금 창고들이 가지런히 늘어선 이곳 갯벌 염전은 국내 최대 규모다. 증도가 세계슬로시티로 지정되는 데도 갯벌 염전이 중요한 원인이 됐다. 증도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도 승인된 곳이다. 갯벌도립공원은 우전해변에서 화도까지 광활하게 연결된다. 물이 빠지면 짱뚱어, 농게, 칠게 등의 향연이 펼쳐진다. 짱뚱어다리 건너 만나는 우전해변을 운치 있게 거니는 방법은 소나무 10만여 그루가 늘어선 '한반도 해송 숲'을 택하는 것이다. 솔숲을 거닐며 일몰의 증도해변과 만나는 시간은 느리게 걷기에 방점을 찍는다. 염생식물원, 화도노두길 등도 함께 둘러보면 좋다.

■물길이 만나고 돌담이 잇는 고택 마을, 슬로시티 담양 창평

담양군 창평면은 고려 시대부터 존재하던 마을이다. 조선 시대 정조 때는 2400가구, 7600명이 넘는 고을이었다. 1914년 조선총독부가 행정구역을 개편하면서 담양군에 편입되기까지, 일대에서는 담양과 견줄 정도로 컸다. 고씨 집안의 고택과 문화재로 지정된 옛 담장이 유구한 역사를 대변한다. 창평면은 지난 2007년 신안 증도, 완도 청산도 등과 함께 아시아에서 처음 슬로시티로 지정되며 다시 주목받았다. 월봉천과 운암천, 유천 세 갈래 물길이 만나 삼지내(삼지천)마을로도 불리는데, 창평의 역사와 유산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자부심이 남다르다.

마을 여행은 이야기길 3개 코스를 따라 일대를 크게 둘러볼 수도 있고, 돌담 중심으로 알차게 탐험할 수도 있다. 쌀엿과 한과 등이 유명하며, 다채로운 슬로시티 체험 역시 장점이다. 슬로시티방문자센터나 창평면사무소 앞 달팽이가게에서 자료를 얻은 뒤 출발해도 좋다. 다만 사람이 사는 만큼 예의를 지켜야 한다.

■한복 입고 걷고, 춤추고, 노래하는 슬로시티 전주한옥마을

전주는 후백제의 도읍이었으며, 조선 태조의 본향으로 왕조의 뿌리다. 또 한식과 한복, 한지 등 우리 문화의 참맛이 살아 있는 고장이다. 풍남동과 교동 일대 전주한옥마을은 그 중심이다. 일제강점기 일본 상인들에 대항해 조성한 한옥촌으로, 세월이 흘러 전주를 상징하는 마을로 자리매김했다. 태조의 어진을 모신 경기전, 천주교의 성지 전동성당, 한류 영화와 드라마의 촬영지 전주향교 등에서 우리 문화의 면면을 만날 수 있다. 한지 공예, 부채 만들기 등 다양한 전통 공예 체험도 가능하다. 근래 들어서는 '한복데이'가 생기며 한복 차림으로 한옥마을에 오가는 젊은이가 많다. 전통 공연 역시 각광받는다. 공연만 보는 게 아니라 식사나 체험 등을 결합해 한옥마을을 한층 풍성하게 누리도록 돕는다. 비빔밥, 오모가리탕, 콩나물국밥 등 먹거리도 빠질 수 없다. 전주한옥마을은 전통과 문화, 활기 넘치는 사람들의 슬로시티다.

■차와 문학의 향기가 배어나는 슬로시티 하동 악양

하동 악양면은 차와 문학, 고향의 향기가 스민 고장이다. 2009년 세계에서 111번째, 국내 5번째로 슬로시티 인증을 받았다. 여행은 최참판댁에서 시작한다. 박경리 작가의 토지 배경인 평사리 언덕에 소설 속 모습을 재현한 최참판댁이 있다. 바로 아랫길에 드라마 토지 세트장도 있다. 토지에 나오는 최참판댁의 실제 모델은 조씨 고가다. 박경리 작가가 최참판댁을 묘사하면서 이 집을 모델로 삼았다고 알려진다. 평사리 들판과 동정호는 느린 걸음으로 산책하기 좋다. 하덕마을 골목길갤러리 섬등은 벽화를 통해 이곳 주민의 삶과 이야기를 엿보는 공간이다. 벽화를 감상한 뒤 매암차문화박물관에서 차 한잔 마시며 여유를 즐기자. 문암송과 평사리공원의 일몰도 볼 만하다. 사위가 어둠에 잠기면 마을이 별처럼 빛난다. 이곳에서 묵는 하룻밤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 추억이 된다.

■자연의 속도로 몸과 마음을 치유하다, 슬로시티 청송

푸른 솔의 고장 청송(靑松)은 산과 숲으로 둘러싸인 지역 특색을 살린 산촌형 슬로시티다. 남보다 빨리 가기보다 자연의 속도에 맞춰 살면서 함께하는 즐거움을 찾는다. 경관이 수려한 주왕산과 주산지, 선조의 생활 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한 덕천마을과 중평마을, 전통문화의 멋을 느낄 수 있는 청송백자와 천연 염색, 전통 한지, 옹기까지 다양한 매력이 넘친다.

송소고택을 중심으로 한 덕천마을이 있는 파천면, 주왕산과 주산지가 있는 부동면이 지난 2011년 국제슬로시티로 지정됐다. 덕천마을에서는 고택 체험을 기본으로 민속놀이, 다듬이질, 천연 염색, 농사 체험이 가능하다. 닥나무가 한지가 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전통 한지 체험, 재래식 수작업으로 빚는 청송백자와 청송옹기 체험도 특별하다.

신안 증도 짱뚱어 해수욕장의 해질무렵 풍경
신안 증도 짱뚱어 해수욕장의 해질무렵 풍경

■쌀·곶감·누에고치 느리게 완성되는 세 가지 아름다움, 슬로시티 상주

넓은 들녘에서 난 쌀, 하얀 분으로 덮인 달콤한 곶감, 질 좋은 명주실을 생산하는 누에고치가 경북 상주의 삼백(三白)이다. 슬로시티 상주는 삼백의 이미지를 살려 '화이트 슬로시티'를 슬로건으로 한다. 느리게 완성되는 세 가지 아름다움이 슬로시티의 정신에 맞아떨어진다.

상주는 지난 2011년 6월에 슬로시티로 지정됐으며, 함창읍·공검면·이안면 지역을 대상으로 한다. 함창명주박물관에 가면 상주슬로시티방문자센터가 있으며, 바로 옆에 명주테마파크, 경상북도잠사곤충사업장에서 운영하는 누에곤충체험학습관과 나비생태원, 천연 염색을 체험할 수 있는 공방 등이 한자리에 모였다. 허씨비단직물, 상주옹기장, 함창향교, 상주공검지, 이안면 백련단지 등도 함께 둘러보면 좋다.

■느리고 한갓지게, 삶이 살찌는 슬로시티 예산 대흥

슬로시티 대흥은 예당저수지 주변을 아우른다. 그 가운데 대흥면 교촌리, 동서리, 상중리가 슬로시티의 중심이다. 대흥읍성이 있던 자리로, 과거 백제 부흥군의 거점인 봉수산 임존성 자락 아래다. 교과서에 실린 '의좋은 형제' 이야기가 유래한 마을이기도 하다. 역사와 전통, 자연 생태가 슬로시티 취지에 부합한다.

슬로시티 대흥을 여행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발끝으로 천천히 누려보는 게 으뜸이다. 느린꼬부랑길이나 손바닥정원길은 처음 방문하는 여행자도 쉽게 돌아볼 수 있는 코스다. 느린꼬부랑길은 마을의 자연과 역사를, 손바닥정원길은 마을 사람들이 직접 가꾼 정원과 슬로시티의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슬로시티방문자센터에서 지도를 구한 뒤 출발하면 좋다. 매월 둘째 토요일에는 의좋은형제공원에서 의좋은형제장터가 열린다.

■청풍호를 바라보며 자리 잡은 슬로시티 제천 수산

제천 청풍호 동쪽에 자리한 수산면이 2012년 10월 슬로시티 인증을 받았다. 청풍호, 금수산, 자드락길 등 자연 풍광이 아름다운데다 산야초마을과 능강솟대문화공간 등 체험 공간이 다양해 힐링 도시의 면모를 잘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슬로시티 수산을 가장 잘 경험할 수 있는 곳이 청풍호자드락길 6코스 괴곡성벽길이다. 들머리인 옥순봉쉼터에서 한 시간 정도 가면 백봉전망대에 닿는데, 이곳에서 바라보는 청풍호가 절경이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산야초마을로 향한다. 청풍호를 바라보는 야트막한 언덕에 자리 잡은 마을로, 비누 만들기와 손수건 염색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솟대를 모아놓은 능강솟대문화공간과 금수산 의상대 아래 자리한 정방사도 느리게 사는 마을 수산면을 느끼기에 모자람이 없는 곳이다.

■시 한 수에 절로 느려지는 발걸음, 슬로시티 영월 김삿갓

영월 옥동천 자락에 있는 김삿갓면은 강원도에서 처음 슬로시티로 지정된 곳이다. 흔히 김삿갓으로 부르는 난고 김병연의 유적지가 있는 곳이다. 땔나무가 없다는 핑계로 길손을 내쫓는 개성의 인심을 비꼬거나, 한자의 운을 빌려 세상사의 흐름을 재미나게 표현한 시구 등 김삿갓의 재치를 엿볼 수 있는 시비와 김삿갓 묘소가 있어 돌아볼 만하다. 유적지 가까이 자리한 난고김삿갓문학관도 들러보자. 김병연의 생애와 문학 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으로, 김삿갓의 발자취를 좇아 일생을 바친 정암 박영국 선생의 연구 자료가 전시된다. 서민의 삶이 녹아든 민화를 감상할 수 있는 조선민화박물관, 아프리카 전통 예술을 엿볼 수 있는 영월아프리카미술박물관도 함께 돌아보면 좋다.

■강바람 맞으며 느리게 느리게, 슬로시티 남양주 조안

남양주시 조안면은 수도권에서 처음 슬로시티로 지정된 곳. 북한강과 남한강의 수려한 자연, 다산 정약용 생가와 박물관 등 전통 유산, 깨끗한 물과 토양이 어우러져 생태 도시의 전형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았다. 슬로시티문화관은 조안면을 소개하는 곳으로, 슬로시티의 개념과 세계 슬로시티 인증 마을, 조안면의 특징 등을 살펴볼 수 있다.


남양주유기농테마파크는 국내 최초 유기농 테마파크다.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코코몽 캐릭터를 활용해 유기농 관련 각종 놀이 체험을 제공한다.
정약용이 태어난 마현마을과 다산유적지,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능내역, 아름다운 물의 정원, 운길산 중턱에 자리한 수종사 등도 '느린 마을' 조안을 느낄 수 있는 여행지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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