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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엘리자베스 2세

김승중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9.10 17:02

수정 2015.09.10 17:02

영국 역사상 최장 재위 군주가 탄생했다. 2만3226일(63년7개월3일)간 왕의 직분을 수행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다. 고조모 빅토리아 여왕의 63년7개월2일을 넘어섰다. 그는 기념식 대신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출발하는 열차를 탔다. 동반자는 스코틀랜드 독립을 주장하는 니컬라 스터전 스코틀랜드자치정부 수반. 영국 연합왕국(United Kingdom)을 지키려는 여왕과 영연방을 해체하려는 여인의 동행이었다.

엘리자베스 2세의 즉위는 드라마틱하다. 조지 6세의 맏딸로 태어난 그는 원래 왕위 계승 우선순위에 들지 못했다. 그런데 '세기의 사랑'을 선택한 큰아버지 에드워드 8세가 왕위를 내던졌다.
즉위 325일 만의 일이다. 왕이 된 아버지는 1952년 숨을 거둔다. 케냐 여행 중 부왕의 급서 소식을 접한 25세의 공주는 런던행 비행기에 오르는 순간부터 여왕이 된다.

그는 고고한 기품을 잃지 않으면서도 소리 없이 왕실의 권위를 지켜내려 애써 왔다. 선대 왕들과 달리 홍콩을 반환하는 등 제국주의 시대를 청산하는 데 반세기를 보냈다. '군림은 하되 통치는 하지 않는 제왕'으로 살아온 그에겐 항상 '변함없는 엘리자베스'라는 칭호가 따라다닌다. 반면 자녀들은 속을 많이 썩였다. 찰스 왕세자의 이혼에 이어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죽음이 그를 힘들게 했다. 앤드루 왕자와 앤 공주 역시 이혼으로 왕실을 시끄럽게 만들었다.

장기통치 군주는 엘리자베스 2세뿐만이 아니다. 현재 생존하는 국왕 중 최장 재위 군주는 태국의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으로 69년째다. 프랑스 루이 14세는 무려 72년110일 동안 국왕으로 군림했다. '강건성세(康乾盛世)'의 서막을 연 청나라 강희제는 61년간 중국을 다스렸다.

요즘은 왕좌에서 스스로 내려온 국왕이 많다. 39년간 재위한 스페인의 후안 카를로스 1세는 지난해 아들 펠리페 6세(47)에게 왕위를 넘겼다. 벨기에의 알베르 2세, 네덜란드의 베아트릭스도 왕세자에게 양위했다. 카타르에서도 하마드 빈 할리파 알사니가 상왕으로 물러났다. 대부분 고령, 건강 악화 등이 이유다.

엘리자베스 2세 이후 왕위 승계 1순위는 아들인 찰스 왕세자다. 63년 동안 왕세자로 있다.
이 역시 영국 사상 최장이다. 영국 국민은 '여왕폐하만세'(God Save the Queen)를 부르고 있지만 이를 듣는 늙은 왕세자의 마음은 복잡할 것 같다.
영국 왕실은 국왕의 통치가 사망할 때까지 이어지는 전통이 수립돼 있다.

sejkim@fnnews.com 김승중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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