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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값 못하는 사회책임투자펀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9.10 17:54

수정 2015.09.10 21:48

34개 사회책임투자펀드 중 27개는 삼성전자 비중 1위 보유비중 상위 5개 종목은 시총 '톱10' 기업에만 몰려
국내 사회책임투자펀드 SRI지수·종목 추종 한계
이름값 못하는 사회책임투자펀드

국내 사회책임투자펀드(SRI) 대부분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아모레퍼시픽 등 시장 흐름에 편승한 곳이나 대기업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SRI펀드는 재무적 수익 외에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기업지배구조(Governance) 등 기업의 장기존속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도 함께 고려한다. 이들 펀드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 투자함으로써 투자수익 달성은 물론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강조한다.

펀드 이름에도 '좋은세상만들기' '아름다운' 등을 가져다 붙여 사회책임 투자를 강조한다.

하지만 최근 SRI펀드의 종목구성 뿐만 아니라 운용특성에서도 일반주식형펀드와 유사한 성향을 나타내 무늬만 'SRI'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10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펀드 내 보유비중 상위 5개 종목은 시가총액 '톱10' 기업에 몰려 있다.

■'무늬만 사회책임투자 펀드'

국내 기업 주식에 투자하는 34개 사회책임투자 펀드 가운데 27개가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삼성전자를 상위 1위 종목으로 보유하고 있다. 이들 펀드가 투자하는 주식(톱 5 종목 기준) 가운데 삼성전자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17.05%에 달한다.

시총 2위 기업인 현대차와 9위인 기아차를 상위 5개 종목으로 보유중인 펀드가 9개나 됐다.

중국발 수혜주로 꼽히는 아모레퍼시픽을 보유하고 있는 펀드는 15개에 달했다.

또 13개 펀드가 SK하이닉스를 톱5 종목에 담고 있었다.

롯데그룹계열의 롯데케미칼도 3곳이나 톱5 종목으로 보유했다. 롯데그룹은 최근 10년간 5대 대기업 집단 중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법 위반 행위를 가장 많이 적발한 곳이다. 2005년부터 올해 9월 현재까지 롯데는 공정위 소관 법률 위반으로 총 147건에 달하는 고발, 과징금 등의 처분을 받았다.

이밖에도 효성, 현대모비스, 한화케미칼, 한전KPS, 제일모직, 엔씨소프트, SK이노베이션, POSCO, LG화학, CJ 등 대기업이 주로 보유비중 상위 5개 종목에 포함됐다.

이는 유가증권시장 우량종목으로만 구성된 코스피200지수를 따르는 펀드들과 차이가 없는 구성이다.

■"편입종목 제한적…투자원칙 명확해야"

왜 이런 현상이 오랫동안 지속되는 것일까.

국내의 사회책임투자가 한국거래소의 사회책임투자지수(SRI지수)와 종목을 따르고 있는데서 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사회책임투자지수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에서 평가한 우수기업으로 구성한다.
지난 7일 발표된 2015년 평가에서 S, A+, A, B+, B, C, D 등으로 나뉜 7개 등급 가운데 삼성전자는 A등급을, 기아차와 아모레퍼시픽은 B+등급을 받았다.

경제개혁연구소 이수정 연구원은 '국내 SRI 펀드 운용현황'이란 보고서를 통해 "시가총액이 높은 회사일수록 친환경 경영과 우수한 기업지배구조를 갖췄을 가능성이 높아 대형주 위주의 투자는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있다"면서 "그러나 국내 SRI펀드에 투자의 원칙에서 기본적으로 배제해야 할만한 종목(담배나 정유사, 무노조 경영이 원칙인 회사)까지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고서는 "결국 펀드 이름에 SRI란 단어를 넣었을 뿐 기존 펀드와 편입종목, 수익률면에서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면서 "이러한 인식이 SRI펀드 운용액감소로 이어져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kmh@fnnews.com 김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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