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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다 가봤다고? 당신이 모르는 홍콩이 있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9.17 18:11

수정 2015.09.17 18:11

여기, 낯선 홍콩에 반하다
1. 란타우섬 타이오마을: 수상가옥 빼곡한 어촌풍경
마작판 벌이는 주민들 사이로 육포·쥐포 굽는 냄새 지글지글, 냄비뚜껑만한 계란빵도 이곳의 명물이죠. 골목길, 간판 없는 카페 테라스에 앉아 차 한잔 기울이며 조용한 휴식 '강추'

2. 홍콩섬 북쪽 소호거리: 문화·예술의 메카가 된 곳
비탈길 옆으로 예술가들 작업공간 빼곡. 도심으로 이어지는 샛길엔 카페, 외국요리 음식점 많아… 프랑스 요리도 착한 가격에 즐길 수 있어요.

3. 센트럴 부둣가와 침사추이: 낮보다 화려한 홍콩의 밤
마천루 사이로 터져나오는 백만불짜리 레이저쇼를 감상했다면 이젠 배를 채울 시간. 지하철 코즈웨이베이역으로 가보세요.

오밀조밀 전통 홍콩음식을 맛 본 후 침사추이역 너츠포드테라스에서 맥주 한잔 기울인다면, 당신은 완벽한 '홍콩 마니아'
홍콩 다 가봤다고? 당신이 모르는 홍콩이 있다!


까오룽반도에서 바라본 홍콩 도심의 야경(위 사진)과 란타우섬 내 타이오마을의 수상가옥. 첨단 문물이 반짝거리는 도시와 시간이 멈춘 듯 옛 모습을 간직한 어촌의 낭만이 공존하는 이곳. 흔히 알던 쇼핑, 그 이상의 홍콩이다. 사진=박종원 기자
까오룽반도에서 바라본 홍콩 도심의 야경(위 사진)과 란타우섬 내 타이오마을의 수상가옥. 첨단 문물이 반짝거리는 도시와 시간이 멈춘 듯 옛 모습을 간직한 어촌의 낭만이 공존하는 이곳. 흔히 알던 쇼핑, 그 이상의 홍콩이다. 사진=박종원 기자


【 홍콩=박종원 기자】 모처럼 휴가를 얻었다. 좀 이국적이면서도 깨끗한 곳에서 쉬고 싶지만 좁은 비행기 좌석에 하루 종일 갇혀 있을 생각은 없다. 중국이나 일본은 글쎄. 한참 돌아다녀야 할 텐데 짜놓은 계획도 없고 여행 블로그 뒤지기도 귀찮다. 어디 한 곳에서 느긋하게 쉬고 싶다.

가까운 홍콩에 눈길이 간다.
거긴 쇼핑하는 곳 아닌가? 딱히 살 게 없는데….

홍콩은 지난해 방문객 중 36%가 재방문일 정도로 다시 찾는 이들이 많다. 반환 이후 중국색이 진해졌지만 홍콩이 지닌 독특한 개성은 바래지 않았다. 아늑한 산책과 산뜻한 문화기행, 화려한 밤거리를 동시에 즐기고 싶다면 홍콩에 가자. 아시아의 진주는 쇼핑만으로 빛나는 것이 아니다.

까오룽반도 침사추이 인근 너츠포드테라스
까오룽반도 침사추이 인근 너츠포드테라스


■란타우 섬, 홍콩에 이런 곳이?

첵랍콕국제공항이 들어선 란타우섬은 대부분 산지로 홍콩섬이나 까오룽반도에 비해 꽤나 호젓하다. 섬 안에서 이동하려고 해도 일반적인 붉은색 홍콩 택시 대신 연청색 전용택시를 타야 한다.

섬과 도심을 잇는 지하철 종점인 퉁청역에서 차로 서쪽을 향해 달리면 흔히 떠오르는 홍콩의 이미지와 다른 풍경을 만난다. 구불구불한 산길 가운데 차가 멈추기에 봤더니 방목하는 소떼가 길을 메우고 있다. 약 50분 만에 타이오마을에 도착했을 때 여기가 정말 홍콩인지 또 한번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타이오마을은 강 하구에 자리 잡은 어촌으로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강을 따라 빼곡히 들어찬 수상가옥들이 시야를 압도한다. 대나무로 기초를 세운 집들 사이로 마작이나 카드판을 펼쳐놓은 주민들이 눈에 띈다. 마을 초입에 늘어선 수산시장에는 육포와 쥐포 굽는 냄새가 자욱하다. 마을의 명물인 냄비뚜껑만한 계란빵도 시내 에그타르트 못지않은 별미다.

좁은 골목 사이에 간판도 없이 숨겨진 카페 테라스에 앉아 차 한 잔을 기울이면 이만한 휴양이 또 있나 싶다. 홍콩에서 조용한 휴식이 필요하다면 아직도 거리에 영화 '소오강호' 주제곡이 흐르는 타이오마을이 제격이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포구에서 출발하는 분홍 돌고래 투어도 매력적이다.

타이오마을의 사색이 성에 안찬다면 디스커버리베이를 추천한다. 란타우섬 북동쪽에 위치한 해변으로 도심 인근 해변들보다 차분할 뿐더러 엄격한 수질 관리로 유명하다. 여기에 해변에 늘어선 유럽풍 카페들이 이국적인 분위기 자아내는데다 밤이면 홍콩 디즈니랜드의 불꽃놀이를 감상할 수 있다. 해변 가까이에 홍콩섬 센트럴 선착장을 오가는 고속페리가 있으니 꼭 한번 들러보자.

■예술과 문화의 거리 소호는 어때?

홍콩섬 북쪽 비탈에 웅크린 소호 거리는 한국의 인사동과 비슷하다. 중국이 개방되기 전에는 중국 고미술품 거래의 중심지였지만 지금은 문화와 예술의 메카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장소를 꼽는다면 PMQ(Police Married Quarters)를 빼놓을 수 없다.

PMQ는 1951년부터 홍콩 경찰의 기혼자 숙소로 쓰인 곳으로 2000년 이후 방치되던 건물이었다. 홍콩 정부는 2010년 버려진 건물을 신흥예술인을 위한 예술지원센터로 활용하기로 결정,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운영에 들어갔다.

건물 안을 거닐다보면 흡사 1980~1990년대 초등학교 같다. PMQ에는 130여개의 갤러리와 공방들이 입주한 만큼 복도에 달린 유리창을 통해 장인들의 작업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공방들 사이로 작품들을 살 수 있는 공간도 있으니 놓치기 아쉽다. 주로 홍콩 예술가들이 입주해 있지만 해외 예술가들의 작업 공간도 적지 않아 간간히 한글이 적힌 설치물도 보인다.

PMQ에서 조금 더 걸을 수 있다면 할리우드로드를 따라 북서쪽으로 가보자. 도로 왼편에 자리 잡은 포힝퐁거리와 타이핑샨거리 일대는 최근 포호(POHO)라고 불리며 소호 못지않은 예술거리로 탈바꿈한 곳이다. 갖가지 벽화로 가득한 거리 곳곳에는 유명 화랑과 젊은 예술가들의 공예품 전시장 등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아기자기한 예술품에 관심이 많은 여행자라면 여기서 발길을 떼기 어려울 것이다.

문화의 거리라는 명성에는 물론 먹거리도 포함돼 있다. 할리우드로드에서 도심으로 내려가는 샛길 사이에는 갖가지 외국 요리를 다루는 소형 식당들이 숨어있다. 저렴한 가격으로 프랑스 코스요리를 맛보거나 현지인들도 즐겨찾는 맛집이 궁금하다면 주택가 골목 주변을 꼼꼼히 살피자.

■낮보다 밤이 아름다운 도시, 홍콩

홍콩을 이야기할 때 야경을 빼놓을 수 없다. 여유가 있다면 빅토리아피크까지 올라갈 수 있지만 시내에서도 그에 못지않은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지난해부터 센트럴의 명소로 떠오른 대관람차를 이용한다면 말이다.

홍콩섬 센트럴 부둣가에 위치한 이곳은 겉보기에 영국 런던의 명물 '런던아이'를 닮았다. 홍콩섬에서 레이저쇼가 펼쳐지는 오후 8시쯤 관람차에 오르면 백만불짜리 야경을 코앞에서 만끽할 수 있다.

또한 여행자의 하루를 완벽히 마무리하려면 훌륭한 저녁식사는 필수다. 지하철 코즈웨이베이역 주변에는 전통 홍콩음식점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다. 딤섬도 좋지만 홍콩에 왔다면 매운 게요리를 지나칠 수 없다.

배를 채웠다면 낭만을 채울 차례다. 마천루의 도시 홍콩에서는 중.소형 호텔에서 운영하거나 따로 고층빌딩 위에 영업하는 옥상 바를 쉽게 만날 수 있다. 가격은 바마다 다르지만 한국과 큰 차이가 없다. 연인이 함께 왔다면 향초 가득한 야외 바에 앉아 와인 잔을 기울이며 홍콩의 야경을 바라보는 정취가 각별하다.

혼자라도 상관없다. 까오룽반도 지하철 침사추이역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너츠포드테라스에 닿는다. '까오룽반도의 란콰이퐁'으로 유명한 거리에는 이색적인 식당과 유럽식 펍, 카페가 즐비하다. 여행의 피로를 날려버릴 맥주 한잔이 간절하다면 이곳에 들어서는 순간 가까운 야외테이블에 주저앉게 될 것이다.


좀 더 번잡한 곳을 찾는다면 역시 란콰이퐁에 가야 한다. 소호 남동쪽에 위치한 홍콩 최대 유흥가에서는 전 세계 모든 인종과 친구가 될 수 있다.
거리를 가득 채운 펍과 클럽에는 자정이 넘어도 사람이 줄지 않는다.

pjw@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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