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현장클릭] 잘 팔린다 말 못하는 화학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9.24 18:18

수정 2015.09.24 18:18

화학업계에선 특정 제품의 업황이 좋아도 '잘 팔린다'고 홍보하지 않는다. 석유화학제품이 수십종의 다양한 제품군을 가졌기 때문에 같은 제품을 생산하는 국내 기업은 손에 꼽을 만큼 적고, 그 소수업체가 시장을 점유하기 때문이다.

생산량과 거의 비례하는 시장 점유율도 크게 바뀌지 않기 때문에 특정 제품에 대한 새로운 생산자 진입을 막기 위해서라도 '사업이 잘 된다'는 말을 꺼린다. 원료수급과 기술력 등 후발주자가 쉽게 뛰어들기 힘든 시장 구조가 이어지다보니 하나의 사업자만 더 생겨도 당장 공급 과잉으로 이어져서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일부 시장에서 경쟁업체가 진입을 시도, 기존 업체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합성고무의 일종인 EPDM은 국내 화학사 중 SK종합화학과 금호폴리켐만 생산하고 있는데 오는 2016년부터는 롯데케미칼도 시장에 뛰어들 예정이다. 합성고무와 고기능성 합성고무인 BR, SSBR도 현재 금호석유화학과 LG화학만 생산하고 있지만 2년 뒤부터는 롯데케미칼이 상업생산을 시작한다.

실제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P)의 일종인 폴리카보네이트(PC) 원료로 쓰이는 BPA의 경우 LG화학, 금호피앤비화학만 생산하고 있었는데 지난 2012년 삼양이노켐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가격이 급락했다. 삼양이노켐이 상업생산을 시작할 즈음 LG화학과 금호피앤비화학도 각각 생산라인을 증설해 국내 BPA 생산량이 2배나 늘어났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새 라인 증설이 곧 사업영역 확대로 이어지고, 시장에 공급이 늘어나면서 가격 하락으로 바로 이어진다"며 "서로 지나친 경쟁은 피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특정 제품이 소위 '잘 나간다'고 알려지게 되면 공장 신설이나 증설을 급히 결정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공장 증설 후엔 이미 시황이 달라질 뿐 아니라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증설 결정 당시 만큼의 기대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 특정 제품으로 이익을 많이 거뒀다고 알려지면 구매 업체에서 단가를 내려달라고 요구하기 때문에 여러모로 좋은 소식이라도 언급을 피하고 싶다는 게 화학업체들의 속사정이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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