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양쪽 측두엽에 있는 해마는 장기 기억을 담당하는 부위로 알려졌다. 학습한 내용이 뇌에 장기 기억으로 저장되려면 이 해마에서 단백질 합성이 일어나야 한다. 그러나 장기 기억이 형성될 때 수만개에 달하는 전체 유전체 중 어떤 유전자가 단백질로 만들어지는지 등은 기술적 한계로 인해 밝혀지지 못했다.
이와 관련 강 교수와 김 단장 연구팀은 수천 개의 유전자가 단백질로 만들어지는 정도를 한꺼번에 측정할 수 있는 '리보솜 프로파일링'(RPF) 기술을 도입, 장기 기억이 형성될 때 뇌의 해마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장기 기억이 형성될 때 해마에서의 전체적인 단백질 합성 효율은 낮게 유지된다는 점을 발견했다.
신장이나 간, 고환 등 다른 조직에서와 달리 해마에서는 유전자가 단백질로 만들어지는 과정의 하나인 '번역' 작용을 담당하는 리보솜 단백질이 적게 생성됐던 것이다.
이는 장기기억을 만들 때 신경세포에서 단백질 합성이 매우 활발하게 일어날 것으로 본 연구진의 예측과 정반대의 현상이다. 이번에 연구진이 발견한 합성이 억제되는 유전자는 모두 20여개다.
강 교수는 "장기 기억을 뇌에 저장할 때 어떤 유전자들이 관여하는지를 총체적으로 밝혀내 앞으로 관련 연구 분야에서 새 도약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며 "기억 억제 유전자들을 찾았다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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