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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라노 이리나 룽구 "비올레타는 사회에 맞선 자유로운 영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0.12 16:38

수정 2015.10.12 22:22

fn-성남아트센터 공동제작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소프라노 이리나 룽구
비올레타 역할로만 110번째 무대 "매번 새롭지만 진정성 변함없어"
비올레타 역을 맡은 소프라노 이리나 룽구
비올레타 역을 맡은 소프라노 이리나 룽구

전 세계 오페라 관객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작품, 가장 많이 공연되는 오페라. 주세페 베르디(1813~1901)의 대표작 '라 트라비아타'다. 한국에서 가장 처음 공연된 유럽 오페라도 이 작품이다. 1948년 국내 초연된 이래 꾸준히 무대에 오르고 있다.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펼쳐지는 남녀간의 사랑과 욕망, 이별, 아버지와의 갈등 등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가 가슴을 울린다.

성남아트센터가 파이낸셜뉴스와 공동제작으로 오는 15~18일 무대에 올리는 작품도 '라 트라비아타'다.
개관 10주년 기념작이자 자체제작 오페라로는 7년 만의 대작이다. 이 작품을 시작으로 성남아트센터는 매년 오페라를 한 편씩 제작할 계획이다. 그 첫 발을 '라 트라비아타'로 내딛는 이유에 대해 정은숙 성남아트센터 대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연된다는 것은 그만큼 인정받은 작품이라는 뜻이다. 순수한 사랑을 주제로 해 관객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꽃은 여자 주인공 '비올레타'다. 상류사회 남성의 사교계 모임을 따라다니며 가무에 능하고 교양까지 갖춘 '고급창녀'다. 사랑을 믿지않던 비올레타는 청년 알프레도를 만나 진정한 사랑을 깨닫게 되지만 알프레도의 아버지인 제르몽의 반대와 폐결핵으로 깊어진 죽음의 그늘은 결국 이들의 사랑을 비극으로 치닫게 만든다.

소프라노 이리나 룽구 "비올레타는 사회에 맞선 자유로운 영혼"


이번 공연에서 '비올레타'를 맡은 러시아 출신의 소프라노 이리나 룽구는 "비올레타는 모든 소프라노들이 꿈꾸는 역할이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역할"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리나 룽구는 2015-2016 시즌에만 오스트리아 비엔나 국립 오페라하우스, 이탈리아 나폴리 산카를로 극장, 스위스 취리히 오페라하우스, 독일 함부르크 국립오페라하우스, 베를린 도이치 오페라하우스 등 유럽 5개 극장 공연에 출연하는 세계 최고의 프리마돈나다.

이리나 룽구는 아름다운 외모로도 유명하다. 이번 작품에 알프레도의 아버지인 제르몽으로 출연하는 바리톤 유동직은 "바리톤으로서 항상 자부심이 있지만 이번처럼 소프라노가 아름다울 땐 상대역인 테너가 부럽기도 하다"며 농담 섞인 진심을 말하기도 했다. 이리나 룽구는 "요즘 시대에 외모도 중요하지만 외모가 다는 아니다"라며 "성악가는 목소리와 내면의 감정으로 연기하고 음악을 풀어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올레타는 억압적인 사회에 맞선 자유로운 영혼, 자유의 상징이다. 여성이자 무대에 오르는 소프라노로서 그의 삶에 많은 부분 공감이 간다"고 덧붙였다.

이리나 룽구는 비올레타 역할을 숱하게 맡았다. 그동안 15~16개 프로덕션에서 109번 연기했고 이번 무대가 110번째다. 한국에 온 것은 이번이 세번째다. 이리나 룽구는 "비올레타는 아무리 많이 해도 지겹지 않은 역할"이라며 "작품, 무대, 함께하는 배우에 따라 나의 비올레타는 매번 달랐다. 성장하고 변화했다"고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라 트라비아타'는 2007년 이탈리아 라스칼라 극장과 2012년 비엔나 국립오페라하우스에서의 공연. 전자는 전통적인 의상과 스토리로 원작에 충실한 버전이었고, 후자는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굉장히 상반되는 느낌이었다는 것. 그는 "서로 다른 의미에서 아주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이번 '라 트라비아타'는 현대적인 무대와 의상으로 시공간을 초월한다. 비올레타가 미니스커트를 입고, 귀족들은 반바지를 입고 수영장에 발을 담그며 한 여름의 크루즈 파티를 즐긴다.
과거, 현대라는 시점을 정해놓진 않았지만 모든 관객들이 무대를 낯선 세계로 느끼지 않도록, 새롭지만 친근감 있는 공간으로 꾸민다. 이 작품을 연출하는 장영아 연출은 "원작의 재현, 고증이 아니라 재해석하고 현대적 감성을 나누는 데 집중했다"며 "베르디도 처음 이 작품을 썼을 때 당대 관객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동시대성을 원했다"고 설명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공연에 대한 이리나 룽구의 기대감도 높다. "이번에 연기할 비올레타는 어떤 모습일지 스스로도 궁금해요. 그동안 항상 다른 비올레타를 연기했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진정성이에요. 진지한 마음으로 즐겁게 준비하면 무대에 올랐을 때 한국 관객들도 함께 즐기실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dalee@fnnews.com 이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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