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옷·신발 가게 등을 판매하는 자영업자들이 소비자들에게 공공연히 현금 사용을 강요하고 있다. 현금 가격과 신용카드 가격을 달리 정해 놓고 카드로 계산하면 높은 금액을 요구하는 것이다. 부가가치세 등을 피하기 위한 일종의 탈세다.
■현금 OK, 카드 NO…탈세 11조원 웃돌아
15일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자영업자들은 1인당 평균 207만원의 소득세를 내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자영업자 수가 약 565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전체 소득세 탈루 규모는 11조6900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지난해 발생한 세수결손이 10조9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자영업자들이 탈세한 세금만 거뒀어도 지난해 세수결손을 상쇄했을 것이라는 가정이 가능하다.
자영업자들의 탈세 방법 중 가장 보편적인 것이 현금 결제시 가능한 낮은 가격으로 소비자를 유도, 카드로 결제하려 하면 추가 금액을 요구하는 것이다.
실제 서울 노량진의 대형 음식점에서는 한 장에 4500원인 식권을 '현금특별할인'으로 10장을 3만9000원 등에 판매하고 있었다. 강남 고속터미널역 지하쇼핑몰에서는 1만, 2만원 등 옷에 가격표가 붙어 있었지만 카드를 제시하면 추가요금을 요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고속터미널역 한 프랜차이점 화장품점 직원 장모씨(31)는 "프랜차이점을 빼고 자영업하는 사람들은 거의 현금가와 카드가를 다르게 받는다"고 전했다.
현금을 받을 경우 자영업자들은 매출 누락을 통해 부가가치세(10%), 종합소득세(6~38%), 주민지방세(소득세의 10%), 카드 수수료(1.5~2.2%) 등을 내지 않을 수 있어 이득이다. 미끼 가격에 구매를 결정했던 소비자들은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행정력 부족, 단속 힘들어"
고속터미널에서 옷을 산 김모씨(32)는 "4벌에 4만원인줄 알았는데 카드는 한장당 2000원씩 추가 비용이 숨겨 있어 속은 느낌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서울 반포동의 한 아파트 거주민 김모씨(32)는 "집 앞 세탁소는 카드를 내면 카드리더기가 고장났다며 찾아갈 때 정산하라고 시킨다"면서 "내 돈 내는데 항상 구박받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탈세 행위가 의심되지만 단속은 힘든 실정이다.
세무당국 한 관계자는 "현금은 국세청 전산에 포착되지 않는다"며 "현금가만 제시하고 카드가를 높게 받는 경우는 세금을 탈루하려는 의도가 다분해 업종에 관계 없이 신고가 가능하고 탈세하면 현행법상 처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pio@fnnews.com 박인옥 예병정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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