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골프일반

<정대균기자의 한국의 골프장 산책>강원도 원주 오크밸리

정대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0.21 14:27

수정 2015.10.23 17:34

강원도 원주 오크밸리

원주(강원도)=정대균골프전문기자】잘 가꾸어진 정원인 듯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예술작품이 가득한 갤러리 같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이 곳에 들어서면 솜사탕 녹듯 일상의 번뇌는 사라지고 마음이 다할나위 없이 편해진다. 시쳇말로 최상의 힐링이다. 그 느낌은 늘 그랬다. 요즘같은 가을이면 그 정도는 더 격해진다. 찌그러져있던 동공은 커지고 입에서는 '와우'라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형형색색의 옷을 갈아 입은 만산에 너나할 것 없이 맥 한번 못 추고 붉게 물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오메 단풍 들것네'다.
속절없이 '가~을, 오면 가지 마라'고 노래했던 어느 가객의 절규가 이토록 실감난 적이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불현듯 스치고 지나간다. 한국의 대표적 체류형 골프코스인 강원도 원주 오크밸리 골프장의 가을이다.

이 곳에 들어서면 이구동성으로 "나 집에 안갈래"라고 생떼를 쓰게 된다. 집 보다 더 집 같기 때문일 것이다. 국내 10대 골프코스에 선정될 정도로 최상의 레이아웃과 코스 컨디션을 자랑하는 골프장, 럭셔리한 숙박시설(1105실), 친환경 유기농 식자재로 내놓은 웰빙 식단,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와 공연, 그리고 마음의 힐링을 도와주는 예술작품 등 그야말로 전 세대를 아우르는 '세대공감의 마당'이 아닐 수 없다. 거기에 조각공원, 산책로, 산악자전거 코스, 실내외 수영장, 쇼핑센터, 그리고 9면의 슬로프를 갖춘 스노파크 등 다양한 부대시설이 있다. 그래서 혹자는 이곳을 '3대 놀이터'라 부르기도 한다.

오크밸리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자연친화적 골프장이다. 아니 그냥 자연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세계적인 코스 디자이너인 로버트 트렌트 존스 주니어(미국)의 디자인 컨셉에 따른 것이다. 존스 주니어는 그가 만든 골프장 중에서 20개 가까이가 세계 100대 코스에 선정되었을 코스 디자인 분야에서 명성을 얻고 있는 인물이다. 따라서 오크밸리의 코스 특징은 그의 디자인 철학을 알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의 디자인은 특히 그린 주변에서 매우 섬세한 플레이를 요구한다. 또한 자연환경을 고려한 디자인에도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

그래서 그가 설계한 골프장 대부분이 그림같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크밸리가 미국 페블비치의 스페니시베이GC, 콜로라도 비버클릭GC, 캐나다 휘슬러GC, 일본 골든밸리GC, 중국 춘성CC 등과 대등한 평가를 받는 이유다. 존스 주니어는 자신의 철학에 따라 36홀 코스(오크, 메이플, 파인, 체리코스)를 자연 원형을 그대로 살려 자연과의 공존을 이끌어 내는데 디자인 방점을 찍었다고 한다. 오크밸리가 세계적인 골프장과 비교해 전혀 뒤지지 않은 극치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근복적 이유다.

하지만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던가, 제 아무리 빼어난 코스 설계라도 그것을 잘 관리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오크밸리는 코스 관리에 관한한 흠잡을 데가 없다. 중지로 조성된 페어웨이는 밀도가 촘촘하기 그지 없다. 코스는 철저하게 친환경 방식으로 관리된다고 한다. 코스를 가로 지르는 개울에 1급수에서만 살 수 있는 물고기가 떼를 지어 몰려 다니는 게 그 방증이다. 폰드에는 치어를 방생해 자연 상태에서 기른 민물 장어가 그야말로 물반 고기반이다. 여름철에는 이 장어를 요리해 리조트와 클럽하우스 레스토랑에서 주문을 받아 보양식으로 인기리에 판매하기도 한다.

이 골프장은 코스 레이아웃 못지 않게 조경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1998년에 개장해 올해로 17년째여서 조경수들은 아름드리다. 이 조경수들이 청정지역에서 자생하는 원형 보존지 수종들과 어우러져 마치 거대한 삼림욕장에서 라운드하는 착각이 들게 한다. 울창하게 우거진 숲들은 사계절 변하는 색의 향연으로 한껏 자태를 뽐낸다. 심리적 안정감은 말할 것도 없고 말초 혈관을 단련시키고 심폐 기능을 강화시킨다는 피톤치드로 샤워를 해서인지 라운드 후에 느끼는 상쾌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코스는 전체적으로 페어웨이가 높고 평이해 보여 스코어가 잘 나올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원 웨이인 파인과 체리코스는 치밀한 전략, 밸리와 메이플코스는 호쾌한 도전욕을 불러 일으킨다. 파인과 체리는 페어웨이 중간을 가로 지르는 크리크와 대형 폰드가 위험요소다. 반면 밸리와 메이플은 도그렉의 블라인드 홀에 신경을 써야 한다. 하지만 오크밸리에서 좋은 스코어를 얻기 위해서는 무엇 보다도 그린을 효과적으로 공략해야 한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그린 스피드가 엄청 빠른데다 언듈레이션이 장난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다 걔중에는 착시를 야기하는 마운틴 브레이크까지 있어 그야말로 설상가상이다.

오크밸리를 설명하는데 있어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맛'이다. 오크밸리는 '맛으로 느끼는 또 다른 감동'을 표방하고 있다. 이는 오너의 음식철학이기도 하다. 대부분 음식은 리조트 안에서 직접 재배하고 생산한 신선한 식재료를 사용해 내놓는다. 회원들에게 절찬리에 판매도 하고 있는 3년 숙성의 검은콩 된장이 대표적 사례다.
또한 오크밸리는 제철 음식으로도 유명하다. 그것은 무공해 천연 식자재가 즐비한 입지적 특성 때문에 가능하다.
돌아서면 다시 찾고 싶은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golf@fnnews.com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