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부가세 원천징수 해볼 만하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0.21 17:06

수정 2015.10.22 10:46

카드사가 국세청에 납부 자영업 위축 예방책 필요
국세청이 신용카드 업체들이 부가가치세를 대리징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소비자가 카드로 물건값을 결제할 때 신용카드 회사가 여기에 포함된 10%의 부가세를 바로 떼어내 직접 국세청에 납부하는 방식이다. 카드사용 비율과 세원 탈루율이 높은 주점업과 주유소업에 대해 우선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지선 서울시립대 교수가 20일 열린 '2015 국세행정포럼'에서 이 같은 방안을 발표했다. 국세청은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입법이 필요한 사항이 있으면 적극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현행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탈세를 막기 어렵다는 점이다. 부가세는 소비자가 물건을 살 때 이미 낸 세금을 사업자가 모아서 보관하고 있다가 특정 시기에 국세청에 납부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사업자가 그 세금을 제대로 성실 납부하지 않고 떼어먹는 경우가 자주 생긴다. 매출을 실제보다 줄이거나 위장폐업 등을 통해서다. 이런 식으로 사라지는 부가세가 한 해 7조원을 넘는다. 세수 대비 체납액(탈루액 포함) 비율이 13.3%(2013년 기준)로 모든 세목 가운데 가장 높다.

이 제도가 도입된다면 부가세의 탈세 방지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소비자(담세자)들이 내는 세금은 달라지지 않지만 사업자(납세자)의 세금 탈루가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신용카드 사용이 보편화하면서 카드 결제액 규모는 2000년 48조원에서 지난해 501조원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미 지난 2011년 이 제도의 도입을 권고했다. 유럽연합(EU)도 회원국에 같은 방식을 권고하고 있다.

부가세 원천징수제는 이 밖에도 장점들이 많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국가는 막대한 징세 행정력 낭비를 막아 징세비용을 줄일 수 있다. 사업자의 입장에서도 납세절차가 간편해진다. 세금부담이 분산되는 효과도 있다. 현재의 신고납부방식은 1년에 두 차례 세금을 모아 한꺼번에 내기 때문에 부가세 납부 철이 되면 사업주들은 목돈을 마련하느라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국가도 세금 수입이 연중 고르게 분산되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우려되는 점 또한 적지 않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사업자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다. 사업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사실상 세금 부담이 늘어나고 현금유동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문제는 내야 할 세금을 내는 것이므로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제도 변경에 따라 일시에 부담이 와서 사업자들의 경영이 위축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영세사업자와 성실납세자에 대한 세금 혜택을 늘려줄 필요가 있다. 특히 현금유동성 악화를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이 있어야 한다.
사업자가 카드 매출액의 10%를 떼고 받기 때문이다. 사업자의 현금 결제 유혹이 종전보다 커진다는 점도 문제다.
새 제도가 부작용 없이 조기에 정착되려면 많은 검토와 사전준비가 필요하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