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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상봉] 어색함 덜어낸 이틀째 만남.. 대동강 맥주 한잔에 이야기꽃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0.21 21:52

수정 2015.10.21 21:52

이산가족 상봉 이튿날
개별상봉 등 세차례 만나.. 北 가족 들쭉술 등 선물
쏜살같은 시간에 아쉬워 "서신교환이라도 했으면"
【 금강산.서울=공동취재단 김유진 기자】 "형님, 그림 한 장 그려주세요."

북에서 만난 형 리한식씨(87)에게 남측 동생 이종인씨(55)가 조심스러운 청을 건넸다. 리씨는 곧장 연필을 들고 어릴 때 가족이 살았던 초가집을 그려냈다. 흐린 기억에 의지한 채 그린 것이지만 한눈에 봐도 걸작이었다.

동생 이씨는 완성된 그림을 받아들고 "형님, 이 그림 보면서 형님 생각 할게요. 형님 보고싶을 때마다 볼게요. 잘 간수할게요"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북에 떨어져 살아온 형 김주성씨(85)를 만난 남측 아우 김주철씨(83)는 대동강맥주를 형의 잔에 가득 따랐다.
형 앞에 선 아우는 술을 따르면서도 내내 북받치는 감정을 이기지 못했다. 아우는 모진 세월의 흔적이 역력한 형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이렇게 고생만 해서 어떻게 하느냐. 호강을 해야하는데…"라고 흐느꼈다. "건강해야 한다"고 아우를 다독이는 형의 목소리에서 왠지 모를 비장함마저 느껴졌다.

북측 상봉단의 최고령자 리흥종씨(88)가 '백마강' '애수의 소야곡' 등 노래를 부르자 남측 딸 이정숙씨(68)는 아버지의 손을 꼭 잡은 채 귀를 기울였다. 이씨는 "이번에 돌아가면 아버지 목소리를 기억 못할 수도 있다"면서 슬픔에 잠겼다.

제20차 남북이산가족상봉 둘째날인 21일, 가족들은 오전 9시30분 시작된 개별상봉으로 첫 일정을 시작했다. 상봉은 남측 가족의 숙소에 북측 가족이 찾아와 만나는 식으로 이뤄졌다. 전날 상봉의 감격이 채 가시지 않은 가운데 다시 만난 이들은 전날 첫 대면 자리에 감돌던 어색함을 덜어내고 한층 편안한 분위기 속에 마주 앉았다.

2시간여 진행된 개별상봉에서 가족들은 미리 준비한 선물을 교환하고 전날 채 나누지 못했던 대화를 나눴다. 남측 가족들은 북측 가족들에게 방한복과 내의, 생필품, 의약품 등을 선물로 전했다.

북측 가족들은 '공동 선물'로 평양술과 백두산들쭉술 등을 준비했고 일부 가족들은 개별적으로 스카프와 식탁보 등도 챙겨왔다.

개별상봉에서 북측 외삼촌 도흥규씨(85)와 만난 남측 조카 이민희씨(54)는 "방 안에서 이야기하니 확실히 편하고 좋았다"면서 "같이 단풍나무 앞에서 사진도 찍고 점심도 먹으러 가면 좋겠다"는 말로 쏜살같이 흘러가버린 상봉 시간을 아쉬워했다.

북측의 사촌누나 강영숙씨(82)를 만난 남측 사촌동생 강정구씨(81)는 상봉일정이 끝나가는 게 아쉽다는 듯 "이렇게 한 번씩 만나는 것 가지고는 (안된다)… 개성이나 다른 데를 통해서 서신교환이 수시로 될 수 있도록 해야지"라고 털어놨다.

가족들은 이날 낮 12시30분 시작된 단체 점심식사 자리에서도 상봉의 감동을 그대로 이어나갔다. 2시간여 진행된 식사의 메뉴로는 북측에서 준비한 크림과자와 남새합성(야채모둠), 배추통김치, 닭편구이, 청포종합랭채 등 정갈한 한식을 비롯해 들쭉술, 대동강맥주, 배향단물(배맛 주스) 등 술과 음료가 나왔다.


이들은 식사가 끝난 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오후 4시35분부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다시 2시간 동안 단체상봉 일정을 소화했다.

남측 389명, 북측 141명의 이산가족들은 이날 금강산에서 개별상봉과 공동중식, 단체상봉 등 3차례에 걸쳐 2시간씩 모두 6시간 만났다.
가족들에겐 6초와도 같은 시간이었다.

july20@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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