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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상대 38연승중인 인천공항세관 납세심사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1.04 14:47

수정 2015.11.04 14:47

국내 대형 로펌을 상대로 '38연승 신화'를 써내려가는 조직이 있다. 국내에서 내노라하는 법무법인을 상대로 2014년 이후 단 한번도 지지 않았다. 법적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면 관심을 가질만한 이 조직은 인천공항세관 납세심사과 납세심사팀이다.

연전연승도 놀랍지만 더 놀라운 것은 로펌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이긴 직원들이 변호사가 아닌 일반인이라는 점이다. 추징세액을 조금이라도 덜 내려는 납세자가 국내 최고 대형 법무법인을 내세웠지만 국익을 지키겠다는 강한 의지와 독학 등을 통해 쌓은 법률 지식으로 완승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패배? 모릅니다" 38연승 신화
인천공항세관 납세심사과는 인천국제공항 수입통관 이후에 발생하는 모든 관련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박상덕 납세심사과장이 전체 조직을 관리하고 있고 납세심사팀과 심사2계, 징수계로 구성돼 있다. 수입신고 건별로 사후심사를 하는 것은 물론 납세자의 조세 불복에 따른 심판청구와 소송업무를 수행하고 통관 후에는 납세자가 납기 내에 세금을 납부하지 않을 경우 체납을 관리하는 등의 업무를 진행한다. 또 수출용원재료에 대한 관세환급도 담당하고 있고 자유무역협정(FTA) 사후적용신청에 대한 처리도 담당하고 있다.

납세심사과에서 납세심사팀은 수입신고 건별 사후심사와 납세자의 조세불복에 따른 심판청구 및 소송업무를 수행한다. 오영진 주무를 팀장으로 김기형, 정현주, 최유석, 김상미, 김은수, 문경환, 김영희, 이선미, 홍진숙 관세행정관 등 10명으로 구성돼 있다.

납세심사팀은 다시 소송을 담당하는 쟁송전담팀과 심사정보분석팀으로 구분된다. 이중 쟁송전담팀은 오 팀장과 문경환 관세행정관, 김영희 관세행정관 3명이다. 이들 3명이 국내외 로펌을 상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이전에는 '법'과는 전혀 연관이 없는 업무를 했다. 그러나 현재는 인천공항세관에서 '준 변호사' 대접을 받을 정도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

오 팀장은 "최고의 변호사들에 맞서 우리는 직원들이 직접 답변서를 작성하고 법정에 출석해서 대형 로펌 변호사들과 치열한 법리 논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처음 업무를 맞게 되면 상당히 힘들어 하지만 유능한 직원들이어서 6개월 정도가 지나면 적응을 하는 것은 물론 전문가 수준의 지식도 갖게 된다"고 말했다.

납세심사팀이 소송전면에 나서지만 후방에서 지원하는 막강한 전문가도 있다. 통관지원과 최정은 관세행정관과 수입1과 김용섭 관세행정관, 조사관실 김영기 조사행정관 등이 각 분야에서 전문적인 지식과 노하우를 전하고 있다. 외부에서도 고문 변호사를 통해 자문을 받기도 한다.

쟁송전담팀의 노력과 각 분야별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거둔 38연승을 통해 인천공항세관은 500억원 이상의 탈루를 막았다.

문경환 관세행정관은 "새로운 분야에다 전문적인 지식도 필요한 업무여서 사실 처음에 적응이 쉽지는 않았다"면서 "그러나 소송에서 승소해 세금 탈루를 막으면 힘든 것은 사라지고 큰 보람만 남게 된다"고 말했다.

현재 인천공항세관이 국내외 로펌과 진행중인 소송은 10건, 조세심판원에 제기된 심판청구는 49건에 달한다.

■최일선에서 국민건강도 보호
납세심사팀은 최일선에서 국민건강을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국민 건강에 해가 될 가능성이 있는 동식물에 대해서는 정상적인 수입통관 절차를 밟았다고 하더라도 통관을 보류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 때 세간의 큰 관심을 끌었던 애완용 타란툴라 독거미 사건이다. 당시 타란툴라 독거미 수입업자는 환경부의 수입허가를 받고 정상적으로 수입을 진행했다. 그러나 납세심사팀은 수입통관을 보류했다. 국민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수입통관을 보류할 수 있다는 관세법 273조를 들어 수입을 막은 것이다.

수입업자는 당연히 수입을 허가해 달라며 소송을 걸었고 1심과 2심에서는 세관이 패했다. 그러나 세관심사팀은 전 세계적으로 타란툴라 독거미로 발생한 피해사례를 수집하고 국민건강에 어떻게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 관련자료를 보강, 대법원에 제출했다. 최종 결과는 승소. 수입업자가 2년 후 재심청구를 하기는 했지만 고등법원에서 기각됐고 대법원에서는 상고기각이 돼서 결국 최종 승소로 마무리됐다.

오 팀장은 "현재도 우리나라에는 국민건강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위험한 동식물은 수입하지 못하게 막을 수 있는 현행법이 없다"면서 "유일하게 관세법으로 수입통관을 보류시킬 수 있는 중요한 판례를 이끌어낸 것이어서 대단히 중요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타란툴라 독거미뿐 아니라 요즘 애완용 파충류와 식물이 인터넷에서 거래가 되고 있다"면서 "국민 건강에 해가 될 여지가 있는 제품은 수입 허가 요건을 갖췄다고 해도 통관이 되지 않을 수가 있으니 사전에 알고 수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해외에서 국내 기업 보호역할도
납세심사과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논리싸움을 자주 펼친다. 다만 국내와 다른 것은 해외에서는 국내 기업, 넓게는 우리나라의 이익을 위해 다른 국가의 세관과 치열한 논리전쟁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실례로 지난 2008년 우리나라는 유럽연합(EU)와 DMB폰(TV 수신 기능이 있는 휴대폰)을 놓고 분쟁중이었다. 국내 기업이 독일에 수출한 DMB폰에 대해 독일 세관 당국이 휴대폰(관세 0%)가 아닌 TV 수신기(관세 14%)로 분류하면서 분쟁이 발생한 것이다. 당시는 국내 기업들이 정보기술(IT) 융합에 의한 다기능 휴대폰으로 EU 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시점이어서 결과에 따라 큰 타격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실제 2008년 1년간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휴대폰업체가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EU 8개국에 DMB폰을 수출하면서 1400만유로의 관세를 부담하기도 했다.

그러자 관련 업계가 관세청 관세평가분류원에 분쟁해결 지원을 요청했고 납세심사팀은 국내 기업에게 유리한 논리를 개발했다. 이후 납세심사팀이 개발한 논리를 갖고 관세청은 당시 재정부, 외교부 등 관련부처와의 공조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우리나라에 유리한 결론을 이끌었다. 이를 통해 국내 기업들은 2007년과 2008년 이미 납부한 관세를 환급받은 것은 물론 연간 수천억원의 관세부담에서 벗어나게 됐다.

■하루 평균 3만5000여 수입신고서 검토
납세심사팀의 다른 주된 업무는 수입신고를 사후에 심사하는 일이다. 수입업자가 수입 제품에 대한 신고서를 제출하면 수입업자의 업무 편의를 위해 그대로 통관시킨다. 이후 품목분류는 제대로 됐는지, 과세가격은 적정한지를 분석하는 것이다.

김기형 관세행정관과 정현주 관세행정관 등 심사정보분석관들이 하루에 분석하는 수입신고서는 3만∼3만5000건. 한명당 평균적으로 최대 5000건의 수입신고서를 분석해야 하는 것이다. 쟁송전담팀이 탈루를 방지하기 위한 다소 방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면 심사정보분석팀은 놓친 세수를 다시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멀리서 보이는 김기형 관세행정관의 모니터는 보기만해도 업무강도가 센 것을 알 수 있었다. 43.18㎝(17인치)의 모니터에 떠있는 엑셀 프로그램은 수입신고서 내용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한눈에 다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많은 양의 엑셀을 보고 문제가 있는 신고서를 찾아내는 것이 김 관세행정관을 포함한 심사정보분석팀의 업무다.

오 팀장은 "사실 방대한 수입자료를 컴퓨터로 분석해서 찾아내야 하는만큼 직원들의 업무처리에 대한 어려움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래도 심사정보분석팀은 매달 1800건 가량의 잘못된 수입신고서를 찾아내고 평균 8억∼9억원 가량의 놓칠 뻔한 세금을 추징한다. 현재까지 84억원의 세금을 추징했고 연말까지 107억원의 세금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물론 세금을 추징하는 것 뿐 아니라 세금을 돌려주는 일도 많다. 처음에 일정 수준의 관세를 부과했지만 납세자의 이의제기가 있었고 그것이 타당하다고 결론이 나면 받았던 세금을 돌려주는 것이다.

세금을 제대로 부과하기 위해 직원들은 최신 정보기술(IT) 제품에 대해 '얼리 어답터'가 되기 위해 말 그대로 '주경야독(晝耕夜讀)'을 하고 있다. 통관되는 제품 중 상당수가 IT 품목인데, 해당 제품은 물론 그 제품을 구성하고 있는 부품까지도 이해를 하고 있어야 적정한 수준의 과세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납세심사과를 활용하라 조언
납세자를 대상으로 세수를 확보하는 것이 주된 일인만큼 애로사항도 많다. 세금 추징에 불만을 품은 납세자의 항의 전화, 항의 방문, 직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소송 당사자가 되면 담당 업무를 계속해서 진행해야 하는 것은 물론 본인에 대한 소송 변호도 직접 해야 하는 상황이다.

직원이 상대적으로 모자라는 것도 힘든 점 중에 하나다. 최근 해외직구가 급증하면서 사후처리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직원들의 업무에 대한 피로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소한 현재 인원보다 3명 정도는 더 많아야 업무가 효율적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납세심사팀은 통관 이후에 가격할인을 받은 경우, 환불한 경우, 반품한 경우 등 수입통관 이후에 발생하는 모든 문제도 처리하고 있다.

납세심사팀은 납세자가 세제 혜택을 최대한 누리고 예기치 못한 세금을 부과받지 않기 위해서는 납세심사과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세금을 부과하다보니 바라보는 시선이 그리 우호적이지는 않지만 최대한 가까이하고 자주 문의를 하면 그만큼 예기치 못한 세금을 부과받을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오 팀장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가 되면 전부 수입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이는 오해"라면서 "통관이 가능한지 여부를 확인하고 구매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입통관 보류를 피하기 위해서는 미리 납세심사과를 찾아 통관여부가 가능한 지를 확인하면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거의 사라지게 되는만큼 적극적으로 납세심사과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kkskim@fnnews.com 김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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