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추락하는 변호사들의 위상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1.11 17:12

수정 2015.11.11 17:12

불황 장기화에 시장 포화 수임료 갈수록 줄어들어 대리급으로 낮춰 채용도
부산시, 6급으로 뽑기로.. 일탈행위 징계도 급증세
대표적인 고소득 전문직으로 꼽히는 변호사들의 몸값이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

2012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첫 졸업생을 배출하기 시작, 매년 1500명 가량의 변호사가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과열경쟁으로 수임료가 줄어든데다 수년간 지속된 내수경기 침체 여파로 기업 자문이 큰 폭으로 줄어든 탓이다.

■불황.시장포화… 몸값 추락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로펌들은 경기불황 영향으로 자문 수요가 줄자 최근 상대적으로 수임료가 많은 송무(소송)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수익 전략을 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한 대형로펌에서 자문업무를 주로 하는 변호사 K씨는 "기업들이 경기불황으로 과거와 달리 적극적으로 M&A(인수·합병)에 나서지 않으면서 자문 업무에만 매달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올 들어 송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 대형로펌 관계자는 "2~3년 전만 해도 자문과 송무 비중이 7대 3 내지 8대 2였다면 지난해부터 6대 4까지 송무 업무가 늘었다"고 말했다.


이같은 변호사업계 위기는 로스쿨 출신이 대거 배출되면서 법률시장이 포화상태에 빠지자 기업들이 몸값이 낮아진 사내변호사를 적극 채용하는 흐름과도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왠만한 자문업무는 내부에서 처리하는 경우가 늘었다는 게 법조계 설명이다.

실제 삼성과 LG는 2012년부터 로스쿨 출신 변호사를 대리급으로 채용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이전까지는 변호사를 최소 과장급 이상 조건으로 채용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사내변호사를 외면하는 변호사가 대다수였지만 로스쿨 도입 이후 변호사가 급증하면서 개업, 로펌 취업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비교적 고정수입이 보장되고 사건 수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사내변호사 지원자가 늘고 있다"며 "기업도 갈수록 늘고 있는 법적분쟁을 이들을 통해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상당수 로스쿨 변호사들의 월급은 현재 250만원 수준으로 '그래도 변호사인데'라는 말은 옛말이 된지 오래다.

■공직사회 처우.윤리의식도 저하

공직사회에서도 변호사 처우가 저하되는 양상이다.

지난해 초 부산시는 채용계획을 발표하면서 변호사를 7급 공무원에 채용한다는 공고를 냈다.

그러나 지역 법조계 반발로 계획을 백지화하는 대신 하반기 계약직인 2년 임기제 공무원(6급)으로 채용키로 했다. 낮아진 변호사 위상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또 다른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법조계의 윤리의식 저하 역시 변호사 숫자의 급격한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법률시장 포화로 생계유지를 위해 불법적 수단도 마다하지 않는 법조인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2010년 29건이던 변호사 징계는 지난해 56건으로 4년 만에 2배 가량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3년(2013~2015년 3월)간 징계사유는 '업무상 과오'와 '의뢰인과 금전분쟁'이 각각 23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사기 등 품위유지 위반(22건), 수임제한 위반(15건), 업무 광고규정 위반(7건) 등이었다.

장관 출신의 한 원로법조인은 "1970~1980년대만 해도 변호사가 범죄를 저지르는 미국 영화를 보면서 동료 법조인들끼리 '어떻게 변호사가 저럴 수 있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며 "그러나 지금은 이런 이야기기를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변호사 증가와 일탈행위도 늘면서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사회적 평가가 저하됐음을 뼈저리게 느낀다"고 털어놨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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