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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빛과 소금, 공복들] (79) 인천공항 계류장 운영팀·이동지역관리팀, 1분의 오차도 허락하지 않는.. 활주로 위의 사람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1.11 18:46

수정 2015.11.11 21:49

2분에 한대씩 날아드는 비행기, 1분의 오차도 허락하지 않는.. 활주로 위의 사람들
활주로 위 수학자, 계류장 운영팀
365일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인천공항, 하루 830회의 비행기가 이착륙 한다. 비행기가 지상에 닿아있는 동안은 계류장 운영팀이 관할한다. 주기장 배분과 수화물 적재·적하, 급유, 탑승게이트 배정까지 모두 관리한다. 20명이 4인 1조 3교대로 근무한다. 한 대의 비행기라도 늦거나 빨리 들어오면 한치의 오차도 없도록 모든 항공일정을 조정한다.

활주로 위 보안관, 이동지역관리팀
하루 4번 활주로를 순찰한다. 한번에 2시간이 소요된다. 도로 위에 떨어진 너트 하나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유도로도 두번 이상 점검한다. 22명이 4개조로 이뤄져 근무한다. 교통경찰과 같은 역할도 맡아 에어사이드내에서 운전하는 직원을 대상으로 운전승인서 발급 업무도 맡는다.

인천공항 에어사이드 운영처 산하 이동지역관리팀의 특수차량들이 활주로 마찰력을 검사하고 있다
인천공항 에어사이드 운영처 산하 이동지역관리팀의 특수차량들이 활주로 마찰력을 검사하고 있다


인천공항 에어사이드 운영처 산하 이동지역관리팀이 활주로에 떨어져 있는 이물질을 점검하고 있다
인천공항 에어사이드 운영처 산하 이동지역관리팀이 활주로에 떨어져 있는 이물질을 점검하고 있다


항공기는 하늘에 떠있을 때가 가장 평온하고 안전하다. 그러나 지상에 내려온 이후부터는 한치도 눈을 뗄 수가 없다. 대부분의 항공사고는 하늘보다는 공항에 착륙한 후 지상에서 벌어지기 때문이다.

인천국제공항에 착륙하는 항공기는 하루 평균 830회다. 착륙하는 비행기들이 무사히 다시 이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전담팀이 24시간을 1분 단위로 쪼개서 쓸 정도로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해야 한다.

그들이 바로 지상에 들어온 항공기의 일거수 일투족을 추적관리하고, 활주로 바닥에 떨어진 너트 하나까지 체크하는 '계류장운영팀'과 '이동지역관리팀'이다.

이들을 비롯한 에어사이드운영처의 노력으로 인천국제공항은 2001년 3월 29일 개항한 이후 단 한 차례의 항공기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12월 초에는 항공기 무사고 운항 300만회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오차를 허용하지 않는 계류장 운영팀

지난 10일 인천공항 계류장 운영팀이 근무하고 있는 계류장 관제탑을 찾았다. 항공기가 지상에 내린 이후부터는 계류장 운영팀에서 모든 것을 관할한다. 항공기를 세워두는 '주기장' 배분부터, 수화물 적재.적하, 급유, 탑승게이트 배정에 이르기까지 비행기가 땅에 내린 직후 다시 뜨기 직전까지 모든 것을 이곳에서 관리한다.

계류장 운영팀은 총 20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인원들은 4인 1조로 구성돼 3교대로 24시간 운영된다. 운영팀이 하는 가장 기본적인 업무는 항공운항정보를 생산하는 일이다.

인천국제공항의 항공기 운항스케줄은 매년 3월과 10월에 정기적으로 생성된다. 항공사에서 항공운송 사업계획 신청서를 국토부에 제출해 승인을 받으면, 인천공항 계류장운영팀이 이를 넘겨받아 공항 운영의 핵심 시스템인 '운항정보관리시스템'(FIMS)에 이 계획을 입력한다.

공항에 가면 항공기의 편명과 출발, 도착시간이 표시돼 있는 대형 디스플레이를 흔히 볼 수 있는데, 여기에 나오는 정보들이 모두 계류장 운영팀에서 생산한 것들이다.

운항정보는 5분 단위로 촘촘히 짜여져 있는데, 공항에서 벌어지는 모든 업무는 이 정보를 토대로 진행되기 때문에 계획 수립부터 진행에 이르기까지 한치의 오차도 없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다.

온동훈 인천공항공사 운영본부 운영계획팀 과장은 "해당 항공편이 들어오면 수화물대 배정, 승객용 게이트 배정 등을 지정하는데, 승객뿐 아니라 공항업무 종사자들 전원이 이 스케줄에 따라 움직인다"며 "그러나 항공기가 늦거나 빨리 들어오거나 하는 경우 이 일정들을 수시로 조정하면서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24시간 근무를 한다"고 말했다.

인천공항의 하루 평균 항공기 운항횟수는 개항 원년 312회이던 것이 올해는 3배 이상 증가해 830회를 기록하고 있다. 운항하는 항공기 숫자가 늘어나면서 운영환경도 복잡해졌다.

국내외에서 자주 발생하는 전염병이 발생하거나 항공테러 가능성, 화산.지진 등 환경변화 등은 항공사의 정기 스케줄 운영에 큰 변수로 작용한다.

항공기 한 대가 너무 늦게 오거나 반대로 빨리 올 경우 그 뒤로 이어지는 모든 항공편의 주기장, 게이트, 수화물대 배정을 다시 해야 한다. 가령 탑승 게이트가 바뀔 경우 해당 항공사의 업무인력들이 모두 이동을 해야 하며, 승객들도 혼선이 올 수 있다.

강성구 계류장운영팀 차장은 "항공기가 연착되거나 늦어질 경우 탑승 게이트 등 자원을 재분배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항공사들의 불만들이 쏟아지기도 한다"며 "항공사 입장에서는 자사 승객들의 불편과 클레임을 최소화 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잠들지 않는 계류장 운영 업무

계류장운영팀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숨가쁜 일정을 소화하지만, 특히 오전 7~8시, 오후 4~7시가 가장 바쁘다. 이 시간대에 출입국 고객들이 몰리기 때문이다.

계류장운영팀의 조별 근무자들이 일하는 관리소의 천장에는 초대형 모니터가 여러 개 달려 있다. 각각 비행 중인 항공기, 착륙해 있는 항공기들을 표시 하는 레이더와, 각 항공기들에 대해 진행되고 있는 작업 내용들이 빼곡히 표시되고 있다.

근무 중인 직원들의 책상에도 대형 모니터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는데 모두 시간대별로 착륙한 비행기들에 대한 운영계획들이다.

교대로 근무하는 계류장운영팀의 1개조는 조장, 당일 주기장 운영, 수화물대 배정, 익일 주기장 운영계획 등으로 업무가 나뉘어 있다. 여기에 정시 출퇴근하는 일근자 2명을 포함해 6명이 근무한다.

공항에 들어온 모든 항공기는 분단위로 쪼개진 일정에 따라 지정된 주기장에 기다리고, 화물작업 작업을 끝마치고, 정해진 게이트에서 정확한 시간에 승객들을 태우거나 내려야 한다.

1분만 어긋나도 뒤이어 몰려드는 모든 항공편이 지연되고, 수천명의 승객과 항공사 운영요원 및 공항에 입주한 모든 관계기관들의 업무스케줄이 차질을 빚기 때문에 운영팀의 업무 강도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정경성 계류장운영팀 차장은 "전일 세운 계획대로 계류장 운영이 진행될 때는 별 문제가 없지만 만일 어느 한 부분에서 늦어지게 되면 그 이후 스케줄까지 모두 밀리기 때문에 그때부터는 비상상황"이라며 "계류장운영팀에서 수립.관리하는 항공기 운항 정보에 따라 모든 항공기와 승객들, 입주기관, 조업사의 활동계획이 좌우되기 때문에 최대한 차질없게 수습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 직접 조별근무를 서는 인력들은 식사도 제때 못할 때가 많다. 화장실도 관리소 안에 설치해 업무공백 시간을 최소화하도록 했다.계류장운영팀은 운영계획 수립과 함께 항공사들 간에 자원배분 문제로 갈등이 생겼을 경우 이를 중재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 항공사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에게 최대한 편리한 게이트나 수화물대를 배정받고 싶어하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항공사들이 간혹 제기하는 불만을 해결해주는 것도 주요 업무다.

정 차장은 "계류장운영팀에서 배정한 운영계획안은 항공사들이 의무적으로 따라야 하지만 항공사들의 사정도 고려해 문제가 생길 경우 최대한 해법을 찾으려고 노력한다"며 "항공사들끼리 양보를 통해 해결할 수 있도록 중재안을 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인천공항에는 제2여객 터미널이 건립되고 있다. 이 터미널이 완공되면 항공기 운항횟수가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계류장운영팀도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

인천공항 에어사이드운영처 산하 계류장 운영팀이 당일 주기장 배정과 항공기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인천공항 에어사이드운영처 산하 계류장 운영팀이 당일 주기장 배정과 항공기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하루 활주로 4회, 유도로 2회 이상 점검

이날 오후 2시. 인천국제공항 에어사이드에 위치한 이동지역안전관리소. 형광색 겉옷을 걸친 이동지역관리팀 직원 두 명이 사무실을 나와 자동차를 타고 활주로로 들어섰다. 공항의 생명줄이라 할 수 있는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활주로와 유도로를 점검하기 위해서였다. 활주로 또는 유도로에 타이어 잔해나 드라이버 등 이물질이 있을 경우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활주로와 유도로를 한 바퀴 도는 데 소요된 시간은 2시간여. 바닥에 떨어진 것이 있는지 확인하고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속도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동지역관리팀 직원들은 하루에 이 같은 점검활동을 활주로는 최소한 4차례, 유도로는 최소 2차례 진행한다. 오전 8시30분을 시작으로 오후 2시, 저녁, 새벽까지 점검활동을 진행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아무 때나 활주로 등을 돌아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루 830여차례나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지역을 점검하는 것인 만큼 안전을 위해 관제탑의 허락을 얻은 후에야 가능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점검은 착륙하는 비행기의 뒤를 따라 이뤄지는 경우가 많고, 두 명의 직원의 업무는 철저하게 분업화돼 있다. 한 명은 차량을 운전하면서 점검을 하고 다른 한 명은 관제탑이랑 교신하면서 도로상태를 살핀다. 주로 자동차로 이동하면서 활주로 상태를 점검하지만 자세한 점검이 필요할 때는 도보로 이동하면서 점검활동을 벌인다.

사고와 직결될 수 있는 활주로 상태를 점검하는 이동지역관리팀은 4개조, 총 22명으로 구성돼 있다.

박진영 이동지역관리팀 이동지역안전관리소장은 "이동지역안전관리소는 1년 365일 24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공항안전을 위한 점검활동을 하고 있다"면서 "항공기 운항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각종 이물질을 제거하는 것은 물론 공항시설 파손 복구 등의 업무도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이동지역관리팀은 또 교통경찰과 같은 역할도 진행하고 있다. 우선 에어사이드 내에서 운전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운전교육을 실시하고 운전승인서를 발급해 준다. 운전승인서 없이 에어사이드에서 운전하는 것은 일반도로에서의 '무면허'와 같은 처벌을 받는다. 이동지역관리팀이 운전승인서를 발급하고 있는 것은 운전기준 등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실례로 에어사이드 내에서는 일반도로 중앙선 색을 나타내는 노란색 대신 검은색이 칠해져 있다. 또 중간중간 운전자들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STOP' 사인도 있다.

박 소장은 "운전교육은 기준을 알게 하려는 목적이 가장 크다. 80점 이상 통과해야 한다"면서 "만약 기준을 어길 경우 서울지방항공청에 위반 사실을 통보한다"고 말했다. 기준 위반이 경미할 경우에는 일정기간 운전정지, 심할 경우에는 운전취소 등의 처분을 받고 있다.


현재 에어사이드에서 운전을 해야 하는 직원 수는 7000여명. 이들은 무조건 시험을 통해 운전승인서를 발급받아야 하고 6개월에 한번씩 교육도 받아야 한다. 이렇다 보니 운전승인서를 발급하는 것도 이동지역관리팀의 큰 역할 중 하나다.
하루 평균 80여명, 많으면 120여명이 이동지역안전관리소에 있는 운전교육장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kkskim@fnnews.com 김기석 안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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