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급변하는 세상.. '꿈쩍 않는' 정부 정책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1.19 17:14

수정 2015.11.19 22:34

[기자수첩] 급변하는 세상.. '꿈쩍 않는' 정부 정책

어쩌다 보니 한밤중 게이들의 성지인 미국 샌프란시스코 카스트로에서 홀로 차를 잡아타야 했다.

"카스트로는 외려 여성에겐 안전한 곳이에요." 낯선 땅 그것도 한밤 유흥가 앞에서 이 말은 귀에 들리지 않았다. 우버 애플리케이션(앱)을 켰다. 약 4~5분 뒤 '지저스'라는 운전기사가 모는 폭스바겐이 서 있는 곳에 정확히 왔다. 지저스에게 미안하지만 보기에 따라서 그는 조금 불량스러웠다.
구글이 알려준 경로에서 두 차례 벗어나면서 불안감도 있었지만 지름길을 찾아가는 걸로 이해하기로 했다. 분명한 건 그 시간 지저스가 모는 차를 탔다는 사실을 우버 시스템은 기록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길을 돌아왔다는 둥, 팁을 더 줘야 하느냐는 둥 실랑이를 벌일 필요가 없었다. 요금은 미리 우버 앱에 등록해 둔 비자카드로 자동 정산됐다. 이튿날 아침 샌프란시스코 공항으로 가는 길, 레이널드라는 중년의 우버 드라이버는 친절한 미소와 함께 정확히 대한항공 카운터 입구 앞에 내려줬다. 현지인들은 기존 택시 이용료의 반값이라고 말한다. 미국 출장 중 만난 우버 드라이버들은 전문 택시 운전기사들이 아니었지만 영어가 불편한 낯선 이방인조차 믿고 사용할 수 있는 그런 서비스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전통적인 개념의 수요와 공급 간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다. 에어비앤비의 기업가치는 25억달러, 우버는 51억달러로 성장했다. 기존 경제학이 잠시 한눈 판 사이 소위 '공유경제'로 불리는 새로운 영역들은 불쑥 커버렸다. 지구 반대편 서울에서도 해외 직구로 1만㎞ 이상 떨어진 미국에서 펼쳐지고 있는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에서 삼성전자 TV를 반값에 살 수도 있다.

지난 1년간 한국은행이나 기획재정부는 물가가 예전만큼 오르지 않는다고 깊은 고민을 뿜어냈다. 소비는 왜 늘지 않고, 물가는 과거처럼 오르지 않는가. 금리를 내리고 온갖 경기부양책을 다 써봤는데도 여전히 기존 소비자물가 지표로는 디플레이션 초입이라는 경고사인만 나온다. 전통 공급자 위주의 시장구조는 점차 허물어지고 있다. 안방에서 국경을 넘는 소비자는 더욱 늘어갈 것이고, 자본을 요하지 않는 틈새 일자리 역시 활발히 생겨날 것이다. 세상은 변하는데 정부 정책과 통화정책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 최근 한국은행 내부에서 해외직구 열풍이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놓고 격론이 벌어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디플레이션 파이터로서 그 출발점을 바꿔야 할지도 모른다. '성장' 중심의 정부 정책도 이젠 '소비자 편익'과 '새로운 생산영역'을 놓고 다시 생각해야 할지 모른다.
이 복잡하고 새로운 함수를 풀어낼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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