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대법원은 한국지엠 사무직원 1025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 대해 "업적연봉과 가족수당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시간외근로수당과 연월차수당을 다시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 판단을 대부분 유지했다.
귀성여비·휴가비·개인연금보험료·직장단체보험료를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여부에 대해서는 다시 심리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업적연봉은 '통상임금'..소급의무가 쟁점
이날 대법원 판결에 대해 한국지엠은 이미 지난해에 노사합의에 따라 결정하고 시행중인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의 판결은 지난 2007년 한국지엠 직원 강모씨등이 제기한 소송에 대한 최종판결이다.
한국지엠은 2000~2002년 연봉제를 도입하면서 업적연봉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했다. 강씨를 포함한 한국지엠 직원 1025명은 2007년에 2004년 3~2007년 2월까지 업적연봉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계산한 시간외 근로수당과 연월차수당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013년 갑을오토텍 노사가 한국지엠과 동일한 형태의 소송을 진행하면서, 당시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이나 업적연봉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한국지엠 측은 당시 대법원 판결이 통상임금 범위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2014년 노사 협상을 통해 사무직원의 업적연봉과 생산직의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넣기로 합의 했다.
업적연봉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 임금이 늘어난만큼 시간외근로수당이나 가족수당들도 그만큼 증가하기 때문에 이를 소급해 지급해야 한다는 문제가 생긴다.
이에 대해서는 2013년 대법원은 "노사가 매년 정상적인 임금 협상을 통해 임금체계를 유지해 왔고, 소급분 지급으로 회사 경영상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경우 이를 지급 하지 않아도 된다"는 '신의칙'(신의성실의 원칙) 원칙을 내세웠다. 실제로 지난해 5월 한국지엠 생산직원 일부가 낸 소송에 대해 대법원은 소급적용을 불허한바 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이미 통상임금이 업적연봉을 포함시켰다"며 "소급지급 의무는 없다는 판단을 내려 소송 진행 과정에서 쌓아뒀던 1조원 가량의 충당금도 모두 환입 했다"고 설명했다.
■통상임금 범위..재계 촉각 곤두세워
이번 대법원 판결로 현재 통상임금 문제로 노사 갈등을 빚고 있는 산업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업적연봉은 직전연도의 업무성과에 따라 지급되기 때문에 매년 금액이 바뀔수가 있다. 대법원은 2013년에 정기성, 고정성, 일률성을 모두 갖출 때에만 통상임금으로 인증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업적연봉의 통상임금 포함 여부를 놓고 사측과 노조가 갈등을 빚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대법원의 이번 판결이 현대·기아자동차를 비롯해 많은 사업장에서 진행중인 수백 건의 통상임금이 협상과 소송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한국노총은 "성과·업적 등에 따라 지급액이 달라지면 일단 통상임금에서 제외된다는 식으로 해석하려했던 정부나 재계의 주장이 잘못됐음을 입증하는 판결"이라며 대법원의 결정을 적극 환영하고 나섰다.
재계에서는 통상임금 관련 분쟁을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이를 법률적으로 정하는 일이 시급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통상임금 관련해 경영계와 노사간에 협상이 지지부진하고 많은 갈등을 유발시키고 있다"며 "국회에서 추진중인 통상임금 관련 법률 제정이 한시바삐 이뤄지도록 정치권과 정부에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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