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들어 공기업 여성 임원 비중을 30%로 높이겠다는 법률 개정안까지 나왔지만, 현실은 이와 달랐다. 실제 30대 공기업의 여성 임원은 불과 2명 뿐이었고, 올해 여성 직원을 단 한 명도 채용하지 않은 곳도 11곳에 달했다.
■여성채용, 2012년 25%→2015년 19.6% ↓
3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30대 공기업의 여성 고용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올해 신규채용 인원(2501명) 중 여성 비율은 19.6%(490명)에 그쳤다.
지난 2012년 여성 비율이 25%를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여성 채용 비율이 후퇴한 셈이다.
특히 올해 여성을 단 한 명도 채용하지 않은 곳도 11곳에 달했다. 한국동서발전, 한국광물자원공사, 울산항만공사, 대한석탄공사, 한국감정원 등이다.
보수가 높은데다 안정적이라는 장점 덕분에 취업시장에서 공기업의 인기가 나날이 높아져가는 가운데 '여성'이라는 이유로 처음부터 자격을 박탈 당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이같은 '성차별'은 결혼 후 출산과 육아를 감안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재원(才媛)이라고 할지라도 결혼 후 출산을 하면 회사의 '가용인력'에서 멀어진다는 설명이다.
한 민간기업 인사담당자는 "공기업은 사기업에 비해 여직원의 출산, 육아휴직을 눈치보지 않고 쓸 수 있다"며 "게다가 둘째까지 임신한다면 해당 기업에선 손실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출산휴가는 90일, 육아휴직은 1년인 점을 감안하면, 만약 신입직원이 입사 후 5년 동안 두 아이를 출산할 경우 2년 6개월 동안 이를 대체할 인력을 마련해야 하는 셈이다.
게다가 이들 여직원이 휴직을 하는 동안에도 퇴직금은 똑같이 적립되기 때문에 회사로선 여성을 채용했을 경우 감수해야 하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더 든다.
■공기업 '유리천장' 심각…여성임원 단 2명
공기업에서 여성이 승진을 하는 것도 쉽지 않다. 실제 전체 공기업 임원 148명 중 여성은 한국광물자원공사 홍표근 상임감사위원, 한국철도공사 최연혜 사장 등 2명(1.3%)에 그쳤다.
사원급(5~7급)에선 여성 비중이 21.3%에 달했지만 과장급(3~4급)은 9.7%, 부장급(1~2급)은 1.2%로 고위직으로 올라갈수록 여성 비중이 급격히 떨어졌다.
실제 한국전력공사는 부장급 간부 1412명 가운데 여성이 2명(0.1%)에 불과하다. 부장급 여성 직원이 전무한 곳도 여수광양항만공사, 한국남부발전, 한국마사회 등을 포함해 10곳에 달한다.
이 탓에 정치권에서도 공기업 내 존재하는 '유리천장'을 깨뜨리기 위해 법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지난 2013년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과 추미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 여야 의원들이 공공기관 여성 임원 비율을 30%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당시 여야 의원들은 "공공부문부터 양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법안을 발의했다"고 발혔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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