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마감 앞두고 고민 대손충당금 쌓기 나서 건전성 개선 노력 분주
연말 은행장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해 마감을 앞두고, 은행 건전성을 지키느냐 실적을 높이느냐의 기로에 섰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권고대로 대손충당금을 많이 쌓자니 당기순이익이 줄어들고, 실적만 챙기자니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이 걱정이다.
7일 파이낸셜뉴스가 지난 10월말 기준 각 은행들의 건전성 지표를 확인한 결과, 은행들은 대손충당금을 쌓는 대신 고정이하여신 비중을 낮추는 방식으로 건전성 개선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실적이냐, 건전성이냐
리딩뱅크 탈환에 사활을 건 KB국민은행은 실적 부담이 크다.
지난 3.4분기까지 KB국민은행의 순이익은 8899억원, 1위인 신한은행(9882억원)과 큰 차이가 없는 만큼, 4.4분기 실적에서 판가름이 날 전망이다. 윤종규 KB국민은행장은 취임 초기부터 리딩뱅크 탈환 의지를 다져왔다.
'민영화'라는 숙원과제를 안고 있는 이광구 우리은행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올해 3.4분기까지 8402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하며 전년 동기 대비 40.43%나 개선된 성적을 내놨지만, 4.4분기엔 충당금으로 이같은 호조세가 꺾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임기가 2년밖에 주어지지 않은 이 행장 개인적인 측면에서도 실적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올해 말 임기가 만료되는 김주하 NH농협은행장은 충당금 규모에 연임 여부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은행장 후보를 결정하는 김용환 NH금융지주 회장이 실적과 목표달성을 최우선 요건으로 보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농협은행은 올 3.4분기까지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4.2%나 확대되는 등 실적호조세를 보이며 연초 제시했던 6800억원 목표치 달성에 청신호가 켜진듯 했다. 하지만 정부의 충당금 확대 가이드라인에 따라 목표 달성이 불투명해졌다.
IBK기업은행은 권선주 행장이 임기 내 순이익 1조원 클럽 입성의 꿈을 이룰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는 1조32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지만, 개별기준으로는 9358억원에 그쳤다. 올해 9월말까지 기업은행 개별기준 순이익은 8156억원, 1조원 까지는 1844억원 남아있다.
권 행장은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당기순이익이 많고 적고와 상관없이 늘 지금과 같은 수준에서 유지해 왔기 때문에 별개의 개념으로 생각하면 된다"며 "하지만 남은 시간동안 변수가 있기 때문에 1조원 이익을 개런티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부실채권 규모 줄었다
은행별로 신한은행은 올해 10월 기준 대손충당금 잔액이 3조780억원에서 2조9094억원으로 소폭 하락했다.
대손충당금 잔액은 회수가 불가능한 대출 채권의 손실에 대비해 쌓아두는 자산을 말한다.
하지만 신한은행은 고정이하여신비율(0.92%)을 전년(1.09%)보다 낮춰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153%에서 158%로 높였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은행의 전체 여신 중 회수가 불투명한 고정이하여신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한다.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고정이하여신 금액에 비해 대손충당금이 얼마나 쌓여있는지를 보는 지표다. 적립률이 150%라는 건 대손충당금 잔액이 고정이하여신 규모보다 1.5배 많아, 그만큼 손실을 메꿀 여력이 있음을 뜻한다.
KB국민은행은 10월 말 기준, 대손충당금 잔액이 3조5738억원으로 전년 대비 13% 가량 줄어들었다. 반면, 같은 기간 고정이하여신을 전년 대비 34% 가량 털어내, 대손충당금 적립률이 115%에서 152%로 개선됐다.
IBK기업은행은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지난해 10월말 1.74%에서 1.47%로 줄었다. 고정이하여신이 줄어드는 대신, 대손충당금은 4조2233억원에서 4조2467억원으로 늘면서 대손충당금 적립률도 148%에서 163%로 커졌다.
KEB하나은행은 고정이하여신비율이 1.15%로 전년(1.35%) 대비 개선됐다. 대손충당금 잔액은 3조1691억원으로 올 들어 지난해(3조3077억원)보다 줄었으나 대손충담금 적립률은 116.4%에서 130.9%로 개선됐다.
seilee@fnnews.com 이세경 성초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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