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공중화장실 성범죄 급증하는데.. 예방책은 뒷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2.23 18:40

수정 2015.12.23 18:40

2013년 968건 발생.. 2년만에 3배 가까이 늘어
2004년 이후 건물만 남녀화장실 분리설치 강제
공중화장실 성범죄 급증하는데.. 예방책은 뒷짐


공중화장실 및 남.녀 공용화장실에서 몰래카메라(몰카)와 성폭행 등 성 관련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이같은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공용화장실의 남.녀 분리 등 법적 강제성이 동반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성범죄 노출… 시민 불안 가중

23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약 5만4000여개의 공중화장실에서 발생한 성 관련 범죄(강간·유사강간·강제추행·성풍속 범죄 등)는 835건으로, 전체 공중화장실 범죄 1795건의 46.5%를 차지했다. 2013년 공중화장실 성 관련 범죄 발생건수는 총 968건으로, 2011년(356건)과 2012년(413건)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공원 등 인적이 드문 장소에 설치된 공중화장실이 많고 밀폐된 공간이어서 범죄가 쉽게 일어날 수 있는 구조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정확한 숫자가 파악되지 않는 남녀 공용화장실은 범죄에 더욱 취약하다는 것이다. 남녀가 함께 쓰는 공간이지만 단순 칸막이 등으로 구분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9월 제주에서는 한 남성이 주점의 남녀 공용화장실에서 여자 화장실 칸막이를 넘어가 용변을 보던 여성의 신체를 더듬는 등 성추행을 했다. 앞서 지난해 부산의 한 주점 남녀 공용 화장실에서 한 남성이 용변을 보는 여성을 카메라로 몰래 촬영해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공중 및 남녀 공용화장실에서 잇단 성 관련 범죄 발생으로 시민들은 불안을 호소한다.

김모씨(27.여)는 "연말 모임 때는 술집에 있는 남녀 공용화장실을 가는 경우가 많은데 항상 불안하다"며 "칸막이 하나 쳐져있고 위 아래가 다 뚫려있으니 누가 들어오기라도 하면 긴장 된다"고 털어놨다.

■법적 강제성 없는 경우 많아

공중화장실에서 성범죄는 늘어나지만 대책은 미비한 실정이다.

2004년부터 시행된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공기관의 공중화장실은 남녀 화장실을 분리해야 하고 민간도 업무시설 3000㎡, 상가시설 2000㎡ 이상인 경우 남녀가 분리된 화장실을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이 법은 2004년 이후 지어진 건물만 해당된다. 설치 기준 이하의 소형점포는 대부분 남녀 공용화장실을 유지하는 상황이다. 지난 22일 서울 홍대입구 주변 음식점을 확인한 결과 10곳 중 6곳의 영세한 상가 음식점들은 남녀공용 화장실을 사용하고 있었다.

인근 상가 주인은 "매장 자체도 작은데 화장실을 분리하려면 공간이 필요하고 비용도 들어 굳이 바꿀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공공장소에 설치된 공중화장실 역시 남녀 공용화장실로 운영되는 경우가 다수다.

정부 한 관계자는 "최근 지자체들이 재정난을 겪는 상황에서 법 시행 이전에 지어진 공용화장실 같은 경우 비용을 들여가며 굳이 고치려 하지 않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화장실문화시민연대 관계자는 "최근 지하철 공중화장실에 설치된 비상벨을 누르면 역무실, 경찰지구대에 연락이 가는 시스템을 확대 설치할 필요가 있다"며 "남녀 공용화장실은 분리해야 하고 인적이 드문 곳에 있는 화장실은 인근 조명을 밝게 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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