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사 영업팀에서 근무하는 서모 씨(33)는 얼마 전부터 손이 미세하게 떨리는 증상을 경험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시간이 갈수록 증상이 자주 나타났고, 최근 소개팅 자리에서는 손이 심하게 떨려 물을 쏟는 실수를 하기도 했다. 점차 손과 함께 목소리가 떨리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까지 동반되자 인근 한방병원을 찾은 결과 수전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문병하 광동한방병원 대표원장은 "수전증은 손의 일부나 전체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이는 손떨림 증상을 말한다"며 "증상이 경미하면 일상생활에 아무 지장이 없지만 심한 경우 심리적 압박감이 동반돼 삶의 질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결혼이나 취업처럼 사회적으로 중요한 시기에 발병할 경우 '알코올중독'으로 오인받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노인들은 식사를 스스로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떨림이 심하면 영양결핍으로 인해 각종 질병의 위험이 높아진다.
가벼운 수전증은 완치 가능하고, 증상이 심하거나 유전적 요인으로 발생한 경우 손떨림을 50~90% 개선할 수 있어 가급적 빨리 치료받는 게 좋다.
한의학에서는 겁이 많고 감수성이 풍부하거나, 대인공포증을 갖고 있거나, 정서적으로 불안정하면 손떨림이 발생한다는 의미로 수전증을 심허수진(心虛手振)이라고 표현한다. 여기서 '심'은 장기인 심장에 국한되지 않고 사람의 정신활동 전반을 의미한다. 즉 심장에 이상이 없더라도 스트레스, 불안, 초조한 심리, 과로가 지속되면 심기능이 위축돼 손이 떨리게 된다.
손떨림은 발병 원인에 따라 생리성, 본태성, 심인성으로 구분된다. 생리적 손떨림은 정상인이 흥분, 불안, 피곤한 상태이거나 커피를 마신 뒤에 나타난다. 주로 양쪽 손이 떨리며, 정신적 흥분 상태나 피로가 해소되면 자연 소실되기 때문에 따로 치료받을 필요가 없다.
수전증 종류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본태성 손떨림은 신경계 등 몸에 특별한 이상이 없는데 손이 떨리는 것을 의미한다. 전체 인구의 약 0.7%, 65세 이상 인구의 약 4.6%가 앓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발현 시기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40세 이후에 나타날 때가 많다. 부모 중 수전증이 있는 경우 30~50% 확률로 같은 증상을 겪게 된다.
문 원장은 "본태성 수전증은 글씨를 쓸 때 손이 떨리는 운동성 떨림과 양팔을 가슴 앞으로 쭉 뻗은 자세에서 팔꿈치를 살짝 굽혔을 때 증상이 심해지는 자세성 떨림이 나타나는 게 특징"이라며 "파킨슨병으로 인해 주로 발현되는 증상인 안정 시 떨림, 즉 양손을 무릎 위나 책상 위에 올려놨을 때 손이 떨리는 것과 구별된다"고 말했다. 이어 "수전증은 심리적인 요인이 많이 작용해 혼자 있을 땐 괜찮다가도 다른 사람과 함께 있으면 증상이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손을 안정된 상태로 가만히 두면 괜찮다가도 물컵을 들거나 젓가락질을 하는 등 팔을 움직여 뭔가를 하려고 할 때 떨림이 발생하는 것도 본태성 수전증의 특징이다. 대개 양손 모두 나타나지만 질환 초기엔 주로 사용하는 손에서만 나타난다. 손이나 팔 외에 머리, 목, 턱, 혀, 목소리 등에서도 떨림이 나타날 수 있다.
다량의 카페인이나 알코올, 기관지확장제, 진통제, 신경안정제, 우울증치료제 등으로 아드레날린이 과다 분비될 때에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드문 확률로 파킨슨병, 중추신경계질환, 갑상선기능항진증 등 질병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광동한방병원에서는 수전증의 발병원인을 찾기 위해 뇌혈류검사(TCD), 전정기능검사, 혈액검사, 동맥경화도검사 등을 실시, 소뇌·대뇌 등 중추신경계의 이상 여부를 파악한다. 이 중 뇌혈류검사는 초음파를 발사해 적혈구에서 반사돼 오는 파장으로 뇌혈관의 혈류속도를 측정한다.
전정기능검사는 어두운 암실에서 작은 불빛의 움직임을 따라 보게 하는 것으로 대뇌, 소뇌, 중추신경계의 기능이상을 진단한다.
수전증은 한약, 침, 약침, 테이핑요법, 추나요법 등으로 증상을 개선시킨다. 수전증은 뇌기능 및 신경계와 밀접하게 연관되기 때문에 환자의 체질과 증상에 맞게 한약을 처방한다. 심이 허할 땐 침을 팔·다리와 머리에 놓아 뇌와 신경계를 안정시키는 동시에 허한 장기를 보하는 약침치료를 병행한다. 침 치료는 뇌와 신경계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문 원장은 "수전증은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완치될 가능성이 높지만, 증상이 오래될수록 회복이 쉽지 않고 치료기간도 길어진다"며 "손떨림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는 커피, 스트레스, 술, 담배 등은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수전증은 무엇보다 환자 자신의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며 "손떨림 증상이 부끄러워 의도적으로 숨기거나 과도하게 신경 쓰면 증상이 심해질 수 있으므로 스스로 떳떳해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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