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우파 정당 있지만 다수결에 대한 믿음 확고..한국처럼 극한 대립 안해"
"극한 대립이 없다."
지난 2008년부터 3년가량 주오스트리아 대사를 역임했던 새누리당 심윤조 의원(사진·서울 강남구갑)은 오스트리아 정치문화의 특징으로 이념적 대립이 극단적이지 않다는 점을 꼽았다.
오스트리아는 사회주의 계열의 진보진영과 보수진영으로 정치권이 나뉘어 많은 대립과 갈등을 겪었지만 2차 대전 이후 진보 사민당(SPO)과 보수 국민당(OVP) 간 대연정을 통해 안정적으로 정국운영을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심 의원은 "오스트리아는 과거 연합국의 신탁통치 10년을 경험했을 때 좌우의 이념 대립이 심해 의회에서 총격사건이 벌어질 정도였다"면서 "서방세계 일원으로 독립하고, 유럽연합(EU)에 가입하면서 경제적 안정을 통해 이념 대립을 정리했다"고 말했다. 이어 심 의원은 "정당도 좌파, 우파가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살벌하게 극한으로 대립하는 경우는 없다"면서 "극좌, 극우 정당도 제도권으로 흡수해 길거리 데모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보수와 진보의 연립정부 구성과 함께 오스트리아 정치의 또 다른 특징은 외치 담당 대통령과 내치 담당 총리로 구성된 이원정부제다. 의회민주주의 원리를 실천하기 위해 직선제 대통령이 헌법적 권한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일상 정치에 관여를 자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심 의원은 "민주주의 기본원칙인 다수결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연립정부와 이원정부제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대통령의 권한 자제에 따라 대통령 직위의 존치필요성에 대한 회의가 생겨나고 있고, 대연정에 대해서도 부패도가 높다는 여론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로서는 연정이 불가피한 사정도 있다. 극우 정당이 집권 세력에 포함될 경우 유럽연합 차원의 제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중도 정당들이 연합할 수밖에 없다는 것. 따라서 연립정부와 이원정부제를 어느 곳에서나 적용 가능한 선진 정치제도로 인식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심 의원의 설명이다.
오스트리아는 가장 낮은 연령의 유권자를 가진 나라다. 선거하한연령이 16세로 가장 낮다. 진보진영의 사민당이 청소년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높이기 위해 선거하한연령을 낮추자고 제안했고, 이에 보수진영 국민당(OVP)이 요구한 국내 우편투표제도 도입을 서로 수용하면서 지난 2007년 선거법이 개정됐다. 또 오스트리아의 선거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실시된다. 심 의원은 "선거일인지도 모르게 조용히 치러진다"고 했다. 포스터 부착이나 홍보부스를 설치하지만 우리나라처럼 거리 유세 방송을 내보내거나 현수막을 걸진 않는다. 일요일에 실시되는 올해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평균 투표율이 70%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투표율이 비교적 높다.
다만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오스트리아도 마찬가지다. 올해 정치인 신뢰지수 조사에서 베르너 파이만 총리는 -7점을 받았다. 심 의원은 "사회체제는 잘 돼 있지만 정치인들이 국가와 국민에 대해 자기희생적으로 일하느냐에 대한 불신감이 강하다"고 말했다.
gmin@fnnews.com 조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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