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년을 맞아 중국 슈퍼리그 항저우 그린타운 FC의 지휘봉을 잡은 홍명보(46) 전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감독이 데려갈 한국 선수는 누구일까? 일찌감치 국가대표 출신 풀백 오범석을 자유계약(FA)으로 영입한 항저우가 또 어떤 선수에 눈독을 들이고 있을지 K리그 클래식 팬들의 눈길이 쏠린다.
■ 슈퍼리그, 월드클래스 감독과 선수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급성장
중국 슈퍼리그는 본국의 경제력 부상에 발맞춰 지난 10년 간 눈부신 성장세를 보여 왔다. 자국 선수의 실력과 유스 시스템 등 단기간에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쉽지 않은 부분을 해외 지도자 및 선수 영입으로 보충하며 아시아 프로축구리그의 강자로 단숨에 자리 잡았다. 세계적인 공격수 디디에 드록바, 니콜라스 아넬카가 상하이 선화에서 뛰었고 뎀바 바, 팀 케이힐, 아사모아 기안 등 이름만 대도 알만한 선수들이 활약하고 있다.
스타급 감독도 줄을 이었다. 세계적 명장 마르첼로 리피가 광저우 헝다의 지휘를 맡아 슈퍼리그 팀 가운데 처음으로 ACL 우승을 이끌었고 파비오 칸나바로,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가 그 후임을 맡았다. 특히 브라질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월드컵 우승을 이끌기도 했던 스콜라리는 지난해 광저우의 ACL 2번째 우승을 이끌었다. ACL에서 2차례 우승한 팀은 2004, 2005년 우승한 알 이티하드(사우디아라비아)와 광저우뿐이다.
중국프로축구가 아시아 최고수준으로 껑충 뛰어오르는 동안 한국프로축구는 제자리걸음을 했다. 리그가 현재 형태로 정비된 2003년 이후 모두 4차례 우승하며 ACL의 강자로 손꼽혔던 K리그 클래식은 2012년 울산 현대 축구단 이후 우승컵을 들지 못하고 있다. 리그 대표급 선수들은 국적을 가리지 않고 중국 슈퍼리그에 빼앗기는 형편이다.
최근 몇 년 간 데얀과 하대성, 김주영, 에스쿠데로 등 FC서울의 스타들이 줄줄이 슈퍼리그로 진출했고 지난해 전반기 K리그 클래식을 지배한 에두도 시즌 중 중국 2부리그(갑급리그)로 이적에 합의했다. 이밖에 박종우, 장현수, 김영권, 하태균, 윤빛가람, 김승대 등 국가대표급 선수들도 병신년을 슈퍼리그 그라운드에서 뛰며 보낸다.
■ 홍명보 따라갈 한국인 선수는?
슈퍼리그로 이적한 건 선수만이 아니다. 갑급리그 득점왕 하태균(26골)의 활약으로 올해 승격을 확정지은 옌벤 FC는 박태하 감독이 지휘하고 있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빛나는 한 때를 이끈 장외룡 감독은 충칭 리판을 이끌고 '아시아의 리베로' 홍명보 감독은 항저우 그린타운 FC로 자리를 옮겼다.
특히 항저우 그린타운 FC가 자금력이 있는 팀이기에 홍명보 감독이 눈 여겨 보고 있을 한국 선수가 누구일지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이적을 확정짓자마자 FA신분이던 오범석을 영입한 항저우가 또 다른 국가대표급 선수를 영입하지 말란 법도 없다. 홍 감독은 일찌감치 "오범석 이외의 한국 선수는 팀에 요청하지 않았다"며 "한국 선수 영입은 오범석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단언했지만 중국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는 국내 선수가 많다는 점을 생각하면 또 다른 이적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대표팀 감독 시절 "우리나라의 A급 선수가 유럽에 나가면 거의 B급 수준의 선수가 된다. K리그 선수들은 그 밑이다. 잘하는 선수가 유럽에 가서 경기를 못 뛰고, 그 선수보다 수준이 떨어지는 선수는 K리그에서 경기를 뛰고 있을 때 선수 구성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는 말을 남긴 그의 생각은 여전히 유효할까?
옌벤 FC가 김승대, 윤빛가람 등 K리그 클래식의 알짜 선수들을 영입하고 국내 선수들에 물밑 접촉하는 슈퍼리그 구단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홍 감독의 의중이 어떨지 궁금하다. 지난해 말로 계약이 만료된 감바 오사카의 측면수비수 오재석과 홍 감독의 남다른 신뢰를 받아온 알 자지라의 박종우 등이 후보가 될 수 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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