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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일 칼럼] 박현주의 도전을 응원한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1.05 16:43

수정 2016.01.05 16:43

[노동일 칼럼] 박현주의 도전을 응원한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하 경칭 생략)은 동년배인 우리 세대에게 독특한 존재다. 대부분의 대학생과 달리 박현주는 1년치 등록금과 생활비를 먼저 받아 투자를 하며 돈을 벌었다고 한다. 증권사 입사 45일 만에 대리, 33세 최연소 지점장 등 '박현주 신화'를 써갈 때는 경탄과 부러움, 시새움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이 들곤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다들 돈을 벌고 싶은 욕망이 가득하다. 그렇지만 젊은이들에게 돈 잘 버는 일을 권하는 것은 너무 노골적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부자 마케팅이 판치는 요즘도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자식에게 의사나 변호사를 강요하는 부모들의 속내도 마찬가지다. '억대 연봉'처럼 돈벌이가 잘된다는 소문이 부모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그래도 입으로는 '인생의 보람'을 들먹인다. 겉과 속이 다른 가식적인 우리네 모습을 잘 보여주는 부분이다.

마음 약한 보통 사람들과 달리 박현주는 처음부터 팔을 걷어붙이고 '돈 벌기'에 나선 인물이다. 증권업계의 '억대 연봉자'에 머물지 않고 자신의 사업에 도전한 것도 돈벌이에 매진하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그가 대우증권을 손에 넣었다는 소식은 한국 경제계에 가장 큰 뉴스가 되고 있다. 사업을 시작한 지 20여년 만에 초대형 금융그룹의 주인이 된 것이다. 그의 도전을 응원하고 싶은 것은 도전정신이 희박해진 우리가 번쩍 정신이 들었으면 하기 때문이다.

우선 박현주의 이름이 언젠가 세계적 부호 명단에 들 수 있기를 바란다. 뜬금없이 이런 얘기를 하는 이유는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발표된 블룸버그 기사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0일 기준 세계 부호 400위 안에 든 한국 억만장자 5명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으로 모두 '상속형'이다. 반면 세계 최고 부자 10명은 모두 '자수성가형'이다. 빌 게이츠(마이크로소프트), 아만시오 오르테가(인디텍스), 워런 버핏(버크셔 해서웨이), 제프 베조스(아마존), 카를로스 슬림(텔멕스),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래리 페이지(구글), 래리 엘리슨(오라클) 등이다. 금수저, 흙수저 등의 수저론이 우리나라에서 전혀 근거 없는 게 아님을 보여주는 통계다. 기왕이면 부의 규모에서 '한국의 워런 버핏'을 과녁으로 삼았으면 한다. 금수저가 아니어도 그렇게 될 수 있음을 젊은이들에게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금융의 삼성전자를 만들어야 한다는 과제도 중요하다. 제조업에서는 세계적 기업들이 있는 반면 우리 금융업 경쟁력은 우간다와 비교하는 얘기가 횡행한다. 금융업과 아무 관계없는 사람이지만 상당히 자존심이 상하는 말이다. 하지만 삼성 제품도 한때 미국 양판점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무시 당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부터 시작하면 미래에셋대우증권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지 못할 이유가 없다. '승자의 저주' 등 우려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도전을 두려워한다면 실패도 없지만 성취도 있을 수 없다. "남들이 돈 벌었다는 길을 뒤따라간다.
다 주워가고 없다"('한글자', 정철)라는 말처럼 전인미답의 길을 가야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 박현주는 이미 나를 포함한 동년배들의 부러움 혹은 시새움의 대상을 초월한 존재가 됐다.
그래서 새해 벽두에 순수한(?) 마음으로 그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고 싶다.

경희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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