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1989~1945)가 남긴 자서전 ‘나의 투쟁’이 8일(현지시간) 독일에서 재출간됐다. 나치 이데올로기의 핵심이 됐던 저서의 재출간으로 뜨거운 논쟁이 이어졌다.
독일 역사연구기관 ‘현대사연구소’ (남부 바이에른주 뮌헨)는 8일 제2차 대전 후 출판이 금지됐던 나치 독재자 히틀러의 저서 ‘나의 투쟁’에 역사적인 해설을 추가하는 주석(注釈)을 달아 재출판했다.
원작은 780쪽 분량이나 신나치의 악용을 방지하기 위해 현대사연구소는 원문에 비판적인 주석 약 3500개를 달아 약 2000쪽 분량, 두 권으로 출간됐다. 가격은 59유로(약 7만7000원)로 수 천부 발간될 예정이다.
‘나의 투쟁’은 히틀러가 1923년 ‘뮌헨 폭동’을 일으킨 죄로 징역 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중 쓴 것으로, 반(反)유대주의를 표방하고 게르만족의 대제국을 건설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1933년 히틀러 집권 후엔 나치주의 교본으로 나치당원들의 필독서가 되기도 했다.
이전에도 출판 계획이 거론됐지만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는 독일 바이에른주는 홀로코스트 생존자를 배려해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저자의 사후 70년간 보호되는 저작권은 2015년 말 소멸돼 제3자가 출판할 수 있게 됐다.
독일에서는 나치를 찬양하는 서적의 배포가 금지돼 있지만, 학술 목적의 경우는 출판이 가능하다.
독일 일간지 '타게슈피겔'은 "이 책이 역사적 증거가 될 것"이라며 "오히려 나치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일깨울 것"이라고 재출간을 환영했다. 또 요하나 방카 교육부 장관도 작년 말 학교 교육에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유대인계 단체에서는 ‘나의 투쟁’ 재발간이 사회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칠지는 예상할 수 없다”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세계유대인회의 로널드 로더 의장은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이 받을 상처를 고려해야 한다"라고 항의했다. 그는 또 "이 책은 지금도 학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데도 논란을 일으키면서 재출간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독일의 일부 서점은 '나의 투쟁'을 판매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한편 AP·CNN 등은 “‘나의 투쟁’이 판매 시작과 동시에 국내외에서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