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탄생 450주년이던 2014년부터 세계 무대는 3년째 '셰익스피어 축제'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특히 서거 400주년인 올해는 매달 셰익스피어 공연이 쉴새없이 이어진다. 연극은 물론 뮤지컬, 오페라, 발레까지 국내 주요 극장과 공연단체들이 너도나도 셰익스피어의 명작을 무대에 소환하는데, 공연 횟수만 많은 게 아니라 작품도 다채롭다. 셰익스피어의 대표 비극 '햄릿'을 장르나 배경을 바꿔 재창조하는가 하면, 해외 극단이나 연출가의 파격적인 해석이 돋보이는 무대가 눈길을 끈다.
지난 10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개막한 국립극단의 '겨울이야기'는 국내에서는 전막으로 만나보기 어려웠던 작품이라 반갑다. '오셀로'의 핵심인 질투에서 비롯된 비극으로 시작해 '로미오와 줄리엣'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로 끝나는 셰익스피어 작품의 결정판이다. 2008년 헝가리 국립극장 최연소 예술감독으로 부임해 헝가리 국립극장의 붐을 일으켰던 로버트 알폴디가 연출을 맡았다. 그는 셰익스피어가 5세기가 넘도록 사랑받는 비결에 대해 "대중성과 예술성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파격적 해외공연, '햄릿' 비틀기 대세
국립극단은 오는 31일까지 '겨울이야기'를 마친 뒤 해외 극단 초청 공연을 잇따라 선보인다. 영국 글로브극장 투어와 유럽 해외공연을 통해 호평받은 왕시아오잉 연출의 '리차드 3세'(4월중)가 기대를 모은다. 국립극단이 지난 2012년 '로미오와 줄리엣'을 공동제작하며 교류 협약을 맺은 중국국가화극원과 함께한다. 올해의 마지막 공연 역시 셰익스피어다. '햄릿 아바따'로 전혀 새로운 셰익스피어를 만들어냈던 임형택 연출이 '십이야'(12월중)를 아시아 무대에 맞게 재창조한다.
LG아트센터는 덴마크 리퍼블리크시어터와 영국 컬트밴드 타이거릴리스가 협업한 음악극 '햄릿'(10월 12~14일)을 준비했다. 원작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을 골라 21개의 곡을 입혔다. 매혹적인 노래와 대사가 교차되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서울시극단은 오는 13일 개막하는 가족 음악극 '템페스트'를 시작으로 한해동안 셰익스피어 작품 3편을 올린다. '헨리4세-왕자와 폴스타프'(3월 29일~4월 14일), '햄릿'의 배경을 한국으로 바꿔 번안한 '함익'(9월 30일~10월 16일)은 서울시극단 예술감독인 김광보가 직접 연출한다.
격년제 연극 페스티벌인 '연극열전' 역시 '햄릿'을 새롭게 구성, '햄릿-더 플레이'(가제)를 8월 초연한다. 기존 '햄릿'의 극중극을 모티브로 성인 햄릿과 소년 햄릿의 심리를 교차해 복수의 비극성을 극대화했다.
예술의전당은 셰익스피어 후기 낭만극 '페리클레스'(11월 15일~12월 4일)를 재공연한다. 지난해 60t의 모래를 채운 무대가 화제였는데 올해는 그 아성을 깰 새로운 무대를 준비 중이다.
■뮤지컬·오페라·발레로 변주
'햄릿'은 뮤지컬로도 만나볼 수 있다. 예술의전당이 한엔터테인먼트와 공동주최로 '라비다'를 11월 초연한다. 지난 2007년 CJ창작뮤지컬 쇼케이스에서 인기상을 받았던 숨은 보석이다. 스페인어로 '축제'를 뜻하는 제목처럼 '인생은 한 판의 축제'라는 새로운 발상으로 익숙한 '햄릿'을 비튼다.
극단 76의 대표인 김국희 연출은 극단 퍼스트일육의 상임연출로서 '끝이 좋으면 다 좋아'를 로맨틱 코미디 형식의 뮤지컬로 초연한다. 시대 배경을 근대 경성으로 옮기고 등장인물 역시 우리나라 역사적 인물들을 차용한 것이 특징이다.
셰익스피어 작품을 바탕으로 한 오페라와 발레도 풍성하다. 서울시오페라단이 베르디의 오페라 '맥베드'(11월 24~27일)를, 국립오페라단이 구노의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12월 8~11일)을 각각 공연한다. 이에 앞서 국립발레단은 지난해 초연에서 큰 흥행을 거둔 희극발레 '말괄량이 길들이기'(6월 23~26일)를 다시 무대에 올린다. 또 유니버설발레단은 케네스 맥밀란 안무의 '로미오와 줄리엣'(10월 22~29일)을 4년 만에 선보인다. 이어 서울발레시어터는 제임스 전 예술감독이 재해석한 '한여름 밤의 꿈'(11월 11~13일)을 공연한다. 여기선 셰익스피어가 해설자로 무대에 등장해 작품의 이해를 돕는다.
dalee@fnnews.com 이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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