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설사로 고생해오던 직장인 차 모씨(남·39)는 지난해 겨울부터 혈변과 복통 증상까지 더해져 힘들었지만, 단순 치질이라고 판단해 진료를 미뤄왔다.
차씨는 항문에 통증이 더욱 심해져 치질 수술을 받아야 되겠다는 생각에 병원을 찾았는데 '크론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최근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크론병이 늘어나고 있다.
1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최근 4년 간 크론병 환자는 41%나 늘었고 전체 환자의 28.9%가 20대, 21.4%가 30대였다.
크론병은 설사나 때로는 피가 섞인 혈변, 심한 복통, 메스꺼움, 발열, 식욕부진, 체중감소, 피로감 등의 증상을 수반한다.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관 어디에서나 발병할 수 있지만 주로 대장과 소장에서 많이 발병한다.
크론병 환자는 치루, 항문주위 농양 등과 같은 항문질환이 흔히 동반된다. 항문 밖으로 고름 등 분비물이 나오는 질환인 치루는 크론병의 대표적인 합병증으로, 우리나라 크론병 환자 약 30~50%에서 항문질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앙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최창환 교수는 "염증성 장질환인 '크론병'으로 인한 치루의 경우에는 단순히 치루 제거수술이 아니라 치루 상태에 따라 여러 가지 다른 치료 방법을 시행해야 한다"며 "또 재발을 예방하기 위해 꾸준한 약물치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크론병은 장관 협착, 누공, 천공 등의 합병증을 유발해 장 절제 수술을 받게 될 수 있다. 또 반복적인 장 절제 수술로 인해 단장증후군과 같은 신체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장 이외 신체의 다른 부위에도 염증을 일으킬 수 있는데, 환자의 20~30%가 눈과 입(구내염), 관절, 피부 등에 염증 및 통증과 골다공증, 신장결석 등의 다양한 합병증을 경험한다.
크론병의 발병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유전적인 요인, 식이 스트레스 등 환경적 요인, 그리고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장내 세균의 불균형 등으로 인한 인체의 과도한 면역반응이 중요한 발병 기전으로 알려져 있다.
크론병은 서구에 많은 질병인데, 우리나라도 생활습관 및 음식문화가 서구화되면서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영국 런던 세인트 조지 병원 위장병 학자인 샐리 미턴(Sally Mitton) 박사는 패스트푸드, 정크푸드 등을 많이 먹는 사람은 크론병에 걸릴 위험이 크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김정욱 교수는 "환자 개인에 따라 크론병의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는 음식에는 지방이 많은 육식 및 유제품, 자극이 강한 향신료, 알코올,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 탄산음료 등이 있다"며 "하지만 이런 음식들이 항상 증상을 악화시키는 것은 아니므로 무조건 피하는 것 보다는 식사와 증상 발생 사이의 관계를 파악해서 증상 악화와 관련이 있는 특정 음식은 피해야하며 영양부족증이 발생하지 않게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염증성 장질환자에서 부족할 수 있는 영양분은 엽산, 비타민 B12, 칼슘, 비타민 D, 철분, 각종 무기질 등이며 인체에 유익한 세균인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 등)와 등푸른 생선 등에 많이 함유되어 있는 오메가-3 지방산이 일부 효과가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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