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결성한 세종 카메라타 연구·개발 결과물 선보여..'열여섯 번의 안녕' 등 내달 공연
베르디, 푸치니, 도니제티 등 이탈리아 유명 작곡가의 오페라로 대변되는 국내 오페라 무대에 한국산(産) 창작오페라가 도전장을 내민다. 내달 19~21일과 26~2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잇달아 공연하는 '달이 물로 걸어오듯'과 '열여섯 번의 안녕'이다. 두 작품 모두 창작오페라 연구·개발을 위해 국내 대표 창작진이 결성한 '세종 카메라타'를 통해 태어났다. 세종카메라타는 지난 2012년 이건용 단장이 서울시오페라단에 취임하면서 결성한 워크숍으로 신동일, 안효영, 최우정 등 작곡가와 고연옥, 김은성, 박춘근 등 대본가로 구성돼 있다. 한 해 동안 워크숍을 통해 나온 결과물들을 리딩 공연으로 올린 뒤 한 작품을 정해 다음해 정식 공연으로 선보인다.
올해 초연하는 '열여섯 번의 안녕'은 지난해 연구의 성과다. 한 남자가 사별한 아내의 무덤에 찾아가 애틋한 추억에 대해 이야기하며 시작되는 이 작품은 과거를 돌이켜보며 진정한 '나'를 발견하는 과정을 그린다. 리딩 공연에서는 남편만 등장하고 아내는 목소리로만 표현되는 1인극 형식이었는데 정식 공연에서는 아내도 무대에 오른다. 이 작품을 작곡한 최명훈은 "서양음악의 보편성에 현대적 음악 어휘를 더했고 한국 전통음악에 담긴 '한(恨)'의 정서 또한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국립오페라단, 대구오페라축제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정선영이 연출을, 리딩공연을 이끈 홍주헌이 지휘를 맡는다. 아내와 사별한 남편 역은 바리톤 성승민과 김종표가 번갈아 맡고 아내 역은 메조소프라노 김선정과 김정미가 노래한다.
지난 2014년 초연한 '달이 물로 걸어오듯'은 2008년 연극으로 먼저 한국과 일본에서 공연된 작품이다. 작가 고연옥의 대본에 작곡가 최우정이 곡을 입혀 오페라로 각색했다. 한 남자가 자신의 부인의 계모와 여동생을 살해해 암매장한 실화에 상상력을 더해 현대판 신데렐라 콤플렉스의 파국을 그렸다. 동명 연극의 일본 공연으로 인연을 맺은 연출가 사이토 리에코가 지난 초연에 이어 이번 공연에서도 연출을 맡는다. 초연 당시 출연했던 소프라노 정혜욱, 장유리, 바리톤 염경묵, 김재섭 등과 함께 소프라노 한경성, 바리톤 한규원 등이 새롭게 합류했다.
창작오페라는 우리말로 공연되는 만큼 가사와 음악을 쉽게 따라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달이 물로 걸어오듯'을 작곡한 최우정은 "음악 자체가 말을 해야한다고 생각했다"며 "한국어도 세대나 지역에 따라 고저장단이 다르기 때문에 기준을 정하기 위해 언어학자 이현복 서울대 교수가 쓴 '한국표준어발음사전'을 참고하며 곡을 썼다"고 설명했다. 지휘자 윤호근도 "한국인이 말하는 음높이와 리듬을 그대로 음악으로 옮긴 것이 이 작품의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이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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