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욱 찾기' '레 미제라블' 등 올해 기념공연 올리며 관객몰이
"1970년대 암울했던 한국 사회를 살던 관객들이 폭발적인 에너지를 내뿜는 알런의 모습에서 대리만족을 느꼈던 것 같아요. 신과 인간, 성(性)이라는 영원한 화두를 깊이있게 다룬 작품의 주제는 시공간을 초월해 유효해요. 공연 때마다 당대 최고의 배우들이 무대에 올랐던 것도 장수 비결이죠."
지난해 초연 40주년을 맞아 현재도 공연중인 연극 '에쿠우스'(내달 7일까지 서울 대학로 DCF대명문화공장 1관)의 장수 비결에 대해 이한승 실험극장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공감할 수 있는 주제, 관객을 사로잡는 배우와 이들의 연기. '에쿠우스'뿐만이 아니라 매년 '롱런'하는 작품의 공통분모다.
국내 티켓 예매 사이트 시장점유율 75%를 차지하고 있는 인터파크의 '2015 공연결산'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평균 4000개에 달하는 연극·뮤지컬이 쏟아졌다. 이 가운데서 10년, 20년 이상 장수하며 사랑받는 작품들은 손에 꼽는다. 지난해 라이선스 초연 10주년을 맞아 '지킬 앤 하이드'와 '맨 오브 라만차'가 기념 공연을 펼쳤고 한국 뮤지컬 사상 최초로 미국과 영국에 진출한 '명성황후'는 지난해 20주년을 맞아 오는 3월까지 장기 순회 공연 중이다.
대형 뮤지컬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은 중소형 창작뮤지컬은 그 숫자가 더 큰 의미로 다가온다. 지난해 15주년을 맞은 창작뮤지컬 '베르테르', 10주년을 맞은 '사랑은 비를 타고'와 '빨래'도 기념 공연을 마쳤고 현재 '오 당신이 잠든 사이'도 공연 중이다.
올해도 다수의 '기념 공연'이 포진됐다. 포문을 연 건 지난달 22일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개막한 '날 보러와요'다. 봉준호 감독, 송강호·김상경 주연의 영화 '살인의 추억' 원작으로 유명하다. 20주년 기념 공연을 위해 원년 멤버들이 다시 뭉쳤다. 대본을 쓰고 초연부터 10년간 연출을 맡은 김광림을 필두로 류태호, 권해효, 이대연, 김뢰하, 유연수 등 원년 멤버가 OB팀으로 무대에 오른다. 2006년부터 연출을 맡은 변정주가 손종학, 김준원, 김대종, 이원재, 이현철 등으로 이뤄진 YB팀을 이끈다.
오는 3월 6일까지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레 미제라블'은 지난해 브로드웨이 초연 30주년에 이어 올해 한국 초연 20주년을 맞았다. 지난 1996년 오리지널팀이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첫 내한에 이어 16년 만인 2012년 한국어 초연이 이뤄졌다. 이번 공연은 한국, 일본, 영국에서 이 작품을 통해 활약한 배우들이 총출동해 '명불허전'의 무대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어 초연 당시 장발장으로 국내의 모든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독차지한 정성화를 비롯해 일본 토호프로덕션에서 장발장을 연기한 양준모와 김준현이 나선다. 판틴 역은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동양인 최초로 판틴을 연기한 전나영과 한국어 초연에서 활약한 조정은이 맡았다.
오는 6월에는 '브로드웨이 42번가'가 한국 초연 20주년을 맞아 돌아온다. 이번 공연을 위해 한국 버전에서는 삭제됐던 원작의 '계단 탭댄스' 장면을 되살린다. 이 작품을 제작하는 CJ E&M 공연사업부 박종환 홍보팀장은 "원작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인데 한국 공연에서는 여러가지 사정상 다른 장면으로 대체됐었다"며 "탭을 추는 뮤지컬이 많지 않다. 탭이 주는 전율을 고스란히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CJ E&M은 같은 달, 뮤지컬 '김종욱 찾기'의 창작 10주년 기념 공연도 연다. 2006년 초연 이래 3500회 공연에서 약 60만명 관객을 동원했다. 이 작품도 연극 '날 보러와요'처럼 공유·임수정 주연의 영화로 개봉해 인기를 끌었다. 박종환 홍보팀장은 "대학로에 로맨틱 코미디 장르 뮤지컬이 없을 때 관객에게 신선함을 주며 인기를 얻었다.
dalee@fnnews.com 이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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