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검은 금요일' 증시 패닉] 저유가·中쇼크에 마이너스 금리까지.. '칵테일 리스크' 터졌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2.12 19:44

수정 2016.02.12 19:44

금융위기 전조인가.. 곳곳에 도사린 악재
유럽·日 마이너스 금리로 불안한 금융시장에 '기름'
현상황 '리먼 사태'와 비슷.. 신흥국 디폴트 등 경고등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베어마켓.' 조정이라기엔 너무 빠졌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불마켓(강세장)'에서 나타나는 일시적 조정 현상이라는 견해가 있었지만 이제는 '금융위기의 전조'라는 데 힘이 실린다.

과거 세계 증시가 '베어마켓(약세장)'으로 진입했을 때는 전쟁이나 버블 붕괴 등 대형 악재가 주도했다. 하지만 지난해 5월부터 10개월여 지속되는 지금 상황은 유가 급락과 중국의 금융불안, 일부 시장의 정책 실패 등 여러 요인이 섞인 '칵테일 위기'라는 분석이다. 특히 유럽과 일본에서 시행한 '마이너스 금리'에 대한 부작용이 시장 우려를 더 키우고 있다.


자료 : KDB대우증권
자료 : KDB대우증권

■마이너스 금리가 불러온 '빅쇼트'

지난 1990년 이후 세계 증시가 20% 이상 하락한 '베어마켓'은 총 다섯 차례 발생했다. 그중에서도 지금 상황은 시장이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와 비견된다. 은행의 신용경색 문제가 불거지면서 유럽 은행주 주가가 당시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LIG투자증권 윤영교 연구원은 "유럽 주요 은행들의 주가는 지난 6개월간 최대 50%가량 하락했는데 이는 지난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직전 6개월간의 주가 추이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가장 두드러지는 악재는 '정책 실패'다. 지난 2011년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이후 시장을 살린 무제한에 가까운 양적완화와 마이너스 금리의 '약발'이 다하면서 그 부작용이 두드러졌다는 평가다.

유럽중앙은행(ECB)에 이어 지난달 일본중앙은행(BOJ)도 마이너스 금리 시대를 열었지만 금융시장의 불안은 오히려 증폭됐다. 유럽 시장에서 큰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정책이 일본에서 시행된 뒤 그 부작용이 부각되면서 엔고 현상이 나타났다. 극단적인 정책을 시행하고서도 불투명한 경기 전망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집중' 현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의 '지급불능' 우려가 시장 불안감을 키웠다. 도이체방크가 2분기 연속 당기순손실을 나타내면서 조건부 후순위 전환사채(코코본드)의 이자를 지급하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과거 발행한 수십억유로의 은행채를 다시 사들이는 '바이백'을 검토하면서 진화에 나섰지만 그 효과는 하루뿐이었다.

안정적이라고 평가받던 독일 외에도 그리스나 이탈리아 등 주변 국가의 은행으로 확대될 여지가 있다는 점이 문제다. 이탈리아 대형 은행의 부실 채권 문제가 불거진다면 유로존의 새로운 '블랙스완'이 될 가능성도 있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투자전략팀장은 "유가 하락과 중국 불안 등 글로벌 경기 불안요소가 예상보다 커지면서 글로벌 자금이 상대적으로 큰 수익률을 기록한 시장에서 차익실현에 나서고 있다"면서 "양적완화나 마이너스 금리 등 정책이 기존 부채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면서 '정책효과'에 대한 의문도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주식시장 '칵테일 리스크'

과거 글로벌 증시 약세장의 이면에는 일부 지역에서 촉발된 대형 악재가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경기둔화, 유가급락, 정책 부작용 등 다양한 문제가 한꺼번에 밀려들면서 앞길이 더 캄캄해졌다.

중국 시장은 무시하기에는 너무 큰 위협이 됐다. 시장이 중국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는 큰 이유는 외환보유액 감소세가 지속되면서 중국 정부가 급격한 위안화 절하를 단행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지난달 기준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3조2000억달러로 한 달 새 995억달러가량 줄어들었다. 이베스트증권 정하늘 연구원은 "시장에서 우려하던 3조달러 선은 방어했지만 외환보유액 감소 속도가 가파른 것은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유가는 13년 전인 2003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생산 단가에도 못미치는 유가로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산유국의 자산 매각은 계속될 수 있다.


국제금융센터 안남기 연구원은 "일부 신흥국과 산유국의 디폴트 위기, 대형 에너지기업 도산, 미국 경기 둔화, 중국발 금융불안 등 다양한 위험이 고조되고 있다"며 "나라별로 경기침체, 대형 악재 등이 발생하며 본격적인 베어마켓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sane@fnnews.com 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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