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길 잃어가는 한국 경제, 재정·통화당국 고민 커진다.

김승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2.14 16:10

수정 2016.02.24 16:54

길을 잃고 있는 한국 경제로 인해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 재정·통화 당국의 고민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중국경제 경착륙 가능성과 금융시장 불안, 갈팡질팡하는 미국 경제, 일본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선언, 저유가 고착화 등 우리를 둘러싼 글로벌 경제 환경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나라 안 상황도 다르지 않다. 지난 1월 수출은 6년 5개월만에 가장 많이 감소하는 등 여전히 침체돼 있고, 소비도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등 내수역시 불안한 모습이다. 설상가상으로 대북 리스크까지 불거졌다.

이런데도 쓸수 있는 카드는 제한적이다. 넉넉치 못한 살림살이 탓에 쏟아부을 수 있는 재정은 한계에 다다랐고, 전통적 경기부양수단으로 꼽혔던 금리인하도 예전만큼 약발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14일 기재부와 한은 등에 따르면 2월 초 '미니 부양책'을 내놓은 정부는 당장 추가경정예산편성을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기준금리 동결로 7개월째 1.5%를 유지하고 있는 한은도 일단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해선 보수적인 입장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설 직전 한 바이오업체를 방문한 자리에서 "추경은 불가피한 상황일 때 하는 것"이라며 "추경편성 계획은 지금 없다"고 잘라 말했다.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과 가뭄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추경 카드를 꺼내긴 했지만 현재의 국내외 경제상황을 볼때 국민들에게 부담이 돌아갈 추경을 논하기엔 시기상조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기준금리에 대해선 시장에서 빠르면 3월 또는 2·4분기에 한 차례 더 인하를 점치고 있다. 하지만 이주열 한은 총재는 시간이 날 때마다 통화 긴축을 선호하는 '매파적' 입장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 총재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놓고 지난달 3.2%에서 3.0%로 하향조정하면서도 "전망을 낮췄으면 금리를 (하향)조정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것엔 동의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재정·통화 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두 수장이 이같은 태도를 취하고 있는 가운데 나라 안팎 경제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금리를 올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계속되던 양적 완화에 종지부를 찍는 듯 했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최근에 마이너스 금리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은 기대만큼 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의미이다. 앞서 유로존에서 일본까지 채택한 마이너스 금리는 은행들의 위기보단 나라 경제를 더 걱정하는 중앙은행들의 고육지책에서 나온 결과이기도 하다.

공급 심화가 원인으로 여겨지던 유례없는 저유가 현상도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이 맞물리면서 호재가 악재로 바뀌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내수 진작을 위해 정부가 이달 초 꺼내든 21조원 이상의 재정 추가 조기 집행, 승용차 개별소비세 일시 인하 등도 기대만큼 먹혀들어갈 지 미지수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연구위원은 "지금의 내수 침체는 유효수요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금리 인하와 같은)통화정책으로 풀 문제는 아니다"면서 "금융안정과 유효수요 창출을 위한 거시정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전문가는 "수요 부족이 고착화될 때 정책당국이 손쉽게 선택할 수 있는 것이 (금리를 내리는)통화정책인데 그렇게 해서 (수요가)회복되지 않는다.
부분적으로 양적완화(QE)를 할 수도 있겠지만 이 역시 해결점은 아니다"면서 "(궁극적으론)생산요소의 효율적 분배가 중요한데, 자본과 노동력이 필요한 곳으로 빨리 흘러가도록 하는 것이다. 효율성을 통한 생산성 증대가 절실하다.
강도높은 경제 구조조정, 경제민주화 등이 그것"이라고 전했다.

bada@fnnews.com 김승호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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