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은 '은제도금화형탁잔' 등 4건을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25일 지정 예고했다.
'은제도금화형탁잔'은 은에 금을 입힌 탁잔으로 잔과 잔을 받치는 잔탁으로 구성되어 있다. 잔과 잔탁의 형태는 모두 6개의 꽃잎형으로 이루어져 고려 은제탁잔 가운데 가장 뛰어난 조형적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이러한 격조 높은 탁잔은 고려 문벌귀족 문화가 화려하게 꽃피웠던 12~13세기의 금속공예를 비롯하여 청자에 이르기까지 널리 제작·사용되었으며, 1123년 송나라 사신 서긍이 고려를 방문하고 기록한 선화봉사고려도경을 통해 그 실상을 확인할 수 있다. 잔과 잔탁의 입술과 몸체 안팎으로는 모란의 나뭇가지를 묘사한 모란절지문, 꽃무늬, 연꽃의 꽃잎을 펼쳐 놓은 모양을 연속무늬로 문양화한 연판문 등을 세밀하게 새겨 넣어 화려함을 극대화했고 잔 받침대에 오돌토돌 타출기법으로 올린 꽃무늬 또한 흠잡을 데 없이 정교하여 고려 시대 가장 뛰어난 시기의 금속공예 자료이다.
'주역참동계'는 후한조 위백양(100~170)의 저술로 도가의 심신수련 방식과 장생불로를 위해 복용하는 단약 제조법에 관한 4~5자의 운문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에 지정 예고되는 주역참동계는 명조 초기에 장본진이 송말원초에 유염(1258~1327)이 저술한 주역참동계발휘(3편)와 주역참동계석의(3편)를 합본해 간행한 것을 원본으로 1441년(세종 23)에 초주갑인자로 인출된 것이다. 초주갑인자로 간행된 주역참동계는 이것이 유일본으로, 조선 초기의 도가사상과 장례풍속 등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라는 점에서 학술적·문화재적 가치가 매우 높은 귀중본이다.
'서경우 초상 및 함'은 조선 중기 문신 서경우(1573∼1645)의 초상으로, 지금까지 큰 손상 없이 원래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는 작품이다. 머리에는 관복과 함께 착용하는 오사모를 쓰고 옷깃이 둥근 흑색의 단령을 입은 좌안 7분면의 전신교의좌상이다. 의복의 가슴에는 한 쌍의 학을 묘사한 쌍학흉배가 수놓아져 있으며, 사모는 끝이 평평하고 양쪽으로 펼쳐진 양각은 넓고 짧으면서 둥근 17세기 초의 양식을 반영했다. 아울러 양미간에 몇 개의 주름선으로 표현된 진지한 풍모와 양쪽으로 뻗치는 의자 손잡이 등도 17세기 초의 시대성을 보여주는 요소들로 17세기 초상화의 우수한 수준을 잘 담았다.
'서문중 초상 및 함'은 조선 후기 문신 서문중(1634∼1709)의 초상으로, 조선 시대 시복본 전신좌상 가운데 높은 예술성을 잘 보여주는 뛰어난 작품이다. 오사모에 담홍색 시복을 착용하고 허리띠인 삽은대를 두른 전신교의좌상으로, 의자인 교의에는 표범가죽이 덮여 있고 발밑의 족좌대에는 무늬가 없는 민돗자리가 깔려 있다. 좌안 7분면의 얼굴은 코와 눈두덩 주위의 움푹 들어간 부분, 입 주위 등의 주름을 뚜렷이 표시한 후 음영을 넣어 묘사하였다. 알맞은 신체 비례와 비교적 사실적인 옷 주름선, 상(像)과 교의, 족좌대의 합리적 연관성 등은 18세기 초 이후의 양식을 뚜렷하게 반영했고 초상화를 보관한 조선 후기의 함도 남아 있다.
서경우 초상과 서문중 초상은 조선 중기 17세기 초와 조선 후기로 넘어가는 18세기 초에 유행한 화풍상의 특징을 공신상과 평상복인 시복상 양면에서 각기 잘 반영된 수작이다. 그리고 조선 후기에 제작된 초상함은 초상화와 함께 역사성을 일정 부분 공유하고 있어 함께 문화재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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