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3월 금리, 인하에 무게 실렸지만.. 자본유출·환율상승 변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3.02 22:42

수정 2016.03.02 22:42

금통위, 2월 의사록 공개.. 6명 중 3명이 '비둘기파', 2명은 '중립'.. 1명만 '매파'
'금리인하' 베팅했던 시장, 최근 들어 관망세로 전환
3월 금리, 인하에 무게 실렸지만.. 자본유출·환율상승 변수

이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결정(10일)을 일주일여 앞두고 공개된 지난달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선 6명(이주열 한은 총재 제외)의 위원 가운데 5명이 비둘기파적(통화완화적)·중립적 입장을 취한 것으로 분석됐다.

결정은 '동결'(1.50%)이었지만 향후 경기상황에 따라 인하 여지를 크게 열어놨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전반적으로 매파·중립적 발언 일색이었던 지난 1월 금통위 때와는 대조적이다. 그러나 이 같은 분위기가 다음주 금통위까지 고스란히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최근 외국인 자본유출 확대와 급격한 원화가치 하락으로 인해 당초 인하론에 무게를 실었던 시장의 분위기가 대체로 관망세로 전환되는 상황이다.


이날 한은이 공개한 지난달(2월 16일)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은 이주열 총재를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 가운데 1명 만이 매파적(통화긴축적) 태도를 취한 데 반해 2명은 중립적, 3명은 비둘기파적(통화완화적) 입장을 취한 것으로 분석됐다.

3월 금리, 인하에 무게 실렸지만.. 자본유출·환율상승 변수


3월 금리, 인하에 무게 실렸지만.. 자본유출·환율상승 변수


■6명 중 5명 통화완화적·중립적

8개월 만에 처음으로 '금리 인하' 소수 의견을 낸 하성근 위원은 당시 "경기 둔화와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우려 등으로 일본·유럽연합(EU)·중국 등 국가들이 추가적인 금융완화를 실행·계획하고 있어 한국 경제의 새로운 대내외 여건에 부합되는 기준금리 수준은 현재(1.50%)보다 낮다"고 주장했다. 전반적인 경기 흐름이 후퇴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요국들의 통화정책 흐름을 고려한다면 금리 수준을 낮춰야 한다는 게 하 위원의 입장이다.

소수 의견으로 실명이 공개되는 하 위원을 제외한 나머지 위원들의 실명은 비공개로 처리됐다.

비공개로 처리된 A위원은 "당초 1월 경기 전망에 비해 회복 속도가 다소 둔화됐다"면서도 "현재는 '정책여력' 확보가 보다 강조돼야 할 시점"이라고 중립적 입장을 내놨다. '정책여력 확보'란 한은이 가진 금리 인하 카드를 시사한다. 지금보다 경기 상황이 더 악화될 경우에 대비해 쓸 수 있는 카드를 아껴야 한다는 뜻이다.

C위원 역시 "성장 하방리스크에 대응해 우선 금융중개지원대출제도로 수출.투자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자칫 의도한 효과를 얻지 못하고 '정책 여력'만 소진할 수 있어 당분간 금리 인하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나아가 E 위원은 "실물경기·물가 등을 볼 때 우리 경제의 적정 금리수준이 소폭 하락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B위원은 여타 위원들이 물가안정 목표치를 크게 하회할 것이라고 주장한 데 반해 "현재 소비자 물가상승률 측정은 전셋값 상승 등 주거비 부담이 제대로 반영돼 있지 않아 실제 물가 수준은 이를 상회할 것"이며 "현 수준(1.50%) 유지가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현재로선 B위원은 그간 매파적 성향을 드러낸 문우식 위원으로 추정된다.

의사록에서 드러난 것처럼 실제 지난달 금통위 직후 시장에선 3~4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게 봤다. 의사록과 달리 당시 이주열 한은 총재가 "금리 인하 효과는 불확실한데 부작용은 예견할 수 있다"면서 "통화정책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고 전에 없이 매파적 입장을 밝혔지만 시장은 소수의견이 나왔다는 점, 한은이 경기부양 카드로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 확대책을 내놓았다는 점을 근거로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최장기 자본유출 확대·환율 부담

그러나 최근 인하론은 급속히 후퇴하는 모양새다. 분위기가 반전된 건 △원·달러 환율 상승 △예상 밖의 미국 경기 호조세로 인한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 부상 △사상 최장 8개월 연속 외국인 자본유출 △1200조원 규모의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금융안정 리스크 부각 탓이다.

특히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29일 1차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진 1240원을 넘어 장중 1245.3원까지 치솟았다. 주식·채권에서 외국인투자자금은 지난해 6월 7700만달러를 기록한 이래 매월 꾸준히 17억달러에서 45억달러가량 빠져나가고 있다.


금리 인하가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는 소위 '환율의 거시경제 자동조절기능'이 약화됐다고 하나, 금통위 당일 이 총재의 발언에 따라 환율이 급등락한다는 점을 미루어 볼 때 추가적인 금리 인하는 여전히 외환시장에 부담 요인이다.

또 현재 1.0%포인트 차를 보이고 있는 한·미 간 금리차 역시 한은에는 부담이다.
일반적으로 한·미 간 정책금리가 1.50%포인트 이내로 좁혀지게 되면 자본유출이 일어난다고 본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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