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20대 사이에서 신(新) 놀이문화로 '한복 나들이'가 인기를 끌자 한복대여점에 봄바람이 불고 있다. 그러나 한복을 맞추는 사람은 줄면서 전통시장 한복가게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나마 팔리던 결혼 한복도 빌리는 경우가 많아 맞춤 한복으로 잘 알려진 광장시장 한복거리는 종로거리를 사이에 두고 한복을 대여하는 인사동·경복궁 일대 상인들과 상반되는 분위기다.
■신세대들의 신(新) 놀이문화 '한복 나들이'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젊은층 사이에 한복을 입고 고궁 나들이를 하는 것이 인기를 끌면서 한복대여점 상인들은 화색이다. 지난해부터 경복궁 인근 한복대여점이 크게 늘었다. 한복을 입고 고궁에 가면 무료입장이 되는데다 최근 '인스타그램'같은 사진중심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가 인기를 끌면서 대여점 매출도 늘어난 것이라는게 업계 관계자 설명이다.
인사동에서 한복대여점을 운영하는 강모씨는 "지난해 11월 개업한 후 학생들 방학인 지난 2월말 기준으로 주말에는 100~150명 가량의 손님이 찾는다"며 "특히 주말에는 손님이 들어오면 입혀 보내고 들어오면 입혀보내는 일이 끊임없이 반복된다"고 전했다. 해당 매장은 엘리베이터도 없는 건물 4층에 위치해 있지만 평일에도 오후 시간대 손님들이 15분에 한팀씩 들어오고 나갔다.
강씨는 "전체 손님 가운데 내국인 손님이 85%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며 "대부분 여자손님이지만 여자친구와 함께 추억을 만들러 오는 남자 손님도 10명중 2~3명 정도"라고 설명했다.
■전통시장 한복상가는 '찬바람'
그러나 종로 거리를 두고 건너편에 위치한 광장시장 한복상가는 4~5월 결혼식 시즌을 앞두고도 찬바람이다. 지난 4일과 6일 찾은 광장시장 한복거리는 분주하고 시끌벅적한 '먹자골목'과 달리 조용한 모습이었다. 한복 상인들은 TV를 보거나 휴대전화를 만지고 있었다. 한 직물상가 내 한복점들이 몰려있는 1층도 빈 상점들이 눈에 띄었다.
휴일인 지난 6일 오후 한복상가를 찾은 예비 신혼부부와 가족단위 고객들이 드문드문 한복상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이날 점포를 열고 손님을 맞던 한복집 상인 A씨는 "한복을 맞추러 오는 손님들이 가격에 민감하다보니 대여나 저렴한 중국산 제품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있다"며 "그러나 2차례 빌릴 수 있는 가격으로 내 몸에 꼭 맞는 한복을 맞출 수 있다는 생각에 아직은 한복을 맞추려는 사람들도 더러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문 장부를 보이며 "혼주내외를 비롯해 친척들까지 한꺼번에 저렴하게 맞출 수 있다"며 "특히 이곳 광장시장은 시중가 대비 30%는 저렴한데다 적게는 30년 이상 한복만 다룬 사람들이어서 자부심이 강하다"고 전했다.
광장시장에서 20여년 동안 한복장사를 했다는 한복집 주인 B씨는 "예비 신부들과 혼주들을 대상으로 주로 한복을 만들어 팔았는데 요즘에는 대여를 찾는 손님도 늘어 2년 전부터 일부 제품에 한해 대여상품을 마련해놓고 있다"며 "한번 빌리는데 신발까지 포함, 10만원으로 3~4일간 빌려도 추가비용은 없다"고 설명했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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