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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15년전 딴살림 차린 남편에 이혼 허용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3.09 08:34

수정 2016.03.09 08:34

15년전 다른 여성과 바람을 피우고 살림까지 차린 남편에게 법원이 이혼을 허용했다. 지난해 대법원 판단에 따라 유책주의를 유지하면서도 유책배우자의 오랜 기간 별거로 혼인 실체가 사라졌다면 예외적으로 이혼을 허용해야 한다는 취지다.

서울고법 가사2부(이은애 부장판사)는 혼외 여성과 두 아이를 낳은 A씨가 장기간 별거한 아내 B씨를 상대로 낸 이혼 청구 소송에서 "이혼을 허가하고 A씨가 위자료 8000만원을 B씨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9일 밝혔다.

1983년 B씨와 결혼해 자녀 둘을 낳고 18년간 부부로 함께 산 A씨는 2001년 일하다 알게 된 여성과 사귀면서 집을 나가 동거를 시작했다. A씨는 2006년 B씨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냈으나, 외도를 한 유책배우자라는 이유로 기각됐다.


이후 A씨는 다시 이번 이혼 소송을 냈다. 그동안 두 자녀는 모두 성년이 됐고 한 자녀는 결혼도 했다. B씨는 여전히 이혼을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엔 1심과 2심 모두 이혼을 허가했다. 재판부는 "원고와 피고의 혼인생활은 약 15년의 별거로 인해 실체가 완전히 해소되고 각자 독립적인 생활관계를 갖기에 이르렀다"며 "원고는 별거 기간 피고와 자녀에게 생활비, 양육비, 결혼비용 등으로 총 10억원 정도를 지속해서 지급하는 등 경제적 부양의무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다만, 별거 기간 A씨가 상당한 돈을 B씨와 자녀들에게 이미 지급했다는 점을 고려해 재산분할 비율은 A씨 80%, B씨 20%로 정했다.


한편 앞서 지난해 9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대법관 13명 중 7명의 찬성으로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는 유책배우자가 이혼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는 현재의 유책주의를 유지했다. 그러면서도 혼인 파탄의 책임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 배우자나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뤄졌거나 시간이 흐르면서 상대 배우자가 받은 정신적 고통 등이 약화돼 쌍방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무의미한 경우 이혼 청구를 예외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새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사실상 혼인이 파탄났다면 이혼을 인정해야 한다는 '파탄주의'로까지 가는 것은 시기상조지만 현재보다는 유책배우자 이혼을 좀 더 폭넓게 허용해줘야 한다는 취지였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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