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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맹희 200억 빚만 남겨..가족들 한정승인 인용돼 채무면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3.09 10:33

수정 2016.03.09 10:33

지난해 8월 중국에서 삶을 마감한 고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이 200억원의 빚을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9일 법조계와 CJ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이 명예회장의 부인 손복남 고문과 장남 이재현 회장, 장녀 이미경 부회장 등이 낸 '한정상속승인 신고'가 지난 1월 부산가정법원에서 받아들여졌다.

한정승인은 상속인이 상속재산의 한도 내에서 채무를 갚겠다는 조건을 붙여 상속을 수락하는 것으로, 통상적으로 고인의 재산과 채무 중 어느 쪽이 더 많은 지 알 수 없을 경우에 신청한다.

유족이 법원에 신고한 이 명예회장의 자산은 10억원이 안됐다. 하지만 채무는 20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유족은 200억원 중 190억원 가량은 갚지 않아도 된다.

법조계는 연대보증을 선 게 아닌 이상 채무에서 자산을 제한 금액을 채권자가 받는 것은 사실상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법원이 직접 사망자의 자산과 채무를 조사해 액수를 확정 지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채권자가 한정승인을 받은 유족에게 소송을 건 뒤 사망자의 숨겨진 자산을 찾아 돈을 돌려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 명예회장이 거액의 빚을 남기게 된 배경에는 2012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벌인 상속분쟁의 1·2심에서 패소한 것이 결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이 명예회장 측은 소송 인지대와 변호사 선임비로만 200억원 넘게 든 것으로 알려졌다.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남으로 태어난 이 명예회장은 1970년대 중반까지 삼성물산 부사장·중앙일보 부사장·삼성전자 부사장 등 초기 삼성그룹의 요직을 거쳤지만, 그룹 비리 청와대 투서사건의 배후로 지목돼 후계구도에서 밀려났다.
이후 개인적으로 제일비료를 설립했다가 실패한 이 명예회장은 1980년대부터 외국에 머물며 삼성그룹과 거리를 두고 지내다 지난해 8월 중국에서 지병인 암으로 별세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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