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의처증이 있는 60대 남성이 자신의 아내와 바람을 피운다고 의심되는 이웃 남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줬다. 이 남성은 1년 전에도 아내의 불륜을 의심해 다른 남성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처증, 의부증은 망상장애의 한 종류로 질투형 망상장애라고 불린다. 단순한 질투와 달리 아무런 증거가 없어도 배우자의 외도에 매우 공고한 확신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고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원은수 교수는 "망상은 매우 확고하기 때문에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이 망상에 대해 강하게 비난하면 치료로 이어지기가 더욱 어렵다"며 "오히려 환자의 심적인 고통을 이해하는 입장에서 다가가서 그 부분에 대해 치료를 받을 것을 설득하여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망상,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 많이 발생
보통 조현병, 우울증, 마약이나 알코올 사용 장애 등과 같은 다른 정신과 질환에서도 배우자 외도에 대한 망상은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의처증, 의부증은 이전에 다른 정신과적 문제가 없었던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 배우자의 외도에 대한 망상만 존재하고 그 외 다른 증상들은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질투형 망상장애는 여성보다는 남성에게 더 많이 발생한다. 또 이들은 배우자 외도에 대한 망상을 제외하고는 다른 증상이 없기 때문에 정상적인 상태로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질투형 망상장애가 계속될 경우 폭력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상당히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타살이나 자살 등의 극단적인 행동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문제가 된다. 발병 평균 연령은 40세이나 18세부터 90대까지 골고루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비정상적 대인관계가 의처증, 의부증 불러
질투형 망상장애의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유전적 요인, 생화학적인 요인, 환경적인 요인 등이 모두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정신과적 질환 뿐만 아니라 뇌의 병변 또는 내과적인 상태에 의해서도 발병할 수 있으므로 기질적인 원인이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적인 특징으로는 주로 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람들이나 낮은 성취감을 경험한 사람들, 대인 관계에서 비정상적으로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에게서 더 잘 생긴다.
질투형 망상장애가 지속될 경우 폭력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대부분 치명적이지 않은 신체적, 언어적 폭력이 지속되는 경우가 더 많으나 자살이나 타살 등의 극단적인 행동으로도 이어질 수가 있으므로 입원 치료 등의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치료자와 신뢰관계 형성이 매우 중요
질투형 망상장애는 치료가 매우 어렵다. 배우자와 떨어지기 전까지는 나아지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배우자와 분리되더라도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가장 많이 시행하는 치료는 정신치료다. 치료자와 환자가 깊은 신뢰관계를 쌓으며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정신치료만 받기에 부족한 경우, 예를 들어 한자의 망상에 의한 폭력적인 행동이 임박한 상황에서는 입원을 하기도 하며, 항정신증제, 항우울제, 기분 조절제 등의 약제가 사용되기도 한다. 다만 약물 치료 효과가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므로 전문가의 의견에 따라 적절한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