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고척돔, 외부음식 반입 금지 추진에 야구팬·지역상인 반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3.23 17:15

수정 2016.03.23 17:15

"상권 위축·가격 비싸고 선택권 제한"
넥센 히어로즈 "쾌적한 관람 위해 검토중"
지난 22일 서울 고척동 고척스카이돔 주변 한 치킨 판매점 간판에 야구공이 그려져 있다. 고척돔 개장 이후 주변 상인들은 야구 관람객 증가로 매출 상승을 기대했지만 외부음식 반입 금지 정책이 논의되자 상권이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지난 22일 서울 고척동 고척스카이돔 주변 한 치킨 판매점 간판에 야구공이 그려져 있다. 고척돔 개장 이후 주변 상인들은 야구 관람객 증가로 매출 상승을 기대했지만 외부음식 반입 금지 정책이 논의되자 상권이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프로야구팀 넥센 히어로즈가 서울 고척동 고척스카이돔(고척돔)에 외부 음식 반입을 금지하는 방안을 논의, 관객 및 지역 상인들과 갈등이 예상된다.

히어로즈가 외부음식을 제한하면 관객들은 자신들이 구입한 음식 대신 고척돔 내 매점을 이용해야 한다. 이럴 경우 야구 관객 유입을 노리고 추가 투자 및 신규 투자를 진행한 지역 상인들의 반발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명분은 돔구장 환기와 관리

23일 서울시설관리공단과 히어로즈에 따르면 프로야구 정규시즌이 시작되는 다음달부터 고척돔 내 외부 음식 반입을 금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시범경기가 진행되고 있는 지금은 고척돔 내부 매점이 모두 입점하지 않아 외부음식을 반입을 허용하고 있다. 다만 현장 직원들이 정규시즌부터는 외부 음식물 반입이 어렵다는 안내문 등을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히어로즈가 음식물 반입 금지를 추진하는 공식적인 이유는 돔구장의 환기와 관리 때문이다.

히어로즈 관계자는 "외부음식물 반입 여부는 현재 내부 조율중이고 정규시즌 개막 전에 결론을 내릴 것"이라며 "돔구장이다보니 물청소 어려움 등 관리가 쉽지 않아 외부음식 반입 금지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논의가 확정되면 국내 야구장 가운데 유일한 사례가 된다.

지난해부터 한국야구위원회(KBO) 차원에서 전체 프로야구 구장을 대상으로 선수와 관람객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주류 및 캔.병 등에 담긴 음료는 경기장 내 반입을 제한한 바 있지만 치킨과 피자 같은 음식물 제한사례는 없다.

이에 따라 관객이나 지역 상인들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히어로즈가 보유한 고척돔 실내 매점에 대한 임차권을 활용, 운영수익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고척동 돔구장 먹자골목 상인회 관계자는 "당초 돔구장 안 판매시설을 외부 상인들 대상 일부 입찰을 받아 분양한다고 들었는데 대형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입점했다"며 "외부 음식물 반입을 금지하려는 게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설공단에 따르면 히어로즈는 보유한 임차권으로 고척돔 실내 매장 입주 업체를 선정하거나 임대료를 인상하는 것이 가능하다.

■가격 비싸고 선택권 제한 '부당'

시범경기를 통해 고척돔 내 외부음식 반입이 금지된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관객들과 지역 상인들 불만이 나오고 있다.

관객들은 어쩔 수 없이 다소 비싼 가격에 음식을 사야 하는 상황이다. 예컨대 고척돔 외부에 있는 한 치킨집에서는 1만~1만2000원이면 1마리를 살 수 있지만 고척돔 내에서 구매하면 1만8000원을 지불해야 한다.

지난 22일 시범경기 관람을 위해 아내와 함께 야구장을 찾은 송모씨(34)는 "입장할 때 정규시즌부터 외부음식을 금지한다는 말을 듣고 너무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내부에서만 음식을 먹게 하니 벌써부터 바깥보다 많이 비싼데다 다양한 음식을 선택할 권리를 빼앗기는 등 관객들이 피해를 본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히어로즈의 고척돔 입주를 환영하던 지역 상인들도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최근 인근에서 햄버거와 치킨을 판매하는 가게를 오픈한 한 점주는 "근처에 동양미래대학이 있고 고척돔 개장으로 유동인구가 많아지면 수익이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해 이곳에 개업했다"며 "외부음식 반입이 금지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벌써부터 매출이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인근 편의점 점장 A씨도 "평소 관람객들이 도시락, 과자, 빵 등을 많이 사갔는데 외부음식 반입이 제한되면 매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같은 음식인데 안에서만 사라는 것은 부당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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