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궁에서 담배 태우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제일 말썽이죠"
내달 4일까지인 경복궁과 창경궁 등 야간개장과 관련, 서울 4대궁 내 입장객 관리감독이 부실해 화재 등 사고위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일부 외국인 관광객들은 고궁 안에서 담배를 태우고 꽁초를 아무 데나 버려 고궁 관리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고궁서 담배 '뻑뻑'
30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문화재 보존 ·관리 등을 위해 인화물질 및 무기류 등 위험물 소지자 등은 관람중지, 입장제한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본지 취재팀이 확인한 결과 서울 4대궁 입장시 고궁 측에서 입장객에 해당 주의사항을 인지시키거나 소지품을 검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궁 입장 전 입구에 '전 지역 금연' '식사 및 음주 금지' '인화물질 반입금지' 등 푯말이 붙어있으나 모두 한국어로 표기돼 외국인 관광객들은 지나칠 수 밖에 없는 상태. 경복궁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담배를 피우고 꽁초를 아무데나 버리는 몰상식한 행동을 해 골치"라며 "폐쇄회로(CC)TV를 통해 신고가 접수되면 안전요원이 달려가 제지하지만 이미 담배를 태우고 현장을 떠난 경우가 많아 조치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전했다.
경복궁에는 총 510개의 소화기와 230여대의 CCTV를 설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지만 CCTV마저 1분에 한번꼴로 움직여 '사각지대' 발생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경복궁 관계자는 "화재로 인한 문화재 손실 예방을 위해 특히 신중하게 대응해 중요 건축물에는 30~50m 간격으로 소화기를 촘촘히 배치하고 해당 소화기도 지난 2월 점검을 모두 마친 상태"라며 "CCTV 역시 보안전문업체와 계약을 맺고 상주하면서 관리중"이라고 설명했다.
■'인화물질 수거함'…외국인 "용도 몰라"
덕수궁측은 인화물질 반입을 예방하기 위해 궁 입장 전 '인화물질 수거함'을 제작해 비치해 두고 있다. 그러나 수거된 라이터 등 인화물질은 거의 없었다.
'인화물질 수거함'도 한글로만 적혀 있어 외국인 관광객은 쉽게 지나친다. 프랑스 파리에서 한국을 방문한 프레드릭씨(34)는 "한국 문화재내 인화물질 반입 금지는 처음 들었다"며 "한글을 읽을 수 있는 외국인은 모르겠지만 저 상자가 무슨 용도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의 경우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테마파크는 공항만큼 보안검사를 실시하지만 테러 발생 이후 지금은 대규모 지하철 역사에서도 실시중"이라며 "파리는 화재보다 테러 위험이 더욱 커 소지품 검사를 실시하지만 여전히 보안이 허술하다는 지적도 있다"고 전했다.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방문한 케일린씨(31)는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모든 박물관은 들어가기 전 공항과 마찬가지로 소지품 검사와 스캐닝을 모두 거쳐야 한다"며 "한국 문화재를 방문할 때 이런 절차가 생략돼 관광객 입장에서는 번거롭지 않아 편리하지만 문제가 발생하면 관리자들이 곤혹스러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이태희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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