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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담뱃갑 경고 그림, 혐오감 주는 게 당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3.31 16:43

수정 2016.03.31 16:43

복지부 시안 10종 공개.. 비가격 정책 주력해야
보건복지부가 3월 31일 담뱃갑에 인쇄할 한국형 경고그림 시안을 공개했다. 모두 10종이다. 폐암.후두암 등 질병의 폐해를 강조한 그림이 5종, 피부노화.성기능장애 등 흡연의 부작용을 강조한 그림이 5종이다. 복지부는 오는 6월 23일까지 최종안을 확정한 뒤 12월 23일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일반 담배는 물론 전자담배 등 모든 형태의 담배가 적용대상이다. 효과를 높이기 위해 경고 그림은 18개월 단위로 바뀐다.

첫눈에 시안은 다소 충격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외국 사례를 보면 한국형은 강도가 약한 편이라는 게 중론이다.
복지부는 한국형 중에서 혐오감이 가장 센 그림조차 외국에 비하면 수준이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담뱃갑에서 그림이 차지하는 면적도 한국형은 매우 관대하다. 경고문구를 포함해 전체 면적의 50% 이상이면 된다. 반면 지난 2001년 세계 최초로 경고 그림을 도입한 캐나다는 그 비중을 75% 이상으로 규정했다. 자극적인 그림으로 유명한 태국은 85%다. 호주는 앞면 75%, 뒷면 95% 이상을 경고 그림.문구로 채워야 한다. 심지어 호주에선 담뱃갑에 브랜드 이름만 표시하는 무광고 포장도 강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담배 제조.판매업자들은 당장 반발했다. 혐오스러운 그림이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예상했던 대로다.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경고 그림 도입을 주저한 것도 경제적 파장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국회는 작년 5월에야 가까스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면서도 "경고 그림은 사실적 근거를 바탕으로 하고 지나치게 혐오감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단서조항을 잊지 않았다. 앞으로 '지나친 혐오감'을 놓고 논란이 예고된다.

분명한 것은 금연이 대세라는 점이다. 이미 전 세계 80개국이 경고 그림을 도입했다. 이 숫자는 올해 안에 100개국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금연정책 후진국이다. 흡연율(15세 이상 남성)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그리스 다음으로 높다. 복지부는 오는 2020년까지 성인 남성 흡연율을 OECD 평균(29%) 수준으로 낮추는 게 목표다.

금연정책은 가격.비가격 요소로 구성된다. 이 중 가격정책은 작년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별 효과 없이 정부 재정만 살찌웠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제는 비가격 정책에 주력할 때다.
이미 식당.술집.공공장소 등에서 흡연은 금지됐다. 경고 그림은 가격.비가격 정책을 통틀어 가장 강력한 수단으로 평가된다.
확실한 효과를 거두려면 경고 그림은 당연히 혐오스러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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