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범죄의 처벌에 대해 대체로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 왔던 헌법재판소가 기존의 입장과는 다소 다른 결론을 내놓은 것이어서 주목을 끌고 있다.
■벌금 100만원에 신상공개는 과잉
1일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성폭력처벌법 제42조 1항에 대해 재판관 6(위헌)대 3(합헌)의견으로 위헌결정이 내려졌다. 이 조항은 성범죄로 유죄확정 판결을 받으면 신상정보를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강간이나 유사강간, 강제추행 등 죄질이 무거운 성범죄를 비롯해 통신매체를 이용한 성희롱 등 경미한 수준의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도 모두 신상공개를 해야 한다,
이에 대해 헌재는 "성범죄자의 신상공개제도 자체는 합헌"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통신매체를 이용한 성희롱 등 상대적으로 경미한 성범죄까지 신상공개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며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성범죄자 신상공개에 대해 위헌결론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사건의 청구인인 A씨는 2014년 11월 스마트폰 채팅으로 만난 B양(14)에게 음란메시지를 보낸 혐의로 기소되 벌금 100만원이 확정됐다.
이후 A씨는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되자 "비교적 가벼운 범죄인데도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경미한 성인 성추행 취업제한 10년은 지나쳐
성인을 대상으로 비교적 가벼운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 의료기관 취업과 개업을 할 수 없도록 한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도 위헌결정이 났다.
헌법재판소는 아청법 제56조 1항 등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결정을 내렸다. 이 조항은 청소년 대상 범죄는 물론 성인대상의 경미한 성범죄인 경우에도 의료기관의 취업이나 개업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죄질이 가볍고 재범 위험이 낮은 자에게까지 10년 동안 일률적으로 취업제한을 부과한 것은 제한의 정도가 지나친 것"이라고 위헌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성범죄자를 아동·청소년으로부터 격리하고 의료기관의 신뢰성을 높이는 공익"이 있지만 "과도하게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해 "법익 균형성 원칙을 위반했다"라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헌재의 결정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다. 성범죄자에 대한 각종 제한은 정당하지만 제한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일률적이어서 위헌 가능성이 높았다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ohngbear@fnnews.com 장용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